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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특권 기무사' 힘뺀다더니…안보사 더 큰 괴물 만드나

중앙일보 2018.08.10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기무사 개혁
폭염 속에 핫 이슈 중심에 섰던 국군기무사령부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꾸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단 마무리되는 듯하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에 관한 수사는 한 달 더 지속된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고 계엄령 임무 수행에 지정된 부대까지 수사 중이다. 하지만 기무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에도 국방부가 발표한 기무사 개혁방향은 미봉책으로 보인다. 기무사의 후신이 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또다시 정치에 활용될 소지를 남겨 둬서다. 
 
이번 계엄령 문건 사태는 기무사가 자초한 면이 짙다. 기무사가 지난 60여년간 특권의식에 갑질해온 대가이기도 하다. 기무사 행태에 대한 군 내부 및 민간 반발과 현 정부 불신 등 십자포화를 맞은 결과다. 기무사는 1979년 전두환의 12·12 쿠데타를 도운 원죄도 있다. 그런데도 지난 6일 국방부가 발표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령안에는 기무사가 또다시 특권의식을 가질 수 있는 독소 조항과 위헌 소지까지 포함돼 있다. 이대로면 세월이 지난 뒤 기무사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무사의 특권의식은 육군본부 특별조사과가 한국전쟁 때인 1950년 10월 육군 특무대로 바뀌면서 생겨났다. 당시 일본 관동군 헌병 출신 김창룡이 초대 특무대장으로 공산당 척결에 맹활약을 하면서다. 안하무인 격인 김창룡의 횡포는 도가 지나쳤다. 그 때문에 그는 56년 부하였던 허태영 대령에게 살해됐다. 육군 특무대는 60년 방첩부대로 바뀌었고 중앙정보부 창설을 주도했다. 방첩부대는 72년 보안사로 확대되면서 권력의 중심에 섰다. 12·12 사태 때 전두환의 쿠데타 성공에 결정적인 지원을 했다. 보안사는 1991년 윤석양 사건으로 기무사로 개칭했지만 이미 한국 현대사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실제 보안사 출신들이 대통령(노태우)과 감사원장, 안기부장, 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 대거 등용됐다. 그런 과정에서 기무사 요원들에게 특권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들의 특권의식은 기무사에 오래 근무한 실무 요원인 준사관과 부사관을 비롯해 장교에까지 잠재해 있었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이런 의식과 권력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권력은 대통령 독대에서 나왔다.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을 제치고 대통령에게 군과 관련된 동향을 직접 보고했다. 그 속엔 장관 동향까지 포함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취임 직후 기무사에 동향보고 중지를 지시했는데도 기무사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군과 방산 동향 등을 보고했다고 지난달 13일 청와대가 밝혔다. 국방부 장관의 말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러니 일반 부대에서 기무사의 위세는 말할 필요가 없다. 한 예비역 장성은 “참모총장 행사에 기무사 장교가 조언이라면서 일일이 간섭하는 건 예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에 못마땅했던 일부 장교들은 회의 때 기무사 장교를 배제시켰다가 보복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오는 14일 국무회의에 제출될 대통령령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안에는 기무사가 국방부 장관을 배제하고 대통령에 독대할 근거를 남겨두었다. 이 안의 제4조(직무)①항3호는 ‘대(對)국가전복에 관한 정보’를 수집·작성 및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 기무사의 ‘대(對)정부 전복’ 임무는 ‘국가’로 확대했다. ‘대정부 전복’은 단순히 쿠데타를 방지하는 것이지만 ‘대국가 전복’은 극우·극좌·공산세력 등이 나라를 통째로 뒤집는 상황을 차단하는 임무다. 앞으로 안보지원사가 국가 전복 예방 임무를 수행하려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안보지원사의 민간 사찰 개연성도 있다. 청와대 보고 기회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기무사의 과도한 활동을 차단하고 비정치화하려는 현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무사에 오해 소지가 있는 임무는 주지 않고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해 일임하는 게 맞다.
 
또한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엔 쿠데타가 가능하지도 않다. 군대가 쿠데타에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그 첫 번째가 군내에 강력한 사조직인데 현재까진 군에 그런 조직이 없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지원했던 하나회가 이미 숙정됐고 그 아류인 알자회는 조기에 제거됐다. 더구나 요즘 장교들은 민주적 사고가 몸에 배어 있어 쿠데타 조짐이 있으면 즉각 신고할 분위기다. 두 번째 조건은 통신문제다. 12·12 때만 해도 유선전화 뿐이어서 쿠데타를 실행하기 전에 군인의 영외 출입을 금지하고 전화선을 차단하면 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군 간부들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어 쿠데타 모의를 언제든 외부에 알릴 수 있다. 쿠데타를 모의할 땐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따라 차량에 기름 주유 등 다양한 출동 준비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저절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 쿠데타에 동원되는 병력이 1000명이고 각 개인마다 99%의 의지로 비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비밀이 유지될 확률은 10만분의 4에 불과하다. 결국 쿠데타 모의는 99.99% 사전 누설로 외부에 공개돼 도리어 제압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안보지원사의 쿠데타 방지나 대국가 전복 임무는 삭제하는 게 옳다.
 
설치령(안)에는 위헌 소지와 법률 위반 내용도 있다. ‘(안보지원사) 감찰실장은 2급 이상 군무원, 검사 또는 고위 감사공무원으로 보한다’(제7조 ②항)는 대목이다. 헌법은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74조)로 규정하고, 해당 법률인 국군조직법은 ‘국군에 군인 외에 군무원을 둔다’(제16조)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국군이란 군부대를 말한다. 따라서 군부대인 안보지원사에는 검사나 공무원을 둘 수 없는 게 현행법이다. 군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안보지원사에 검사·공무원을 두려면 현 국군조직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군의 조직과 편성을 법으로 정한 것은 특정 정부가 자의적이고 독선적으로 국군을 운영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다.(임천영의 『군인사법』) ‘군사안보지원사령부’라는 명칭도 실제 기무사의 임무에 비해 너무 포괄적이다.
 
이처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으로 비화된 기무사 존치 논란으로 작성된 안보지원사 설치령은 문제가 많다. 비정치화하고 기능을 축소하려던 기무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기무사를 또다시 정치화될 수 있는 기관으로 남겨두려는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졸속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불을 끄려는 급한 마음에 물 대신 휘발유를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기무사를 폐지해 임무를 재배정하든지 보안·방첩·신원조회로 임무를 국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번 안보지원사 설치령은 다시 한번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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