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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뿌린대로 거둬지지 않는 경조사비 어쩔꼬

중앙일보 2018.08.13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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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결혼식이나 상갓집에 부조하는 경조사는 하나의 문화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 등에서 체면과 형식을 버리고 경제적 수준에 맞춰 지출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현역 때도 그렇지만 퇴직하고 나서도 경조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 관련 항목 중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은 주거관련 비용(30.4%)이었다. 다음으로 보건의료비(23.1%), 식비(18.7%), 경조사비(4.4%) 순이었다.
 
대개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 경조사가 가장 많은 시기다. 그런데 이 시기는 은퇴자에겐 수입이 왕창 주는 보릿고개에 해당한다. 동시에 은퇴기간 중 활동이 가장 왕성한 때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늦은 결혼 풍조과 고령화는 경조사 부담을 은퇴 후 시점에 몰리게 만든다.
 
부조금은 원래 목돈이 들어가는 행사 때 이웃이나 친척끼리 십시일반으로 돈이나 음식·노동력을 보태 일을 잘 치르게 하고 자신에게 같은 일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품앗이 풍습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인지 경조사도 일종의 교환행위가 됐다. 교환이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고 엄중하다. 주면 받아야 하고 받으면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받지 않으면 상대를 거부하는 것이고 받은 만큼 되돌려주지 않으면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은퇴자한테는 경조사비가 뿌린 대로 거둬지지 않는다. 교환법칙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비한 투자로 여기면서 어쩔 수 없이 지출을 단행하지만 사실 돌려받는 금액은 평생 내가 뿌린 돈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상을 당했을 때 지금껏 갖다 바쳤던 경조사비를 모두 수확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다. 경조사 소식이 세금고지서처럼 느껴지거나 은퇴자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실은 분명 잘못됐다. 노후에 경조사 문제를 현역 때와 같이 접근했다간 호주머니가 거덜나는 건 시간문제다. 실천하기 쉽지 않지만 나부터 경조사비를 줄여 봄이 어떨까. 가족과 친척을 중심으로 간소화하거나 본인의 경제적 수준에 맞춰보자는 말이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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