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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총 처음 만져도 명사수 된다...육군 '워리어 플랫폼'의 마술
이철재 기자 사진
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seajay@joongang.co.kr

총 처음 만져도 명사수 된다...육군 '워리어 플랫폼'의 마술

중앙일보 2018.08.12 12:00
 
병역의 의무를 마친 대한민국 남성은 다들 군대에서  ‘명사수’나 ‘특등사수’ 소리를 들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사격 실력이 좋아 포상휴가를 나가본 적 있나’고 물어보면 대부분 입을 다문다.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군기가 센 사격 훈련장의 악몽을 겪은 사람은 ‘사격’이란 단어만 봐도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이도 명사수가 거듭날 수 있다고 육군은 주장한다. 태어나서 총을 한 번도 쏘지 않은 이도 명사수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육군의 주장이다. 허황하게 들리는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지난 7일 계룡대 실내사격장을 찾았다.
 
워리어플랫폼을 갖춰 입은 특전사 요원. 이철재 기자

워리어플랫폼을 갖춰 입은 특전사 요원. 이철재 기자

 
육군이 내세운 비장의 카드는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이다. 육군의 워리어(전투원)가 갖고 다니는 총기ㆍ군복ㆍ장비를 일컫는 플랫폼(체계)을 뜻한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총장이 되기 전 생각한 개념”이라며 “육군 전투원의 전투력을 높여 공군의 전투기, 해군의 군함과 같은 독립 전투체계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얘기는 여기까지. 그렇다면 어떻게 워리어 플랫폼이 명사수를 만들까.
 
58세 여성도 단번에 명사수로 
 
육군이 마련한 도표에는 실제 사례가 적혀 있다. 육군 발전자문위원으로 있는 58세 여성이 워리어 플랫폼을 이용해 사격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난생처음 총을 만져본 경우였다.
 
워리어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은 사격과 이용한 사격을 비교한 사례. 실제 58세 여성의 사격 성적이었다. [자료 육군]

워리어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은 사격과 이용한 사격을 비교한 사례. 실제 58세 여성의 사격 성적이었다. [자료 육군]

 
그가 워리어플랫폼 없이 한 주간사격에서 표적지에 단 세 발만 들어갔다. 그러나 워리어플랫폼으로 총을 쏘자 결과는 달랐다. 10발 모두 표적지 정중앙 근처에 구멍을 뚫었다. 탄착군도 형성했다. 야간사격에서도 워리어플랫폼의 진가가 드러났다. 주간사격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10발의 탄착군이 표적지 안에 만들어졌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특전사 요원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입고 쓰고 달고 서 있었다. 워리어플랫폼은 모두 33종으로 이뤄졌다. 전투피복 10종, 전투장구 10종, 전투장비 13종이다. 전투복에서부터 전투화, 내의, 방탄헬멧, 방탄복, 수통에서부터 탄창, 대검, 조준경, 개인화기 등이다.
 
전투용 고글(안경)을 쓴 특전사 요원. 이철재 기자

전투용 고글(안경)을 쓴 특전사 요원. 이철재 기자

 
한눈에 봐도 뭔가 주렁주렁 몸에 단 게 많다. 수통도 캐멀백(camel bag)이라고, 배낭처럼 짊어지는 모양이었다. 빨대로 물을 마시는 방식이다. 특전사 요원 중 일부는 전투용 고글(안경)을 썼다. 물론 멋으로 쓰는 게 아니다. 이 고글은 강화 플라스틱 재질이라 파편을 막을 수 있다. 또 레이저 방호 기능이 있다. 왜 레이저 방호 기능이 필요한지 나중에 알게 됐다. 미군 수준에 맞먹는 응급처치 키트(IFAK)도 마련됐다.  
 
