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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뒤흔든 '저승사자'···이번엔 SK하이닉스 찍었다

중앙일보 2018.08.07 11:45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주가의 ‘저승사자’로 다시 등장했다.
 

SK하이닉스 6일 주가 4.68% 급락
배경은 모건스탠리 매도 보고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2위도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휘청

6일 SK하이닉스는 하루 새 4.68% 급락하며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9만원을 넘나들던 SK하이닉스 주가를 8만원 아래로 끌어내린 건 모건스탠리의 종목 분석 보고서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모건스탠리는 5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 ‘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목표 주가를 7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외국인 투자자가 먼저 반응했다. 6일 외국인 매물 폭탄에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했다.  
 
모건스탠리가 국내 반도체 주가에 ‘저승사자’ 역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 평균’으로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29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이유는 SK하이닉스 건과 비슷했다. 2019년 이후 닥칠 반도체 공급 사태 등을 목표 주가 하향의 배경으로 밝혔다.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27일 하루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5.08% 추락했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언급한 종목 분석 보고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이 쏟아진다. 그런데 모건스탠리는 보고서 한 건으로 국내 시가총액 1ㆍ2위 기업 주가를 뒤흔들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SK하이닉스를 두고 ‘비중 축소’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적정 주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24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21곳(87.5%)이 ‘매수’를 추천했다. 나머지 3곳 증권사(12.5%)도 ‘중립’ 또는 ‘보유(hold)’ 의견을 냈다.  
 
이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적정 주가는 8만9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현재 주가를 훌쩍 뛰어넘는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넘치는 가운데 나온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6일 급락했다. [AP=연합뉴스]

모건스탠리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6일 급락했다. [AP=연합뉴스]

이유는 또 있다. 한국에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위의 기업이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신흥국에 위치한 여러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모건스탠리 같은 글로벌 IB에서 보고서를 자주 내놓진 않는다. 그만큼 보고서 한 건, 한 건 나올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영향이 크다. 그리고 6일 ‘매도’ 보고서를 낸 모건스탠리 자체에서도 SK하이닉스 매물을 쏟아냈다.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상황이 그날 외국계 기관 투자가 사이 벌어졌다.
 
하지만 7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의 충격을 딛고 반등했다. 오전 11시 32분 현재 전일 대비 0.88%(700원) 상승하며 8만100원에 거래 중이다. 하루 만에 8만원선을 회복했다.
 
국내 증권사에선 여전히 SK하이닉스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다시 고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며 “끝없이 오를 줄 알았던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다고 하니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모양”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비수기에 제품 가격이나 실적이 주춤한다고 해서 이를 수요가 좋지 않다고 해석하는 건 너무 과한 오해”라며 “높아진 이익 체력이 유지될 수만 있어도 그동안 저평가됐던 밸류에이션(기업 적정 가치 대비 주가)은 정상 범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IB) 의견이 갈리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전망도 나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차세대 모바일D램. [중앙포토]

반도체 업황에 대한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IB) 의견이 갈리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전망도 나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차세대 모바일D램. [중앙포토]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속하는 고점 논란이 있지만 미세 공정화(Tech migration)의 어려움 가중, 서버 수요의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타이트한 D램 상황이 풀릴 국면이 아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3.5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싼 IT 종목이 SK하이닉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삼성전자 전례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적정 주가를 28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당시 삼성전자 적정 주가를 놓고 국내 증권사 사이 300만원대 전망이 넘치던 때다. 그때도 대부분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를 낙관했다.  
 
이런 전망과 달리 이날 오전 11시 32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4만6600원이다. 50분의 1 액면분할을 생각한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모건스탠리 예상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낙관론과 ‘매수’ 의견만 넘치는 국내 증권사 보고서보다 외국계 투자자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해외 IB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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