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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문지 떠났던 최승호·김중식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8.08.02 15:21
최승호 시인

최승호 시인

김중식 시인

김중식 시인

 

방부제가 썩는 나라
최승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울지도 못했다 
김중식 지음, 문학과지성사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떠났던 자들의 귀환이다. 나란히 같은 출판사에서 신작 시집을 낸 두 시인을 싸잡아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승호(64)와 김중식(51) 말이다. 오랜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냈다는 얘기다. 
 귀환의 형식은 김중식이 더 극적이다. 김중식은 지금도 시인과 시 독자 사이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회자되는 1993년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를 마지막으로 시 쓰기에서 멀어져 있었다. 신문기자로, 계약직 공무원(이란 문화원장)으로, 지금은 정당인으로 살고 있다. 생애 두 번째 시집 『울지도 못했다』를 옛날 그 출판사에서 낸 것이다. 
 최승호 시인은 한순간도 시 쓰기에서, 독자에게서 멀어졌던 적이 없다. 하지만 40년 시력(詩歷)의 초창기라고 해야 할 85년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 이후 문지 시집은 없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출판사를 옮겨 다녔다. 이번 『방부제가 썩는 나라』는 한 세대의 세월 만에 문지 시집이다. 
 때문에 문지 시인선을 아끼는 독자들은 반갑고 설렌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두 사람의 시집은 커다랗게 눈을 뜨고 읽게 만든다. 공부하고 감탄하게 한다. 
 
 최승호는 자신의 세계가 몇 차례 변화를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미당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다. 등단 초기 현실에 대한 관심에서 인간 내면 탐구, 이후 앞선 두 시기의 종합으로 이어졌다는 거였다. 시인의 보폭은 계속 넓어졌다. 말놀이에 관심을 기울여 동시집을 냈고, 한동안 생태시를 열심히 썼다. 불교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새 시집은 그 모든 순례의 종합판 같다. 문명 비판적이면서 직관이 번득이고, 시인 특유의 예민한 시선이 빛을 발한다. 물론 말의 선택과 배치에서 오는 재미와 함께. 
 '두 접시에 나눌 수 없는 외로움'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문어는/ 가슴이 없어// 시를 쓰지 못한다"가 전문인 짧은 시다. 문어가 시를 못 쓰는 이유는 알겠다. 두 접시는 무슨 소릴까. 작은 문어? 어떤 외로움은 시로 표현할 수도, 누구와 나눌 수도 없는 법이다. 
 '도마'를 읽으며 감탄했다. "대파 써는 소리인가// 도마 끝에 누워 있는 도미의 눈이/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도마', '도미'는 말놀이. 이런 관찰력은 경쾌하면서도 의미가 가볍지 않다.    
 재미있으면서 두뇌를 건드리는 시집이다. 
 
 김중식의 새 시집은 옛 시집과 겹쳐 읽게 된다. 여전한 점도, 달라진 점도 있는 것 같다. 
 첫 시집의 빛나는 한편 '황금빛 모서리'에서 시의 화자는 "아직 떠나지 않은 새"에 희망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모멸과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벗어나, 현란하게 날아갈 그곳이 어떤 곳이든 말이다. 새 시집의 화자들은 더 이상 지금 알지 못하는 대안의 삶, 모순과 고통이 없는 피안 같은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식의 감성이 두드러진다. 
 "이 세상 저 세상/ 부는 바람을 막지 못해/ 머물러도 떠돌아도 보았으나/ 가보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 게 아니었다". '방랑자의 노래'에서처럼 말이다. 
 다만 중년에 이른 시인이 바라는 희망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봄에 피는 꽃('물결무늬 사막')이나 신부(新婦)처럼 찾아오는 가을('기러기 떼 헛가위질하듯')에서 위안을 찾고자 한다. "후회 없는 삶은 없고 덜 후회스런 삶이 있을 뿐"('기차')이지만, "달빛 아래 채석강" "효창공원 김구 선생 동상 뒤 대리석 바닥" 같은 추억 어린 옛사랑의 성지를 찾아다니며('곤충 같은 사랑') 힘을 얻는 듯하다. 
 '밤바다 천리향' 같은 시는 묘사가 돋보인다.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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