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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블럼 “지하철 9호선 타고 우승 향해 달려요”

중앙일보 2018.08.13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심장병을 앓는 막내 먼로를 꼭 끌어 안은 린드블럼. [중앙포토]

심장병을 앓는 막내 먼로를 꼭 끌어 안은 린드블럼. [중앙포토]

‘린동원’.
 
프로야구 롯데 팬들이 지난 2015년 투수 조시 린드블럼(31·미국)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210이닝을 던졌던 린드블럼을 보면서 팬들은 작고한 ‘철완’ 에이스 최동원을 떠올렸다.
 
올해 두산으로 이적한 린드블럼의 새 별명은 ‘린철순’이다. 1982년 원년 우승을 이끌었던 박철순처럼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린드블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자책점 1위(2.79·11일 현재), 다승 2위(14승3패), 탈삼진 3위(146개)에  투구이닝 3위(151과3분의2이닝), WAR 1위(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4.74, 스포츠투아이 기준)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두산은 린드블럼과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15승3패, 평균자책점 3.95)의 활약 덕분에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린드블럼이 에이스다운 투구를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린드블럼은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잠실구장이 넓은 덕에 장타를 맞을 부담이 줄어든 데다 한국 KBO 리그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두산의 에이스로 떠오른 린드블럼. 두산 팬들은 그를 ‘린철순’이라 부른다. [뉴시스]

올시즌 두산의 에이스로 떠오른 린드블럼. 두산 팬들은 그를 ‘린철순’이라 부른다. [뉴시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에 입단해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이듬해 성적은 10승13패, 평균자책점 5.28로 약간 떨어졌지만, 롯데는 린드블럼과 재계약을 추진했다. 두 자릿수 승리를 보장하는 검증된 투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막내딸 먼로(2)가 심장병(형성저하성 우심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심장이 작은 먼로는 태어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수술을 받았다. 린드블럼은 “한국과 부산을 좋아했지만, 먼로를 치료하기 위해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돌아간 린드블럼은 지난해 초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가족이 머무는 인디애나폴리스와 피츠버그까지의 거리는 360마일(약 580㎞) 밖에 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던진 끝에 린드블럼은 지난해 5월 마침내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빅리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2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런 린드블럼에게 롯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린드블럼 대신 계약한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자 대체선수로 그를 영입하려 한 것이다. 연봉도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많았다. 린드블럼은 “먼로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의사와 상담해보니 ‘한국에서 생활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 아내도 아이들도 한국 생활을 좋아했기 때문에 흔쾌히 한국 행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결국 지난해 7월 롯데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12경기에 나와 5승(3패, 평균자책점 3.72)을 따내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린드블럼은 지난겨울 두산행을 선택했다. 롯데와의 결별 과정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과감하게 두산으로 이적을 결심했다. 린드블럼은 “서울 생활을 하고 싶었다. 딸 먼로를 치료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에 모인 린드블럼의 가족.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린드블럼의 부모와 부인 오리엘, 작은 딸 먼로, 큰 딸 프레슬리, 아들 팔머. [중앙포토]

잠실구장에 모인 린드블럼의 가족.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린드블럼의 부모와 부인 오리엘, 작은 딸 먼로, 큰 딸 프레슬리, 아들 팔머.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살고 있는 린드블럼의 가족은 종종 잠실구장으로 총출동한다. 그의 아내 오리엘과 큰 딸 프레슬리(4), 아들 팔머(3), 그리고 둘째 딸 먼로까지 온 식구가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야구장을 찾는다. 9호선을 즐겨 타는 린드블럼은 “아들이 야구 보는 걸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잠실구장을 찾는다. 먼로도 그라운드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 ‘언제 아팠냐’는 듯 뛰노는 걸 보면 행복하다”고 밝혔다.
 
린드블럼은 최근 뜻깊은 행사도 열었다. 먼로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심장병 환자와 가족, 그리고 치료사 등 30여명을 잠실구장으로 초청했다. 사실 린드블럼의 사회공헌활동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서 ‘린드블럼 재단’을 만들었던 그는 롯데 시절에도 사회복지시설 아동들을 지원했다. 직접 어린이들을 찾아가 선물을 건넸고, 야구장에도 초청했다. 린드블럼은 “아내도 나도, 한국에서 사는 기간엔 ‘이곳이 우리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린드블럼에게도 우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미국에서 포스트시즌에 나간 적은 있지만, 아직 우승 반지를 낀 적은 없다. 린드블럼은 “야구선수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 아닌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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