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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믿지말라" 충동구매 방어의 기술

중앙일보 2018.08.12 15: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3)
경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소식이 들여오고 새 정부의 지지율도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고 하는 기업과 작지만 있는 것이라도 지키려는 소비자의 힘겨운 싸움이 연일 벌어진다. 이들의 싸움을 살펴보면서 내 지갑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소중한 내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물건을 파는 자는 두 가지 싸움을 진행한다. 우선 경쟁업체와의 싸움이고, 그다음은 소비자의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싸움이다. 이 치열한 전투에서 이기는 자는 세 가지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기업이 소비자 상대로 구사하는 세 가지 전략
기업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펼친다. [사진 pixabay]

기업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펼친다. [사진 pixabay]

 
첫 번째 전략은 감성 스토리텔링이다. 요즈음 광고를 보면 기술, 상품의 우수성을 말하지 않는다. 기술, 품질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코파이는 정’ ‘힘내라, 대한민국 박카스’는 재치가 넘치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광고들이다.
 
제품과 기업 이름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이야기 속으로 소비자를 초대한다. 이 집에 살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지, 이 차를 사면 얼마나 멋진 삶을 살 수 있는지, 이곳에 가면 얼마나 치유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로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
 
최근 모 브랜드의 아파트 광고는 4차산업 혁명시대 변화된 아파트 생활을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안면 인식기능이 거주자를 알아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엘리베이터는 알아서 탑승자가 거주하는 층에서 열리고, 아파트 문 앞에는 CCTV가 입주자인지, 방문자인지 인식한다. 아주 편하고 안전하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광고가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려 지갑을 열게 하고 상품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
 
파는 자의 두 번째 전략은 심리전이다. ‘한정 세트판매’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빨간색 마감되고 하얀색과 파란색만 남았습니다’ 등의 홈쇼핑 쇼핑호스트의 이런 멘트들은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멍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한다. 홈쇼핑 채널에서 산 전자제품의 90%가 6개월 이내에 창고로 간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기업의  심리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일 년 내내 세일이 진행되고 있고, 늘 마지막 기회가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지고 만다. 그래서 100만원이 넘는 러닝머신과 숀리가 엄청 선전한 실내 바이크가 옷걸이로 쓰이고 있고, 창고에는 잠깐 쓰다만 물건들이 쌓여간다.
 
파는 자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쇼핑을 유도한다. [사진 pixabay]

파는 자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쇼핑을 유도한다. [사진 pixabay]

 
파는 자의 세 번째 전략은 과학적인 분석을 활용해 쇼핑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고객의 동선과 구매 스타일을 분석해 상품을 진열한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검색과 구매패턴을 분석해 소비자가 살만한 상품을 제안한다. 결혼도 안 한 딸에게 임신 육아용품을 제안한 업체에 부모가 항의했을 때 부모는 몰랐지만, 판매자는 딸의 임신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딸이 임신과 육아용품을 키워드로 검색하고 구매했기 때문이다. 
 
파코 언더힐의 저서 『쇼핑의 과학』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고 하는 기업 치열한 노력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고객의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편리한 쇼핑환경, 고객의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다른 쇼핑 습관을 활용하는 판매 전략 등 빈손으로 매장을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쇼핑의 과학은 무섭다. 
 
소비자는 세 가지 지갑 사수 전략이 있다. 수비는 공격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지갑 사수 전략은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과 심리전을 무력화하고, 과학적인 유혹을 이겨내는 세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보자.
 
소비자의 세 가지 지갑 사수 전략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줄이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사진 pixabay]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줄이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사진 pixabay]

 
첫 번째, 이성과 합리성의 극대화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광고와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절판 마케팅에 맞서 지갑을 지키려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내가 사려고 하는 상품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은 없는지, 나(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것인지, 비용은 현재 내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질문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예산을 미리 수립해 예산 내에서 소비하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전략은 발 들여놓지 않기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면 ‘한번 입어보세요’라고 말한다. 여기서 입어보는 사람과 입어보지 않는 사람은 다른 결정을 한다. ‘그냥 한번 입어보는 건데 어때?’라는 생각을 하지만 일단 입어보면 눈으로 볼 때보다 지갑을 열 확률이 엄청 커진다. 발 들여놓기를 자극하는 상투적인 멘트는 ‘언제든지 반품 가능합니다’라는 표현이다.
 
물론 반품은 가능하다. 반품을 어렵게 해 사도록 하는 나쁜 판매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발을 들여놓고 나면, 일단 입고 나면, 일단 집에 물건이 도착하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기 합리화로 소비자는 백기를 든다.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은 것 같은데’, ‘반품할 정도로 나쁜 건 아닌데’ 이런 생각으로 결국 그 상품은 내 것이 된다.
 
무언가를 파는 사람은 이 전략에 익숙하다. ‘일단 사인하시고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일단 사용해 보시고 결정하셔도 되니까 얼마 동안 사용해 보세요’ 여기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한번 발을 들여다 놓으면 쉽게 빼지 못한다.
 
세 번째 전략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리스트 쇼핑’이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고객의 심리를 이용해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쇼핑의 과학’을 무력화하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범위 내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스트를 미리 작성하면 쇼핑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쇼핑시간 절약은 곧 소비금액 감소로 이어진다.
 
“너 자신을 믿지 말라”
쇼핑에 엄격한 태도로 과소비를 조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쇼핑에 엄격한 태도로 과소비를 조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쇼핑을 할 때, 돈을 쓸 때 우리 자신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꾸 믿다 보면 발등을 찍게 되고, 그러다가 돈 관리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자신을 믿지 말고 최대한 쇼핑에 엄격하고 쇼핑리스트를 살 만큼만 돈을 가지고 가는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지갑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얼마 더 벌면 여유가 있을까. 이 질문을 하면 평균적으로 소득의 30% 정도를 더 벌면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소득이 늘면 그만큼 더 쓸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유는 소득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지갑을 지키는 힘,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자극하는 다양한 자본주의 시스템과 마케팅에 맞서는 대항력에서 나온다. 돈을 잘 쓰기 위해서 먼저 돈을 잘 지켜야 한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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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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