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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전해주던 단발머리와 올림머리

중앙일보 2018.08.09 20:00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6)
공연 내내 열정적이던 앞자리 올림머리 여인. [그림 홍미옥(by 갤럭시 노트5/ 아트레이지)]

공연 내내 열정적이던 앞자리 올림머리 여인. [그림 홍미옥(by 갤럭시 노트5/ 아트레이지)]

 
단발머리를 목청껏 불러대는 올림머리 소녀(?)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비가 내리던 넓은 경기장은 우레 같은 함성과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내 앞에는 '단발머리'를 목청껏 따라 부르는 중년의 '올림머리'가 서 있다.
 
그날은 가왕이라 불리는 슈퍼스타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여기저기 펼쳐진 좌판과 노점상의 호객 소리는 마치 흥겨운 시골의 잔치마당을 보는 것 같았다. 몇십년은 족히 됨직한 초등동창회를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눈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가 하면, 때 이른 술잔을 권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에게 콘서트 티켓을 선물했을 착한 딸과 그런 딸의 마음에 뿌듯하고도 남았을 엄마, 계 모임에서 단체로 매표한 듯한 한 무리의 들뜬 사람들, 그리고 우리 부부처럼 뒤늦게 풀린 티켓을 겨우 구해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게으른 사람들 등등 슈퍼스타를 만나러 가는 길목은 그렇게 마냥 즐겁고도 설레는 외출이었다. 모두 편하게 떠들어댔고 그 소리가 또 싫지만은 않았던 비 내리던 오월의 밤.
 
너무도 열광적이던 앞자리 중년 여인
무대와는 제일 먼, 좁고도 어설픈 좌석이라 공연을 즐기기에 영 마땅치 않았던 난 딱딱한 의자와 비와 섞인 시멘트의 알 수 없는 냄새에 엉뚱한 날씨 타박을 하며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에 헐레벌떡 도착한 앞 좌석의 중년 부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분주하다. 여기가 공연장인지 결혼식장인지 분간을 못 하게 공들인 올림머리 여인과 궂은 날씨임에도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이내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올림머리 여인은 노래가 울려 퍼질 때마다 사이사이 어찌나 적절하게 함성을 질러대는지 처음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야~~ 꺄~~ 오빠~~" 등등 여인의 함성과 환호는 주위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크고 우렁찼다. 그 앞에선 그런 아내가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이리 찍어주고 저리 찍어주고 있는 남편이 있다. 가끔 같이 환호성을 질러 주기도 하면서. 아내의 소녀 시절 우상을 함께 바라보며 환호하는 너그러운 그 남자의 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앞도 뒤도 옆도 모두 행복하고 씩씩한 표정으로 함성을 질러대는 거다. 마치 내가 언제 허리가 아팠으며 무릎이 불편했던가 또는 언제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리고 힘든 생활에 찌들었냐는 듯이 저마다의 추억을 불러내어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어제까지 어린 손주를 돌보았거나 매실청이나 오이지를 담그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통에서 흥정을 벌였을지도 모를 일상의 중년들, 또는 다가오는 결제일에 한숨 쉬었을 우리 가장들이었을 게다.
 
그렇다면 오늘은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을까? 식장에서 입었을 한복을 알록달록 등산복으로 쓱싹 갈아입고, 머리엔 미장원에서 꼽아준 구슬 달린 머리핀을 꼽고 온 걸 보니 말이다. 또 옆의 여인은 주섬주섬 배가 불룩한 가방에서 자꾸만 뭘 꺼내고 있다.
 
뭘까? 오호~ 정성스레 손글씨로 쓴 '오빠'를 향한 마음이 종이 위에 수줍게 앉아있다. 그리고 지붕도 없는 공연장 맨 앞 잔디밭에선 내리는 장대비를 맞아가며 그네들의 청춘을 다시 만끽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비록 세월은 흘러 '단발머리'를 따라 부르던 그 소녀는 올림머리와 편하기가 제일이라는 등산복패션으로 이 자리에 서 있고 학교 앞 주점에서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며 치기 어린 푸념을 했을 젊은이는 어느새 흰머리가 더 많이 보이는 오갈 데 없는 아저씨가 되어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반세기 동안 저 자리에 있어 주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의 우상인 '용필 오빠. 용필 형님'과 함께하는 단발머리들인 거다. 그의 노랫말처럼 '내 청춘에 건배!'를 외치면서 말이다. 함께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아빠도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다
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 잠실 주경기장 (1). [사진 홍미옥]

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 잠실 주경기장 (1). [사진 홍미옥]

 
누군들 힘들지 않았을까? 누군들 좌절하는 순간이 없었을까? 그때마다 일으켜주고 달래준 건 거창한 위로도 무엇도 아닌 바람처럼 스쳐 가는 짧은 노랫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 잠실 주경기장 (2). [사진 홍미옥]

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 잠실 주경기장 (2). [사진 홍미옥]

 
혹자는 그저 인기가수의 공연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두 세시간 즐기다 오는 거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세게 내리는 장대비에도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던 세상의 엄마, 아빠들은 그렇게 빠져들고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았다. 한때는 소녀였고 청년이었으며 누군가의 열혈팬이었던 그네들의 인생에 힘차게 ‘Hello!’를 외치면서!
 
비 내리던 오월의 밤은 그의 팬클럽에서 내 걸은 '비처럼 젖어 들었습니다. 햇살처럼 스며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유난히도 아른거리던 밤이었다. 그리고 나도 한번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바로 이거. "기도하는~~~ 꺄~~~"
 
[오늘의 드로잉 팁]
이번 그림은 아트레이지 앱을 이용해서 그렸다. 오늘은 자주 애용하는 브러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앱의 도움말로 들어가면 다양한 브러시 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 이번 그림에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건 오일 브러시다. 그러니까 유화 붓이란 말인데 정말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올려놓은 듯한 질감표현이 가능하다.
 
유화 브러시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유화 브러시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위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오일 브러시의 속성을 선택하면 섞어 쓰기나 문지르기 등 여러 기법이 가능하다.
 
튜브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튜브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튜브 모양의 툴을 선택해서 마치 물감을 짜듯이 올려놓은 뒤
 
나이프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나이프 툴 사용의 예. [사진 홍미옥]

 
나이프를 이용해 문지르면 아주 근사한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이 가능하다. 하지만 눈으로 읽는 설명보다는 한 번씩 사용해보는 걸 권장한다. 잘못 그려져도 삭제가 세상에서 최고로 쉬운 게 스마트폰 그림의 특징이니까!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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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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