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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 … 조선3사 3000명 실직 공포

중앙일보 2018.08.13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휴가 후 생존을 위한 투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옵니다.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지난 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에 한 조합원이 이런 글을 올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2주간의 하계휴가에 들어갔다. 즐거워야 할 휴가가 이렇게 침울해진 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등으로 노사 갈등이 예고된 까닭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올해 하반기 계획 중인 인력 감축 규모는 최소 3000명을 웃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해양플랜트(해양 원유시추 설비)를 이달 19일 인도하고 나면 울산 조선소에 남는 해양플랜트 일감은 사라지게 된다. 중국 등에 밀려 지난 3~4년 동안 해양플랜트 공사를 단 1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은 오는 20일부터 가동이 중단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일감 부족으로 남는 인력이 발생해 순환 휴직·휴업 등을 실시했고 올해 4월에는 70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했다”며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이곳에서 일하던 2000여 명에 대한 처리 방안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채권은행에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면서 생산인력을 5000여 명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감축된 인원은 3400여 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또 당시 채권단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60억 달러(약 17조8800억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수주 실적은 100억 달러(약 11조175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최소 1000명, 많게는 2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수주금액 20억 달러(약 2조2350억원)에 달하는 해양플랜트 ‘로즈뱅크 프로젝트’ 입찰에 탈락할 경우 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게 돼 인력 감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 등 일부 영역에선 수주가 늘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각각 2995억원, 1483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로 전환하게 된다.
 
중견 조선사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STX조선해양은 사원 아파트, 경남 진해 공장부지 등 2600억원 규모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해 선박 건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의 신규 지원이 끊긴 이 회사는 자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선박 건조 일감을 받을 수 없어 경영 정상화가 어렵게 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0개 중형 조선사(한진·STX·성동·대한·SPP·대선·한국야나세·연수·마스텍·삼강S&C)에서 수주한 선박은 총 12척, 27만3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고부가가치 선박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한 무게 단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공 발주를 늘려 일감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긴밀한 생태계 구축으로 세계 환경 규제에 따라 확대되는 친환경 선박 전환 시장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 하반기는 생산 측면에서 최악의 기간이 될 것”이라며 “관공선의 LNG 연료 추진선 발주와 군·해경의 공공 발주로 내수 수요를 활성화하고 국내 선사의 노후 상선의 친환경 선박 교체를 유도해 중견 조선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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