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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 언론 플레이한 적 없다"…‘정치특검’ 언급한 김경수에 맞불

중앙일보 2018.08.07 11:29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달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 사망 후 관련 브리핑 중 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달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 사망 후 관련 브리핑 중 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습니다"
 
7일 오전 출근길에 앞서 같은 건물 1층 커피숍을 들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는 "여권 등 일부 정치권에서 '특검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다소 표정이 굳어진 허 특검은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수(51) 경남지사가 6일 오전 특검에 출석하며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 특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자 허 특검이 하루 만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치권에선 "허 특검이 김 지사를 망신주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특검팀을 겨냥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허 특검, '정치특검' 비판에 불쾌감 
허 특검의 이날 발언에는 정치권 공세에 대한 특검팀의 오랜 불만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 특검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수사팀을 소집해 '입단속'을 하고 내부 제보자가 있는지 찾았다고 한다.
 
입단속에 내부 유출 있는지 확인하기도 
특검팀 관계자는 "아침 회의 때마다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주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외부로 유출된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주기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련)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에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뉴스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주기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련)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에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뉴스1]

실제 대부분의 특검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전화를 걸면 바로 끊거나 문자 메시지로 거절하고 직접 만나 물어도 피의 사실과 관련한 질문은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10번 전화를 걸면 한 번 정도 받아 "수사 중인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바로 끊는다. 
 
기자들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주변 인물과 피의자, 참고인들의 변호인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소득을 얻는 경우가 드물다. 하루에 한 번 있는 박상융 특검보의 정례브리핑에서 궁금한 것을 쏟아내도 보통 돌아오는 대답은 "확인해줄 수 없다"이다. 
 
특검법상 특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국민의 주요 관심사인 경우가 많아 언론 대응은 특검팀 입장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여론의 지지 없이 '대형 사건'의 수사 동력을 이어가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허 특검이 내부 입단속을 강조하며 정치 공세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허 특검의 개인적 성격과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의 투신 이후 느끼는 정치적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특검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특검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특검은 수사 개시 첫날 직접 브리핑에 나서 "사건은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월드컵 축구가 아니다"며 "수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취재진에게 말씀드리겠지만 나머진 정석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 구속영장? 앞서가지 말라" 
허 특검은 7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언론 플레이'에 대한 질문을 제외하곤 수사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지사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서만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답했을 뿐이다.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또한 노 원내대표의 투신도 허 특검이 언론과 더 거리를 두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허 특검은 노 원내대표 사망 후 브리핑에 나서 "부고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 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직접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이후 언론에서 특검팀이 정의당 관련 수사를 이어간다고 보도하자 허 특검은 그 주 모든 정례브리핑을 취소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허 특검이 자신이 앞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것에 답답해했다"고 했다. 실제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 사망 후 정의당 관련 수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허 특검은 "언론에 정의당 수사 언급은 일절 하지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제 남은 수사는 사실상 김 지사뿐이고 김 지사를 수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난 40여일간 확보한 증거가 말해주고 있다"며 "허 특검의 지시대로 남은 수사 기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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