성일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소장)은 “아직 개념만 잡힌 단계”라며 “구체적 내용과 장비는 앞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총소리는 작게, 사람 목소리는 크게 
 
워리어플랫폼을 직접 체험해봤다. 특전사 요원처럼 워리어플랫폼 일체를 착용하지는 않고, 그냥 맛보기 수준이었다. 먼저 웃옷을 컴뱃셔츠(combat shirts)로 갈아입었다. 기존 전투복 위에다 방탄복을 입으면 덥고 땀이 찬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지친다. 그래서 땀이 잘 빠지고 신축성이 뚸어난 컴뱃셔츠가 나왔다. 컴뱃셔츠는 한마디로 방탄복용 전투복이다.
 
방탄복 전용 전투복인 컴뱃셔츠. [사진 에이치와이제유]

방탄복 전용 전투복인 컴뱃셔츠. [사진 에이치와이제유]

 
컴뱃셔츠에 이어 방탄복을 덧입었다. 실제 무게는 생각보다 매우 가벼웠다. 방탄복은 이제 전쟁터의 필수품처럼 됐다. 무겁고 거추장스럽지만,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면 감수할 요소다. 요즘 기술이 발전하면서 덜 무겁고 덜 거추장스러운 방탄복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방탄복은 각종 파우치(수납 가방)를 벨크로(찍찍이)로 떼고 달 수 있다.
 
헬멧을 썼다. 헬멧 안에는 폼패드가 있어 외부 충격을 흡수해준다. 머리 모양에 맞게 지지대를 조절할 수 있어, 헬멧이 돌아가거나 앞으로 쏠릴 염려를 덜었다. 헬멧 위에는 야시경이 달려 있다. 청력보호 헤드셋도 썼다. 이 헤드셋은 총소리는 작게 들리면서 사람의 말소리는 크게 들리도록 해준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단 소총 
 
그리고 전투용 장갑을 낀 뒤 총을 받았다. 육군의 제식 기관단총인 K1A1의 개조형이었다. 원래 총에 각종 액세서리를 달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이 총열을 덮은 것이었다. 개머리판은 체형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가 달린 K1A1 소총. 총열 윗부분 왼쪽부터 3배율경, 도트 사이트, 야간 레이저 표적 지시기. 이철재 기자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가 달린 K1A1 소총. 총열 윗부분 왼쪽부터 3배율경, 도트 사이트, 야간 레이저 표적 지시기. 이철재 기자

 
시범사격용 K1A1의 액세서리는 소음ㆍ소염기, 야간 레이저 표적 지시기, 도트 사이트(dot sightㆍ조준경), 3배율경, 전방 손잡이이었다. 소음ㆍ소염기는 총소리와 총구의 불꽃을 줄여준다. 영화 속 소음기처럼 ‘슉슉’ 정도로 낮추진 않지만, 총소리가 상당히 작아진다. 총구의 불꽃을 감추면 한밤에 적으로부터 내 위치도 숨길 수 있다.
 
 
야간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깜깜한 밤 표적에 레이저를 비춰 사격의 조준을 돕는 장치다. 자칫 아군 또는 적의 레이저가 눈에 쏠 경우 다칠 수 있다. 전투용 고글이 필요한 이유다. 도트 사이트는 대낮에 빠른 조준을 도와주는 장치다. 도트 사이트를 통해 보면 빨간색 원 안에 점이 찍혀 보인다. 그 점을 향해 쏘기만 하면 된다. 가늠자와 가늠쇠로 조준하기보다 훨씬 쉽다.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와 장구를 맛보기 수준으로 입은 기자의 모습. [사진 육군]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와 장구를 맛보기 수준으로 입은 기자의 모습. [사진 육군]

 
3배율경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장치다. 일종의 망원경이다. 총열 덮개 아래쪽의 전방 손잡이(foregrip)는 속사를 하거나 이동사격을 할 때 쥐면 편하다. 액서서리를 여러 개 달았지만, 육군의 설명으론 알총보다 1㎏ 정도 더 무거울 뿐이란다.  
 
