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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만 국민 취급 못 받는다”는 소상공인들의 호소

중앙일보 2018.08.10 00:16 종합 30면 지면보기
영세 자영업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최저임금 때문이다.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는 어제 서울 광화문에 ‘소상공인 119 민원센터’를 열었다. 소상공인들이 서로 어려움을 얘기하고,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해 대국민 서명을 받는 공간이다. 천막 안 곳곳에는 ‘2년 새 29% 인상! 최저임금 제도 개선!’ 등의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임대료나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운동연대의 설명은 이렇다. “최저임금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당장 인건비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간판·인테리어 교체를 비롯해 각종 운영·거래 비용이 다 오른다. 값이 오르니 수요는 줄 것이다. 간판 만드는 자영업자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 서로 거래하는 소상공인 모두가 2중, 3중으로 악영향을 받는다. 나라 전체 일자리도 불안해질 것이다.” 운동연대는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최저임금 폭탄으로 다 죽어간다. 우리만 국민 취급 못 받는다”고 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법 규정을 무시했으니 재심의해야 한다”는 중기중앙회 등의 주장은 무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그저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재심의 요구를 거부했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소상공인들 말처럼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린 악영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러니 “고용노동부 장관 안중에 고용은 없고 노동만 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대통령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불과 두 달 전 80%를 넘었던 지지율은 어제 58%로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다. 가라앉은 경기와 미진한 전기요금 할인 등도 원인이지만, 애초 하락을 주도한 건 최저임금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와대와 정치권에 변화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신임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그제 라디오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 비서관은 “지금 자영업자들이 위기인데, 여기서 최저임금이 2년에 걸쳐 30% 가까이 오른다. 이는 목까지 물이 차 있는 상황에서 입과 코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용(자유한국당)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최저임금을 2년에 한 번 조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친정부 인사 일색이어서 ‘기울어진 운동장’ 소리를 듣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모두 국회가 추천하고, 근로자·사용자 위원에 영세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 대표 등이 많이 참여하도록 하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 등이 골자다.
 
한참 늦은 일이지만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다. 힘없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겠다”며 불복종 운동까지 펼치게 한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려 소상공인들을 대거 전과자로 만드는 현행 제도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지불 능력을 감안하고, 업종별·지역별 특성까지 고려해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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