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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보려고 결혼했나요? 어쩌면 상대방은 후회할 수도

중앙일보 2018.08.03 14:41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28)
왜 우리는 종종 아내 혹은 남편을 이기지 못해 안달일까? [중앙포토]

왜 우리는 종종 아내 혹은 남편을 이기지 못해 안달일까? [중앙포토]

 
“스스로는 후하면서 왜 나한테는 그렇게 기준이 엄격해.”
나름 배려심 많은 아내일 거라 자신감 가득했던 결혼 초반, 남편에게 듣고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한마디입니다. 물론 처음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다시 한참을 생각하게 했던 말입니다.
 
아내와 싸울 때면 연애 시절 사진을 다시 챙겨본다는 SNS에 올라온 한 남자분의 글을 읽으니 남편의 그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그분은 달콤했던 시절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한 번씩 아내와 맞서고 싶을 때면 연애시절 사진을 다시 꺼내보라 권합니다. 그럼 맞짱 뜰 생각이 사라진다며 말입니다. 그분의 '맞짱 뜨고 싶을 때'라는 표현에 웃음이 나면서도 공감이 됩니다. 왜 종종 우리는 아내를 또 남편을 이기지 못해 안달일까요?
 
지금은 종영한 ‘힐링 캠프'란 프로그램에서 한 여배우가 방송에 출연한 법륜스님께 좋은 남자를 구별할 수 있는 법에 관해 물었습니다. 스님은 남자나 여자나 서로가 덕 보려 하기에 살아보면 손해 같이 느껴지는 것이 부부관계라 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우자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만 가진다면 결혼해서도 갈등이 없을 텐데 결혼을 통해 조금이라도 내가 덕을 더 보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죠. 그렇게 결혼 상대자의 기준을 높여 좋은 남편을 만났다고 손뼉 칠 때 정작 남편은 장가를 잘못 갔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덕을 보려는 결혼 아닌 덕을 주려는 결혼해야
더 큰 문제는 좋은 배우자를 찾았다 생각했는데 살다 보면 상대가 성에 안 찹니다.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하다. 내가 손해다. 이럴 바엔 헤어지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말이죠. "덕을 보는 결혼이 아닌 덕을 주는 결혼을 해라.” 스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부부가 있습니다.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라는 책 속의 주인공이기도 한, 일본에서 제일 달달한 노부부로 불린다는 히데코와 슈이치 부부입니다. 두 분의 나이는 합치면 178세. 결혼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어려움을 잘 극복하며 사랑을 키워왔습니다. 
 
퇴직 후 농촌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부부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신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4가지 비결도 스님의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의 주인공인 히데코, 슈이치 부부.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의 주인공인 히데코, 슈이치 부부.

 
1.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살기
2. 정면충돌 피하기
3.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기
4. 항상 서로 배려하기
 
이런 말 이제는 외우겠다 싶기도 하시죠? 하지만 몇십년을 함께 산 저희 부모님만 봐도 쉽지는 않은 일인 듯합니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몇십년을 살다 보면 화가 나는 순간이 없을 리 있나요. 그럴 때면 정면 싸움을 피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작은 쪽지로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었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최소한 20분의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좋지 않은 말은 조금 기다리며 생각한 후 쪽지를 통해 전하는 방법을 택한 히데코와 슈이치 부부에서 보듯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어쩌면 사랑보다 존중이 더 중요합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소통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서로가 생각하는 현재의 부부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둡니다. 그런데 그림 속 모습이,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담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모습이 다를수록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도 엇나가곤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 이름 3명은?
요즘의 고민은?
친척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은?
요즘 가장 필요한 시간은?
5년 후 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살면서 자랑스러운 일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은?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내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것들을 답해야 합니다. 내 아내, 내 남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아주 간단한 질문들이죠. 어쩐지 답을 써내려가며 살짝 언성이 높아지는 부부도 생깁니다. 
 
답할 수 없다면 귀찮다 피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한 번은 시간을 들여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주민등록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낭패 아니겠습니까.
 
자존심 건드릴 게 아니라 칭찬과 관심을 보여줘야 
많은 부부가 부부생활을 줄다리기로 착각하곤 합니다. 부부생활은 서로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해야 하는 줄다리기가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이인삼각입니다. 박자를 맞춰 같은 방향으로 발을 뻗지 않으면 금세 꼬여버립니다.
 
신경이 곤두서 대화를 나눌 때 서로가 바라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줄다리기하듯 상대 뒤의 남아 있는 줄의 길이를 확인하느라 바쁘진 않을까요? 서로를 바라보며 상대에 집중하느라 알콩달콩 정신없던 연애 시절의 시선과는 다를 겁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 해도 마주하고 있을 때는 내가 보는 것을 상대가 같이 보기 쉽지 않습니다. 보는 것이 같지 않으면 뇌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공감대를 찾기 더 힘들다는 말입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말을 주고받다 에잇 하고 등 돌릴 것이 아니라 이인삼각을 하듯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다 보면 대화가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막힌다 싶을 때는 가까운 강변이라도 찾아 함께 걸어보세요. 같은 시야를 공유하면서 말이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의 서로 다른 욕구도 기억해 주세요. 남성에게는 ‘칭찬’을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랑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전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남편에게는 칭찬의 말을, 아내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 주세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대표 voivod70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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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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