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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까지 무상교육…일본, 저출산 고강도대책 시동

중앙일보 2018.08.12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 
일본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여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할 전망이다. [사진 pixabay]

일본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여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할 전망이다. [사진 pixabay]

 
머지않아 일본에서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할 전망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일본의 18세 인구는 120만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106만명, 2034년에는 100만명으로 갈수록 줄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의 저출산 현상이 계속된다면 일본의 총인구도 2048년에 9913만 명으로 1억 명 선이 무너질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장래의 일이 이미 확정된 사실”이라고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인 카와이 마사시(河合雅司)는 경고한다. 인구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다. 저출산 현상을 방치한다면 경제 대국의 입지를 잃고, 국가 자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에 아베 정권은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저출산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유아교육 무상화를 중심으로 한 2조엔 규모의 정책패키지(생산성 혁명, 사람 만들기 혁명)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이야기다. 생산성 혁명은 2020년까지 중기과제를 설정해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사람 만들기 혁명은 장기적인 과제이지만 2020년까지 지금까지의 제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액션 프로그램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젊은 부모 세대에 대해 정책재원을 대담하게 투입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으로 생활이 불안한 젊은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100세 시대를 맞아 희망 출산율 1.8, 간병이직 제로화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정책이다.
 
과도한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최대 원인
일본 정부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교육무상화 정책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교육무상화 정책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는 먼저 사람 만들기 혁명의 핵심인 교육 무상화 정책에 착수했다. 2019년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해 약 1조7000억엔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막대한 재원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 무상화에 충당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0~2세의 보육비용은 저소득 세대를 대상으로 무상화한다. 2020년 이후 3~5세의 유치원과 보육원 비용은 소득과 관계없이 무상 지원한다. 국립대학에 다니는 저소득 세대는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한다. 사립대학에 다니면 국립대의 수업료의 상당액을 지원한다. 유아교육 무상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고등교육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 한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교육 무상화 대책은 교육격차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지원하는  3~5세의 유아교육의 무상화는 결과적으로 부유층에 유리해 젊은 세대의 빈부 격차를 더욱 크게 한다는 비판이다. 자녀교육비는 소득 수준에 비례하기 때문에 경제적 격차는 결국 교육격차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젊은 고소득 세대가 교육 무상화 혜택을 받으면 절약한 보육비용을 추가 학습비로 충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교육 무상화는 도로와 같은 중요한 국가 인프라라고 주장한다. 유아교육은 모든 자녀가 공평한 인생의 출발점에 서기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서 세대소득에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등 고등교육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자기 부담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아교육은 일반도로, 고등교육은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유아교육은 무료 일반도로와 같이 세대소득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이용하고, 대학 등 고등교육은 고속도로처럼 이용자가 동일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는 학비를 면제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교육 무상화로 인한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아교육 투자로 저출산 극복한 유럽 선진국 
유럽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보다 유아교육에 투자했다. [사진 pixabay]

유럽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보다 유아교육에 투자했다. [사진 pixabay]

 
그럼, 교육 무상화는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유아교육을 받은 사람은 장래에 소득이 높고, 안정된 생활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만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자녀가 우수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성인이 돼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범죄 연루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감소했다. 그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경제적 성과로 따지면 연간 수익률이 8%에 이르러 주식투자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유럽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보다 유아교육에 투자했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유아교육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출산율을 높였다.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 1.6까지 떨어진 출산율을 2.0까지 회복했다. 두둑한 급여제도와 충실한 보육서비스가 출산율 회복의 비결이었다. 프랑스는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약 5%를 가족수당으로 지급한다. 자녀가 2명 이상 있는 가정에는 자녀의 연령과 수에 따라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자녀가 증가할수록 수당이 늘어나는 구조다. 유치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4세 유아 외에 3세 유아의 교육과 보육시설의 이용료를 무상화하였다. 영국의 일부 자녀원(유치원과 보육소를 합친 시설)에서는 유아발달 연구에 기초한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보육시설 이용료를 기업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 취업자의 40% 정도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근로자가 장기간 직장을 이탈하는 것은 기업에 큰 손해가 된다. 노동력을 착실히 제공하는 근로자를 위해 기업은 기꺼이 보육소 비용을 부담한다. 
 
자녀 세대의 빈곤 대물림 끊으려면 교육 무상화해야  
중산층이 줄면서 교육 격차가 커졌다.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도록 투자한다. [중앙포토]

중산층이 줄면서 교육 격차가 커졌다.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도록 투자한다. [중앙포토]

 
일본은 세계에서 중산층이 가장 많은 안정된 국가였다. 부모가 재산이 없어도 자녀는 교육을 받으면 나중에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교육이 소득 격차를 축소하는 작용을 했다. 이제 중산층이 점차 줄어들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계층 간 경제적 차이는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자식을 더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가정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대학입학에 유리한 고등학교,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진학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실제로 소득이 높은 가정의 자녀가 학력 수준이 높게 나왔다. 소득이 낮은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낮았고, 학력 수준에 따라 생애 임금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연 소득 250만엔 미만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20%(전 세대 평균 52%), 대학 진학률은 40%로 전 세대 평균 80%의 절반 수준이었다(일본 학생지원기구조사, 2015년). 2014년 고졸 남성의 생애 임금은 2억4490만엔으로 대졸 남성의 3억2030만엔보다 7500만엔이 적었다.
 
2011년 일본의 GDP 대비 교육지출 비율은 3.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하위였다. 취학 전 교육과 고등교육 단계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정의 경제 상황이 자녀의 학력과 교육수준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공익사단법인 경제동우회는 자녀 세대의 격차와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자녀 세대에 대한 빈곤 대물림을 끊으려면 3~5세의 취학 전 교육의 의무화 또는 무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초중학교의 급식비와 활동비를 완전 무상화하고, 고등학교의 의무교육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상대적 빈곤 상태에 있는 자녀의 부모를 지원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동우회는 이러한 자녀지원 정책이 실현된다면 자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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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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