야간사격의 명중률은 90% 이상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가 하나도 안 달린 K1A1 소총으로 조준하는 모습. [사진 국방부 기자단]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가 하나도 안 달린 K1A1 소총으로 조준하는 모습. [사진 국방부 기자단]

 
실내사격장의 사로에 들어가 실제 사격을 했다. 먼저 워리어플랫폼이 전혀 안 달린 K1A1 '알총'으로 주간사격 10발을 쐈다. 표적지 왼쪽 아래 구석에 탄착군이 그려졌다. 그리고 워리어플랫폼을 단 K1A1으로 또 10발을 쐈다. 총소리가 생각보다 적었다. 성일 부장은 "군부대 인근 민가에서 사격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소음기가 보급되면서 이런 민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를 이용해 주간사격 조준을 하는 모습. [사진 국방부 기자단]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를 이용해 주간사격 조준을 하는 모습. [사진 국방부 기자단]

 
3배율경 도움으로 표적지가 크게 보였다. 또 도트사이트로 조준하니 쉬웠다. 탕탕~. 표적지를 확인한 결과 10발 모두 표적지 중앙 부근을 모두 뚫어놨다.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를 이용해 야간사격 조준을 하는 모습. 야시경을 통해 녹색 광선(레이저)가 보인다. [사진 국방부 기자단]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를 이용해 야간사격 조준을 하는 모습. 야시경을 통해 녹색 광선(레이저)가 보인다. [사진 국방부 기자단]

 
야간사격을 위해 실내사격장 불을 껐다. 야시경을 켜자 온통 녹색 세상이었다. 야간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긴 광선을 전방으로 쐈다. 옆에 선 조교의 지시대로 레이저 광선을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올리면서 표적지 중앙에 다다랐다 싶을 때 방아쇠를 당겼다. 역시 표적지 중앙 부근에 탄착군이 그려졌다.
 
‘현역 때 사격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며 기분 좋게 사로에서 나왔다. 그러나 체험에 참가한 다른 기자도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심지어 사격을 처음 해봤다는 여기자의 성적도 훌륭했다.
 
육군은 초보자라도 워리어플랫폼을 장착한 총으로 사격을 하면 명중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지며, 야간사격에서도 명중률이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워리어플랫폼을 이용한 야간사격(왼쪽)과 주간사격 성적. 이철재 기자

워리어플랫폼을 이용한 야간사격(왼쪽)과 주간사격 성적. 이철재 기자

 
적보다 먼저 쏘고, 적 총탄을 막아줘 
 
김용우 총장은 “앞으로 국방개혁 2.0과 저출산으로 병력이 줄어든다. 용사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자원”이라며 “모든 용사가 워리어플랫폼을 갖출 경우 적보다 먼저 쏘고, 적의 총탄에서 방어할 수 있어 유사시 생존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UAE 파병 아크부대원들이 지난 6월 25일 환송식에서 신형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상태로 내부 소탕작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장병들은 민간에서 개발한 조준경, 확대경 등 18종의 검증된 장비를 착용하고 시범을 보였다. [사진 육군]

UAE 파병 아크부대원들이 지난 6월 25일 환송식에서 신형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상태로 내부 소탕작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장병들은 민간에서 개발한 조준경, 확대경 등 18종의 검증된 장비를 착용하고 시범을 보였다. [사진 육군]

 
이처럼 천하무적의 군인을 만들어주는 워리어플랫폼도 문제점이 있다. 그 하나가 배터리다. 전자장치는 전기가 필요하며, 배터리는 다 쓰고 나면 전쟁터에서 다시 충전하기 여의치 않다. 미군의 경우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배낭이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으로 생산하는 장비를 연구하고 있다. 성일 부장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배터리 문제는 곧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조준경의 배터리 용량이 48시간인데 5만 시간 쓸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됐다”고 말했다.
 
육군 워리어플랫폼의 각종 장비와 장구를 설명한 도표. [자료 육군]

육군 워리어플랫폼의 각종 장비와 장구를 설명한 도표. [자료 육군]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육군은 2022년까지 워리어플랫폼을 보병용, 전투지원부대용, 특수부대용으로 나눠 보급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워리어플랫폼을 개량할 계획이다. 그런데 수십 만의 병력에게 워리어플랫폼을 보급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김용우 총장은 “유사시 우리 용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워리어플랫폼을 가급적 빨리 갖추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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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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