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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세금 폭탄, 금리 상승, 입주 홍수에도  겁없는 서울 집값...악재가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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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세금 폭탄, 금리 상승, 입주 홍수에도 겁없는 서울 집값...악재가 안 통한다

중앙일보 2018.08.08 03:28
8·2대책이 발표 1년을 맞은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8·2대책이 발표 1년을 맞은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강인 지난해 8·2부동산대책 1주년을 맞은 시점에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하다. 8·2대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주춤하던 상승세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고개를 드는 것은 정부의 규제 악재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이 더는 큰 악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지난달 초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주 대상 지역인 강남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종부세 개편안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개편안이 3주택 이상 보유자 위주로 강화되면서 시장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는 11만 명이다. 전체 27만여 명의 40%다. 이들이 낸 종부세는 평균 190만원이다. 
 
1,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는 평균 각각 49만원, 83만원으로 3주택 이상 보유자보다 훨씬 적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도에 따라 재산세·종부세 모두 뛸 수 있지만 시장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갑자기 오를 경우 보유세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이 큰 변수로 남아있지만 마찬가지다. 국내 경기가 위축돼 인상 속도와 폭이 당초 시장 우려보다 더디고 작다. 지난해 11월 한 차례 오른 뒤 변동이 없다.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불확실하다. 실제 과거 2005년과 2010년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8번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고 그 뒤 떨어졌다. 금리 인상 효과보다 금융위기 영향이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5번 올렸을 때는 가격이 내려갔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2009년 ‘반짝’하던 상승세가 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2010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악재 안개가 다소 걷히며 지난해 8·2대책이 낳은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출·양도세에 이어 종부세에 이르기까지 다주택 보유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다주택자 수요 감소로 전체 수요는 줄었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주택 공급이 이보다 더 감소해 ‘초과수요’ 상태다.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 매물이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 4월부터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세율이 10(2주택자)~20%포인트(3주택 이상 보유자) 가산돼 세금이 크게 늘었다. 매도할 생각을 하고 있던 다주택자는 4월 이전에 대부분 처분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에 집을 갈아타기 위한 매물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집을 갈아탈 경우 새집을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당장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각종 규제 속에 주택 수요자는 신중해졌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취득세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 1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한번 사면 장기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집값 전망이 밝은 ‘똘똘한 한 채’에 몰릴 수밖에 없다. 저렴한 집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입지여건이 좋고 가격 안정성이 높은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출 규제에도 자금은 여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지난 5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부동자금 1100조원이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거래가 많지 않아도 한두 가구 거래로 집값이 뛰게 된다. 지역·단지에 따라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진다.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 급증 
 
서울 주택시장 앞에 이미 지방을 휩쓸고 수도권 외곽까지 올라온 ‘입주 쓰나미’가 기다리고 있다. 준공해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하반기부터 급증한다. 하반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4000여 가구로 상반기(1만1000여 가구)의 2배가 넘는다. 2020년까지 반기 입주물량이 평균 2만 가구 정도다. 2013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반기 평균 입주물량(1만3000여 가구)보다 50% 이상 많다.
 
입주 급증은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주요 악재다. 2016년부터 지방 아파트값이 약세를 띤 데 입주 급증이 한몫했다.  
 
하지만 서울 주택시장이 받을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서울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이 96.3%로 주택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이나 지방은 105%를 넘어섰다. 지난해 주거실태 조사 결과, 서울 거주 일반가구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가구가 48.3%로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 평균 자가보유율은 61.1%다. 서울 주택시장에 주택 대기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과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었는데 가격이 더 오르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2007년 3만800여 가구에서 2008년 5만6000여 가구로 50% 넘게 급증했지만 아파트값은 전년(7%)보다 더 많이 올랐다(7.1%). 2014년에도 2013년(2만3000여 가구)보다 60% 더 많은 3만7000여 가구 들어섰는데 서울 아파트값은 2013년 하락세(-1.3%)에서 상승세(2.0%)로 반전했다.    
자료: 한국감정원 부동산114

자료: 한국감정원 부동산114

대개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매물이나 처분하려는 기존 주택 매물이 시장에 공급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집값 상승 기대감이 강한 상황에서는 보유 심리가 강해 늘어난 입주 물량만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적다. 
 
여기다 올해부터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2년 이상 거주해야 1주택자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많이 올라 비과세 혜택을 받지 않으면 양도세가 상당하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에서 매물이 드물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종부세 강화, 금리 인상, 입주 급증 등의 악재가 당장 서울 주택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앞으로 2~3년간 누적되면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 하나 
 
정부가 서울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불안한 양상의 서울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규제 강도가 가장 센 투기지역을 확대하는 정도다. 전달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0.16%)의 1.3배 초과라는 투기지역 기본 요건에 맞는 지역은 이달 들어 서울 25개 구 중 19개 구다. 이중 현재 투기지역이 아닌 곳이 동작·중·동대문·종로·구로·중랑·서대문·성북·은평·관악·금천·강북·도봉구 등 13곳이다. 요건으로는 기존 11곳을 포함해 서울 대부분을 투기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투기지역은 이미 시행 중인 각종 규제에 주택담보대출 건수(1건) 제한만 더하는 정도여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미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집값 기세가 꺾이지 않은 곳이 많다.
 
8·2대책 한계가 수요 억제 대책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를 최선으로 꼽는데 기존 주택을 매물로 유도해 공급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외부 공급에 해당하는 준공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외부 공급을 늘리면 자연히 시장 유통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중장기적인 신규 주택 공급 전망이 불확실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2만7000여 가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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