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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수영대회서 사망사고…法 "경기 감행한 수영연맹 책임 30%"

중앙일보 2018.08.02 15:26
지난 2016년 8월 20일 세종호수공원에서 열린 수영대회에 참가한 3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대회장에 접근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2016년 8월 20일 세종호수공원에서 열린 수영대회에 참가한 3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대회장에 접근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연합뉴스]

 
2년 전 세종시에서 수영대회에 참가한 30대 남성이 숨진 사건에 대해 폭염 속 경기를 감행한 세종시수영연맹의 책임이 30%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6년 8월 20일 세종 호수공원에서 열린 '제1회 세종시수영연맹회장배 전국 오픈워터수영대회'에는 수영동호회원 등 시민 132명이 참가한 행사였다. 대회 방식은 야외 호수에서 1시간 동안 1.5km코스를 수영해 돌아오는 거였다. 
당시 대회 방식은 야외 호수에서 수영을 해 1.5km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세종시수영연맹 대회개최요강 캡쳐]

당시 대회 방식은 야외 호수에서 수영을 해 1.5km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세종시수영연맹 대회개최요강 캡쳐]

 
대회를 주관한 세종시수영연맹은 성별·나이 등을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나눠 5~10분 간격으로 출발시켰다. 사고는 두 번째 그룹인 '30대 남성'들이 출발한 지 10여분쯤 지났을 때 벌어졌다. 한 남성이 물에 엎어진 채 안전요원들에게 발견됐다. 충청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한모(사망당시 39세)씨였다.
 
대회가 열린 날은 최고기온이 37.6℃까지 오르던 날이었다. 호수 수온은 오전부터 이미 32℃를 넘었고, 대회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한씨는 발견된 지 30여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잰 체온이 40.7℃였다. 병원에서 기록한 한씨의 공식적인 사망 시각은 그로부터 20분이 지나서였지만 당시 한씨를 병원으로 옮긴 119구조대 관계자는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대회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고 당일 대회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전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정재규)는 유족들이 세종시수영연맹(이하 수영연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지난달 4일 "수영연맹은 한씨의 아내와 아들에게 2억 340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종시수영연맹은 수영대회 주관자로서 대회 당일 기상조건이 수영경기에 적합한지를 점검하고, 사고에 대비한 구조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갖췄어야 함에도 이런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본 세종시수영연맹의 첫째 잘못은 폭염에 경기를 그대로 감행한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규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일 기온이) 수영경기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수영연맹이 대회를 중단하거나 코스를 단축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수영경기를 진행"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회 날 참가자들에게 보온복을 착용하게 했던 것도 문제였다. 당일 항의를 해 온 참가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필수착용'이 '선택착용'으로 바꾸긴 했지만, 한씨를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이 개최요강에 안내된대로 보온복을 입고 수영을 했다. 
 
재판부는 "수영연맹은 참가자들에게 열사병 위험을 경고하면서 보온복 착용을 제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보온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변경사항을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사고가 벌어졌던 세종시 호수공원. [연합뉴스]

사고가 벌어졌던 세종시 호수공원.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열사병에 대비한 구조장비나 안전요원 교육"을 사전에 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남았다. 재판부는 "대회 안전요원들이 한씨를 물에서 구조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서 "즉시 열사병을 의심하고 냉각요법 등 체온 하강을 위한 조치를 시행했어야 함에도 요원들은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출발지점에 한씨를 눕혀 놓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만 실시했다"고 봤다. "안전요원들로부터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받았을 경우 생존하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한씨의 죽음을 전부 수영연맹의 탓으로 본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수영연맹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무더운 여름날 한낮에 야외 호수에서 보온복을 입고 수영을 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한씨도 알았을 거라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한씨가 평소 체력·당일 신체상태·기후여건 등을 감안해 최대한 주의깊게 경기를 진행하면서 이상징후가 느껴지는 즉시 경기를 중단하였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면서 "수영동호회 회원으로 수년간 수영강습을 받아온 한씨가 높은 기온에서 보온복을 착용하고 수영하면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유족(원고)과 세종시수영연맹(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20일 확정됐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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