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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때문에 초인종 눌렀다간 경찰에 잡혀갈 수도

중앙일보 2018.08.07 13: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14) 
층간 소음과 관련된 갈등은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포토]

층간 소음과 관련된 갈등은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포토]

 
행복한 공동체 주거를 위한 협동조합 모임에서 공동주택의 소음문제를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층간 소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례가 봇물이 터진 듯 쏟아져 나왔다.
 
공동주택에서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당하는 사례는 대체로 유사해 토론하는 내내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층간 소음과 관련된 갈등은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런데 사례 중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었다. 위 아랫집 간에 발생하면 대개 가해자는 윗집이고 피해자는 아랫집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윗집에서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아랫집으로 내려와서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고 그리 큰 소리를 내지도 않는데도 시끄럽다며 지팡이 같은 걸로 바닥을 쾅쾅 내려쳤다고 한다.
 
아파트 민원의 대부분은 층간 소음 문제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문제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사진 freepik]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문제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사진 freepik]

 
천장을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이나 오디오 소리를 크게 틀어 놓은 것도 아니라 소음이 전달될 요인이 없는데도 윗집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윗집의 터무니없는 항의에 시달리다 못한 아랫집이 결국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문제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 간의 다툼과 그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층간 소음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처럼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 간에 발생하는 민원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이나 엘리베이터 벽에는 원망이 가득 담긴 민원성 글들이 자주 붙는다. 밤늦은 시각에 벽에 못 박는 소리, 아이들이 뛰는 소리, 가구를 끄는 소리, 청소기 덜거덕거리는 소리 등 대부분의 민원은 소음문제다.
 
그런데 원인 제공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담배 연기가 대표적이다. 담배 연기는 유입되는데 어느 집이 출처인지 알아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 집에 폐가 좋지 않은 가족이 있으니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는 걸 자제해 달라는 민원인의 글은 절박하다.
 
못을 박는 소리도 원인 제공자를 찾기 힘들다. 아파트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재료의 밀도가 높아 소리가 잘 전달된다. 바로 윗집에서 공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몇 개 층 위나 아래 혹은 옆 세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윗집인 줄 알고 잘 못 항의하게 되면 그동안 쌓인 감정까지 폭발해서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층간 소음으로 항의하고 다투는 일이 잦아져 이웃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중앙포토]

층간 소음으로 항의하고 다투는 일이 잦아져 이웃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중앙포토]

 
밤늦게 개 짖는 소리도 심각하다. 요즘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어느 집에서 개가 짖기 시작하면 아파트 전체 개들이 합창으로 짖어댄다.
 
반려동물로 인한 위생 문제와 주민을 위협하거나 물 수 있는 위험은 반려인이 주의하고 잘 관리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에게 밤엔 짓지 말라고 교육하기가 쉽지 않으니 개 짖는 소리를 둘러싼 비반려인 주민과의 갈등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듯 공동주택에선 주민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더 어렵게 만드는 갈등 요인이 많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기보다 항의하고 다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웃 간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다. 윗집에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대면하고 항의하다 보면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때로는 인터폰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윗집에 올라가거나 인터폰을 하지 않고도 복수(?)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돼 있다. 아랫집 천장에 붙이고 작동시키면 윗집 바닥으로 “쿵쾅쿵쾅”하고 소리가 전달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치고받고 한다면 문제 해결은 멀어지고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질 것이다.
 
공동주택은 한 덩어리, 이웃에 대한 배려는 필수    
이웃과 구조체를 공유하는 공동주택은 배려가 절실하다. [중앙포토]

이웃과 구조체를 공유하는 공동주택은 배려가 절실하다. [중앙포토]

 
공동주택은 단독주택과 달리 위와 아래, 양쪽 옆으로 이웃집이 딱 붙어있는 구조다. 우리 집 천장이 곧 윗집 바닥이고 우리 집 바닥이 아랫집 천장이다. 옆집과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렇듯 공동주택은 벽이나 바닥으로 이웃과 분리되어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한 덩어리며 그것은 바닥이나 벽을 이웃과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 두께도 안되는 콘크리트 구조체를 공유하면서 우리는 원수처럼 살기도 하고 이웃으로 살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택 유형 중에 공동주택 비중이 70%를 넘었다. 앞으로 공동주택의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다. 공동주택이 단독주택을 모아놓은 단순 구조체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하는 행복한 공동체 주거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구조체를 공유하는 위, 아래, 좌우 이웃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공유는 배려를 전제로 한다.
 
손웅익 건축가 badasp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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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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