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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잡고 쾌승? 고수는 올인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8.08.05 12: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8)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박’이란 말을 좋아한다. 대박은 한 방에 횡재하는 것이다. 신데렐라처럼 일약 스타덤에 올라서는 것도 대박이다. 이런 대박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에서는 대박심리를 금기시한다. 대박을 기대하다가 쪽박을 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박의 확률
대박의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만큼 적지만 세상에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pixabay]

대박의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만큼 적지만 세상에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pixabay]

 
세상에서 대박을 내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같은 케이스다. 영어교사였던 마윈은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일약 세계적인 부호가 되었다.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다. 그는 성공하려면 자기처럼 인터넷을 활용하라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알리바바와 같은 대박은 잘 나오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날 정도라고 할까. 이곳저곳에서 대박이 터지면 좋으련만 대박의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만큼 적다. 그러니까 대박을 내려고 꿈꾸는 것은 기대가 깨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가 있다. 젊은 세대들은 월급 받아서 언제 집 사고 부유하게 살겠느냐고 한다. 시니어들은 정상적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우니 한탕 튀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나 비트코인에 묻지 마 열풍이 분다. 
 
우리의 경제 현실로 보면 대박에의 꿈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대박심리에 사로잡혀 무리한 투자를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주변에서 보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넘어가 무리수를 두고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둑의 대박 작전
집 차지 경쟁인 바둑에서도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중앙포토]

집 차지 경쟁인 바둑에서도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중앙포토]

 
집 차지 경쟁인 바둑에서도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둑에서의 대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편의 커다란 대마(大馬)를 사로잡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상대방이 투자해 일궈놓은 땅을 한 방에 부숴버리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이런 대박 작전은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바둑에서 대마를 잡는 것은 전쟁에서 적의 대군을 사로잡고 대승을 거두는 것과 같다. 대마를 잡는 순간 포로의 몸값과 영토 등 엄청난 전리품이 따라온다. 그래서 대마가 잡히는 순간 상대방은 항복하는 수가 많다. 또 다른 대박 작전은 상대방의 영토 즉 집을 일거에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잔뜩 투자한 곳을 한 방에 무로 돌려버리니 이것도 엄청난 대박이다. 
 
바둑에서 하수들은 이런 대박 작전을 좋아한다. 물론 고수들도 대박을 좋아한다. 하지만 고수는 대박을 노리는 방법을 여간해서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대마를 잡고 이기면 통쾌하고 이익도 크지만, 실패하면 손해가 크다. 대박을 내려고 하다가 실패하면 이쪽이 패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수들은 승부수를 써야 할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올인 전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 
 
점진적 증식
바둑 고수들은 저축하듯 조금씩 집을 늘려가는 방식을 쓴다. [중앙포토]

바둑 고수들은 저축하듯 조금씩 집을 늘려가는 방식을 쓴다. [중앙포토]

 
바둑 고수들이 대박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저축하듯 조금씩 집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즉 한 방에 횡재하려고 하지 않고 자산을 점차 증식시켜가는 방식을 쓴다. 예를 들어 40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45집, 50집과 같이 조금씩 늘려가는 식으로 한다. 
 
물론 프로기사 중에도 대박 전법을 쓰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대마 킬러나 강펀치와 같은 별명을 가진 싸움꾼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 이들이 대마를 잡고 쾌승을 거둘 때 팬들은 환호한다.
 
그런데 이들 대박 스타일 기사들은 실패할 때 비참한 패배를 당한다. 흔히 하는 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수가 많다. 심하면 회복 불능의 형세가 되어 돌을 거두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고려하여 고수들은 조금씩 자산을 늘려가는 안정적인 운영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운영이 아마추어의 눈에는 답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방에 쪽박을 차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정수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두어 나가다 보면 생각지 않은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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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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