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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펀치에 리라화 급락 … 터키발 신흥국 금융위기 오나

중앙일보 2018.08.13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10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환전소 앞에 고객들이 줄 서 있다. 이날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전날보다 14%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미 달러당 6.43리라)를 기록하자 환전 수요가 급증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10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환전소 앞에 고객들이 줄 서 있다. 이날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전날보다 14%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미 달러당 6.43리라)를 기록하자 환전 수요가 급증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터키 경제가 금융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터키발 위험이 유럽과 신흥국 등 다른 지역까지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터키와 주변 국가에서는 구제금융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전날보다 14.3% 떨어졌다. 미 달러당 6.47리라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리라화 가치는 장중 한때 18.5%까지 하락했다. 이스탄불 시내 주요 은행 지점은 외화를 인출하려는 고객들도 붐볐으며, 패닉 조짐까지 보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외화 인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시중은행에선 외화 부족 현상도 빚어졌다.
 
리라화 폭락은 다른 신흥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터키 금융시장의 위기가 다른 지역까지 퍼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성 자산을 팔고 미국·독일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이날 하루 1.5~3.5%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세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터키와 거래가 많아 ‘터키 리스크’가 큰 유럽이 먼저 반응했다.  
 
유럽 증시가 모두 하락했고, 유로 스톡스 50지수는 1.94% 떨어졌다. 터키에 대한 대출이 많은 유로존 은행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달러 대비 유로는 1.2% 떨어져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유럽과 터키의 무역 규모는 약 1800억 달러(약 200조원)에 이른다. 뉴욕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77% 하락한 2만5313.1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1% 하락한 2833.28에 장을 마감했다.
 
터키 금융위기는 취약한 경제 상황에 미국과의 갈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터키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53%에 이르는 막대한 외화부채, 치솟는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연율 15.85%로 14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올해 들어 10일까지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42% 폭락했다.
 
과거 터키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미국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스파이 혐의를 받는 미국인 목사의 석방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터키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트위터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2배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쓴 직후 리라화는 급락했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터키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터키가 빚을 갚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한다.  
 
금융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터키의 막대한 부채를 고려하면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가 곧바로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과거 금기시됐던 국제 구제금융이나 자본통제 같은 급진적인 대응책이 터키 금융권에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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