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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아코디언 들고 버스킹, 우린 실버 청춘

중앙일보 2018.08.09 06:00
[더,오래] 인생환승샷(54) 교직생활 후 보람찬 노후 생활을, 이광수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초등학교 교직 생활을 하던 시절의 사진. [사진 이광수]

초등학교 교직 생활을 하던 시절의 사진. [사진 이광수]

 
해방둥이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전쟁을 맞았다. 철도경찰 신분이던 아버지가 지방 빨갱이에 붙잡혀 학살당하셨다. 이후 여러 명의 삼촌·고모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사는 대가족의 종가 종손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2007년 8월 말에 정년으로 퇴임했다.

2010년 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2011년 11월 암으로 5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아내와 사별한 후 외로운 시간을 잊기 위해 2012년 3월 초부터 노인종합복지관의 기공체조반과 영어 중급반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회원들과 시설이 생소하여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자 회원들이 많아 서먹서먹하고 쑥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게 됐다. 
 
선배의 부탁을 받고 2014년 6월부터 영어 초급반 강사로 회원들에게 봉사를 시작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을 다 같이 낭송한 후 영어공부를 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 동요를 같이 부른다. 나이는 70~80이 됐지만 마음만은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노래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봉사의 보람을 느꼈다. 
 
아내를 잃고 집에서 생활한 지 3년이 거의 되는 늦은 가을 어느 날 좋은 사람을 소개받고 2015년 5월 재혼해 지금은 복지관에 같이 다니며 오카리나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복지관 오카리나반은 2014년 5월 중순경 첫 수업을 시작했다. 
 
2018년 7월 6일 아산시 노인종합복지관 카페 개점 기념행사 및 작은 음악회 공연 모습. [사진 이광수]

2018년 7월 6일 아산시 노인종합복지관 카페 개점 기념행사 및 작은 음악회 공연 모습. [사진 이광수]

 
1주일에 한 시간 열성적인 강사님의 지도아래 처음에는 운지구멍을 잘 막지 못하고 손놀림도 느려 이상한 소리가 울렸으나 끊임없이 연습해 지금은 맑고 고운 소리로 합주한다.
 
지난해 10월 아산시 주최 평생학습 한마당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을 때 회원들 모두 기쁨에 넘쳐 어린아이처럼 소리 질렀다. 오카리나반의 연주 실력이 알려진 후 행복 아산 시민강좌 식전공연, 이웃 교회 청춘 대학, 복지관 회원 생신 잔치 축하공연에도 초청받아 연주했다.

또 우리 노인이 직접 거리공연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실버와 버스킹을 합쳐서 ‘실버스킹’이라 이름 짓고 복지관 오카리나반, 아코디언반, 우쿨렐레반 회원들과 같이 신정 호수공원에 가서 산책 나온 시민들 앞에서 바위섬, 홀로 아리랑 등을 오카리나로 연주했다.
 
4월에 어르신 자서전 쓰기를 신청했다. 비록 글솜씨는 없지만 지나간 나의 삶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서전 원고를 작성하며 몇 개월 씨름해 자서전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도 했다. 
 
새봄을 맞아 복지관 수업이 없는 날, 뒷산에 올라가 낙엽 썩은 흙을 파다 분갈이 한 화분에 여러 가지 봄꽃을 화원에서 사다 심었다. 텃밭에 완두콩, 옥수수 씨앗도 파종한 후 1주일에 한 번씩 밭에 가서 풀도 뽑아주며 정성 들여 가꾸었다. 무럭무럭 자라 꽃도 피고 열매가 풍성히 열려 이웃들과 정다운 친지들에게 정도 가득 담아 나눠 주었다. 
 
인간 100세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복지관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골라 신청하여 취미생활과 운동을 하며 이제 남은 노년을 건강한 몸으로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도 심고 계절에 따른 꽃도 가꾸며 즐겁게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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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더오래 더오래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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