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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장사에 자긍심 갖는 서울상인 선정해 전통시장 활성화”

중앙일보 2018.08.07 00:02 7면
‘전통시장 살리기’의 모습이 진화하고 있다. 처음엔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번듯한 간판을 달아 겉모습을 치장했다. 다음엔 축제·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 대형 유통마트에 가려 좀처럼 빛을 못 봤다. 이번엔 서울시가 아이디어를 냈다. 전통시장의 근본인 ‘상인’을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서울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롤모델이 될 만한 상인을선정해 그의 성공 스토리를 알린다. 큰돈을 투자하지도, 상인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없지만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서울특별시청무교동청사에서 오승훈(사진)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을 만나 ‘서울상인’ 사업에 대해 들었다.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

‘서울상인’ 기획 배경은. 
“지난해 지역상권활력센터장을 맡고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전통시장 활성화를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데도 활기 넘치던옛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였다. 겉모습과 시스템은 정비했지만 시장의 근본이 되는 ‘상인’이 변하지 않았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 노하우나손님을 대하는 태도 문제가 아니다. 장사꾼이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자긍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자긍심을 높이고 도전에 대한 동기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사람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기분과 매너가 달라진다. 정장을 입으면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졌다거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그에걸맞은 언행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상인’을 선정해 사회적으로 박수 받는 모습을 보여 서울의 모든 상인이 위상이 높아지는, 즉 ‘정장’을 입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기존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과 다른 점은. 
“매출처럼 눈에 보이는 성공도 중요하지만 상인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받는‘인정’과 ‘존경’에 목말라 있다. 이들은 평생을 꼭두새벽부터 일하며 열심히 살았지만돌아오는 건 무시와 홀대라는 생각이 강하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한 ‘전통시장 살리기’ 관련 사업 또한 ‘시장과 상인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초점을맞춘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잘못된 점을 짚어주고 개선점을 찾아 대형 유통마트에 대적할 만한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사업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상인의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서울상인’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고자 한다. ‘서울상인’에 선정돼도 상금을 주거나 가게를 홍보해주는 등의 지원은 전혀없다. ‘서울상인’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현판을 하나 주면 끝이다. 오히려 시간을 내강연을 다니고 콘텐트를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
 
상인의 반응은. 
“지난달 18일 첫 번째 ‘서울상인’으로 선정된 김창선(서울시 홍제동 인왕시장 ‘달래상회’)씨를 수상하고 그의 강연을 듣는‘2018 서울상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김창선씨의 아들이 직접 시상을 하고 이웃 상인의 가족이 남긴 영상 메시지를 보여주는등 상인들에게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상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감동적이었다. 다시 한번 열심히 장사하겠다’였다. 이들은 초심을 일깨워줘 감사하다며 자신도 ‘서울상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전해왔다. 김창선씨 또한 며느리에게 ‘아버님이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다.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서울상인’이 벌써부터 상인의 마음 깊은 곳을울리는 것 같아 뿌듯하다.”
 
‘서울상인’의 향후 활동 계획은. 
“시장의 상인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강연하는 전형적인 교육은 하지 않을 것이다.우선 ‘제1호 서울상인’인 김창선씨의 스토리를 짤막한 영상이나 기사 형식으로 만들어 연재하려고 한다. 상인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용할계획이다. 하반기에 ‘서울상인’을 추가로 선정해 기존에 기획한 9명의 ‘서울상인’이 모두 모이면 이들의 장사 노하우와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 마음 장사꾼(가제)을 출간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가 목표다.”
 
다음 ‘서울상인’ 선정은. 
“‘서울상인’의 선발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상반기에도 훌륭한 후보자가 많았지만 모두 선정하지 못해 하반기에 8명을 뽑는다. 상반기에는 약 200개 시장에 2만여장의 추천 카드를 배포해 상인에게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계속진행하면 특정인을 후보자로 만들려는 외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추천 카드를 만들지 않고조사원이 직접 시장을 다니며 상인의 말을청취할 계획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인이 홀대 받지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상인 대부분은2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하고 자식을 길러낸 인내심을 가진 분들이다. 이들의 노력과훌륭함을 알려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고싶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게 꿈’이라는 자식의 말에 ‘대단하다’며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둘째는 전통시장의 성장이다. 핵심은 손님의 만족도를 높여 단골손님을 만드는 데 있다. 손님의 숫자보다는시장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상점을 두루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인과 손님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할 생각이다. 셋째는 ‘서울상인’의 브랜딩이다. ‘서울상인’은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상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 언젠가는 세계적 상인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상인이 ‘서울상인’의 정신을배우러 오지 않을까.”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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