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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400명, 평균연령 62세…60에 취직해도 새내기죠

중앙일보 2018.08.08 12:00
[더,오래] 인생환승샷(52) 새 직장에서 만난 워라밸(work-life balance), 전순옥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소양강댐 에서 에버영코리아 동료들과 함께. (앞 줄 좌측이 글쓴이) [사진 전순옥]

소양강댐 에서 에버영코리아 동료들과 함께. (앞 줄 좌측이 글쓴이) [사진 전순옥]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영어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올해 환갑인 내가 환승해서 3년째 다니는 직장은 워라밸의 선두에 있다. 시니어를 특화한 IT 전문회사 에버영코리아로 하루 4시간 30분만 일하는 평균 연령 62세의 400여명 직원이 다닌다. 근무시간대도 개인이 선호하는 새벽, 오전, 오후, 저녁을 선택할 수 있다.
 
직원들은 채팅에서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은어나 초성어에도 익숙하다. 업무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다양한 콘텐츠에서 유해물을 걸러내는 일인 까닭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맡겼던 업무를 2013년 한국으로 옮겨와 시니어 30명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간 회사는 4개 사업장으로 확장하고 약 15배에 이르는 고용을 창출했다.
 
삶에서 행복하고 기쁜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반면에 워라밸이 되지 않아 엄마, 딸, 직업인으로서 힘들기도 했다. 환승 전후를 돌아보니 평탄한 인생도 새삼 그러했다.
 
 전문잡지 취재기자로 근무 중 서문여고 교감이자 주말에는 한국등산학교 학감을 맡은 선배님을 취재 인터뷰 하는 모습. (1993년 봄, 36세 시절) [사진 전순옥]

전문잡지 취재기자로 근무 중 서문여고 교감이자 주말에는 한국등산학교 학감을 맡은 선배님을 취재 인터뷰 하는 모습. (1993년 봄, 36세 시절) [사진 전순옥]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15년 이상을 잡지사의 객원기자로 일해 온 내게 콘텐츠는 친구이자 전문 영역이다. 새로운 매체 인터넷의 업무를 다루는 회사를 알게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직진한 이유다.
 
회사가 집에서 가까워 출퇴근 시간에 걷기운동을 겸한다. 운동하며 월급도 받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일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 근속 연수를 더할수록 기부 금액도 올릴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열린 마음의 동료들을 얻은 것이다. 사실 대인관계는 나이 불문하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의외로 기대 이상의 기쁨을 주기도 한다. 특히 동료들의 다양한 인생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내게 큰 격려, 용기, 열정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나는 방송 분야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과거에 가지 못한 방송의 길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으로 가능하게 된 세상이다. 간단히 1인 방송도 가능하고 Youtube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할 수 있다. ‘좋아요’와 댓글도 달아주겠다는 격려를 동료에게서 받은 바 있다.
 
초등학교 진로교육 현장 에서 재능기부 중인 글쓴이. [사진 전순옥]

초등학교 진로교육 현장 에서 재능기부 중인 글쓴이. [사진 전순옥]

 
그렇다고 직원들이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콘텐츠의 정글에서 AI(인공지능)가 분별하지 못한 것을 걸러내야 한다. 시력과 집중력도 필요하고 노동강도도 있다. 다만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업무의 긴장이나 경제적 여유를 능가한다.
 
중년까지의 나는 육아의 조력자 문제로 혹은 노부모의 와병으로 일을 축소, 중단해야 했다. 일의 성취감은 컸으나 아흔을 바라보던 엄마의 복통을 소화불량으로 여겨 사경을 헤매게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잡지사 일로 밤샘하느라 가보지 못했는데 담로결석이었던 것이다. 자칫하면 죽을 때까지 자책하고 살 딸을 구제하고 엄마는 5년을 더 사셨다. 노환이라 시술로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일을 그만둔 딸을 보는 엄마의 안타까움 속에 나는 어느새 시니어가 되어 있었다.
 
워라밸이 있었다면 도망가듯 일을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시니어의 역량을 응원하는 에버영코리아를 만나 청정 인터넷 바다를 그리며 항해한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 나의 환승 경험이 일을 찾는 시니어에게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길 소망한다. 임금은 조금 적더라도 워라밸과 함께 하는 열린 마음, 용기, 열정은 시니어를 영원히 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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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더오래 더오래팀 필진

인생환승을 꿈꾸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더,오래'를 만듭니다. 물리적인 환승은 물론, 정신적인 환승까지 응원합니다. 더,오래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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