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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는 '고3 시험지 유출'···경찰이 못 밝힌 4가지 의혹

중앙일보 2018.08.12 05:00
광주 모 고교에서 유출된 고3 1학기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시험지의 사본. [연합뉴스]

광주 모 고교에서 유출된 고3 1학기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시험지의 사본.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진 고등학교 3학년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의혹은 그대로다. 경찰이 핵심 의혹들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다.
 
12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모 고교 행정실장 A씨(58)와 이 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인 의사 B씨(52ㆍ여)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 건조물 침입 등 세 가지다. B씨에게는 이들 혐의 중 건조물 침임을 뺀 두 가지를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과 7월 각각 치러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두고 모든 과목 시험지를 훔쳐 B씨에게 전달한 혐의다. B씨는 A씨에게서 건네받은 시험지 사본을 컴퓨터로 편집해 고3 아들 C군(18)에게 ‘기출 문제’라며 줬다.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자녀를 둔 학교운영위원장이 행정실장과 짜고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자녀를 둔 학교운영위원장이 행정실장과 짜고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가성이었다. 정년을 약 2년 앞둔 A씨에게 금품 말고는 뚜렷한 범행 의도가 보이지 않아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부인했다. A씨는 “B씨가 의사가 되길 바라는 아들의 성적이 크게 떨어져 걱정스럽다며 부탁해와 안타까운 마음에 시험지를 복사해 줬다”고 진술했다.
 
B씨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B씨는 “A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실제로 들어줄지는 몰랐다. 대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증거를 찾지 못해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또 다른 의혹은 과거 범행 여부다. 아들이 1학년 때 운영위원을 맡은 B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과거에도 시험지 유출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경찰은 3학년 1학기 시험지만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데다가 시험지를 훔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자료도 없어서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제3자의 개입 의혹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중간고사 모든 시험 과목인 7과목, 기말고사 모든 시험 과목인 9과목의 시험지를 B씨에게 넘겼다. B씨는 이 가운데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추려 직접 한글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뒤 아들 C군에게 줬다. 이 문제를 누군가 풀어줬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은 ‘C군이 그 정도 문제는 풀 수 있다’는 학원 교사와 과외 교사의 진술을 토대로 제3자 개입이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C군이 시험지 유출을 몰랐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어머니 B씨는 중간고사 때 편집을 거쳐 약 15문제에 이어 기말고사 때도 약 15문제를 아들에게 전달했다. 어머니가 준 모든 문제가 중간고사에도 그대로 출제되고 기말고사에도 나왔는데 ‘기출 문제’라며 문제를 주고받았다는 모자의 주장을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수사 지적에 대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수사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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