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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말려 죽인다…수출 봉쇄, 석유도 곧 차단

중앙일보 2018.08.07 08: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부활을 이란 정부가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부활을 이란 정부가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부활하기로 한 데 대해 이란 측이 “협상을 하려거든 칼부터 내려놓으라"고 비난했다. 이란 핵합의 준수 입장을 밝혀온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조치에 유감을 표하며 ‘제재 무력화법'으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EU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할 능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벌써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이란과 거래 기업 등 제재 복원…11월엔 원유 수출 금지
EU '제재 무력화법' 맞불 "기업들, 美 정부 상대 손배소 허용"
FT "유럽 판사들, 그런 판결 해본 적 없어 효력 미지수"
이란 원유 수입 3위 한국도 비상…국제 유가도 급등세

 특히 한국도 지난해 기준으로 이란과의 교역 규모가 중국·EU·인도 다음으로 크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ㆍ개인도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 1분(한국시간 7일 낮 1시 1분)부터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다. 이에 따라 이란은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자동차·금속·금·철강·석탄·알루미늄 등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란은 미국과 유럽산 항공기도 구매하지 못한다고 BBC가 보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사업을 종료하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는 심각한 결과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제재에 이어 11월 5일 미국 정부는 이란의 석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이란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막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성토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란을 고립시키고 경제적,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이란 경제는 달러화 대비 리알화의 가치가 50% 이상 하락하는 등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물가와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국민은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을 비난하며 여러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11월에 이란의 생명줄에 해당하는 원유 수출이 금지되면 경제적 타격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제재 부활에 항의하는 이란 시위대. [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제재 부활에 항의하는 이란 시위대. [AP=연합뉴스]

 미국의 조치에 대해 프랑스·독일·영국 외무장관은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것은 국제 협약을 존중하는 것이자 국제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U는 미국의 제재로 손해를 입는 기업들이 EU 회원국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제재 무력화법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
 
 EU의 제재 무력화법은 1996년 만들어졌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부터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이란 제재 부활을 앞두고 해당 법안을 보완해 대처에 나선 것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운데) [EPA=연합뉴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운데) [EPA=연합뉴스]

 
 하지만 외교관들과 법률가들은 EU가 유럽 기업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한 EU 관계자는 “EU 회원국 판사들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판결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란에 계속 투자하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측은 11월 미국의 추가 제재에 앞서 EU 회원국들이 원유 수입 대금을 이란중앙은행에 직접 지불하는 것을 포함해 재정적 흐름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관련한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서 회원국 기업들을 제외해달라는 EU의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일정한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으로부터 일정량이 에너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일본이나 인도 같은 국가들에 대해 제재를 유예해 줄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우리의 목표는 이란으로부터의 석유 수입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것처럼 “최대한의 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하지만 이란 정권의 악의적인 활동 전체를 다룰 포괄적 협상에 도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사신을 보내지 않았느냐. 이란 어린이들과 국민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때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먼저 칼을 놓으라"고 요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러면서 원유 수출 금지를 앞두고 유럽의 실질적인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란의 원유 수입에서 중국, 인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란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들도 상당수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출발하는 미 항공모함. 이란 군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이 해협의 봉쇄를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출발하는 미 항공모함. 이란 군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이 해협의 봉쇄를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이란 군부는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란 핵합의는 동맹인 EU 국가들이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데다 한국도 파장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적인 파장이 일고 있어 극적 돌파구가 열릴지, 파국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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