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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실직 후 충전, 은퇴설계 강사로 다시 뛴다

중앙일보 2018.08.05 20:00
[더,오래] 인생환승샷(44) 하루아침에 퇴직당한 뒤 은퇴설계 강사로, 김경철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2015년 3월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과정에서 강의중인 모습이다. [사진 김경철]

2015년 3월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과정에서 강의중인 모습이다. [사진 김경철]

 
2011년 12월 22일. 회의 중에 사장님이 부른다는 호출이 왔다. 회의를 잠시 멈추고 사장실로 갔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애써 침착하려 헛기침만 했다. 바로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무작정 고속버스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그제야 참고 참았던 눈물이 확 쏟아졌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강제로 퇴직당한 데 대한 창피함을 나 스스로 견딜 수 없었고, 3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나를 내쫓았다는 배신감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신변을 정리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퇴직 전 동부건설 근무 당시 찍은 사진이다. [사진 김경철]

퇴직 전 동부건설 근무 당시 찍은 사진이다. [사진 김경철]

 
이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자’고 결심했다. 25여 년 배워서 30년을 먹고 살았다. 앞으로 40년을 더 먹고 살려면, 최소한 3~5년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전된 배터리로는 시동을 켤 수 없다. 이것저것 배우다 보면 분명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거라 확신했다.
 
동부건설 재직 시 센트레빌 고객과 독도 사랑 캠페인차 독도 탐방을 했었다. 첫째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나다. [사진 김경철]

동부건설 재직 시 센트레빌 고객과 독도 사랑 캠페인차 독도 탐방을 했었다. 첫째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나다. [사진 김경철]

 
2012년 3월부터 컴퓨터, 창업스쿨, 웰다잉, 귀농, 인문학 등 다양한 교육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는 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교육장에서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날까 걱정돼 아는 사람이 없으면 슬쩍 뒷자리에 앉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자기 계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창피함은 사라졌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경력을 살려 경영 컨설팅 분야에 관심이 갔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은퇴 설계 관련 강의를 들을 때마다 뭔가 희망에 가득 차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천성적으로 활력이 넘칠 뿐 아니라 감추지도 못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은퇴설계 강사가 되기로 최종 결심했다.
 
나의 강의 제목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다. [사진 김경철]

나의 강의 제목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다. [사진 김경철]

 
2012년에 교육을 1064시간 수강했다. 관련 책도 읽고, 강의 실습도 하면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바쁜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고시에 응시해도 합격하겠다”는 농담도 했다. 내 진로를 나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니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전혀 몰랐다.
 
6년 전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고 절망감에 사로잡혔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나의 강의 제목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다. 나는 은퇴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100세 시대 응원단장’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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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더오래 더오래팀 필진

인생환승을 꿈꾸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더,오래'를 만듭니다. 물리적인 환승은 물론, 정신적인 환승까지 응원합니다. 더,오래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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