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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사랑 효과? 할아버지에게 손주 양육 맡기면 좋은 점

중앙일보 2018.08.02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14)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와 손자역의 유승호군. [중앙포토]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와 손자역의 유승호군. [중앙포토]

 
느티나무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공짜라서
밝게 터진 영화관
쪽 구름에 활동사진 걸다가
할머니 무릎 베고 누우면
일인다역 주인공
머리 긁어 주시며 영사기 돌리셨어
그래서 그래서
추임새 따라 넣으면
요술 부채 바람에 주름살 깊이
괴기 청춘 영웅 교육 영화가
엿장수 맘대로
 
가슴에 첫사랑이 왔을 땐 할머니 대신
꽃들이 말 걸고 별들도 속삭였지
할미 손은 약손
바람도 따라 웃다가 한숨도 지었지
 
쑥 피운 연기에
눈물짓는 느티나무
언약 새기고도 떠난 사연 아는 체
따로 찾아와 등줄기 어루만지고 간다고
 
하늘엔 새털구름 양떼구름 할미구름
 
[해설] 어린 손자에게 손편지 125통 쓴 퇴계
조부모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걸 '격대(隔代)육아'라고 한다. [일러스트 김회룡]

조부모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걸 '격대(隔代)육아'라고 한다. [일러스트 김회룡]

 
최근에 손자·손녀를 돌본다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내 주변에도 자식을 키울 때보다 손주를 키우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고 자랑하는 할아버지가 많다.
 
조부모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 걸 ‘격대(隔代) 육아’라고 한다. 한 세대를 건너뛰어 육아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조부모가 손주들과 한방을 쓰며 육아하던 전통이 있었다. 퇴계 이황은 어린 손자를 손수 키웠으며 무려 125통의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한다. 이 밖에 조선 중기의 문신 이문건이 손자를 기르면서 16년간 쓴 육아 일기인 양아록이 전해온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 집에서 할머니와 두 분의 삼촌과 함께 살았다. 방 하나에 두세 명이 같이 자고 생활하며 공부하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방학 때가 되면 으레 시골 외가에 가서 지냈다. 외가는 마당이 넓어 각종 꽃을 심었으며 부엌 옆에 깊은 우물이 있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반주를 곁들인 저녁밥을 물리고 나서 외삼촌들과 나를 불러놓고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삼국지를 이야기할 때엔 마치 변사라도 되는 양 실감 나게 음성을 바꾸어가며 우리를 환상 속으로 이끌었다. 지금도 도원결의며, 삼고초려, 적벽대전 이야기는 귓가에 생생하다.
 
나보다 나이 어린 외삼촌과 놀다가 철없이 다투던 기억이며, 여고생이던 외숙모에게 오목과 바둑을 배우던 일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서울 토박이로 어린 시절 사촌들과 보내  
대가족이 한 집에 부대끼며 사는 게 당연했던 그 시절에는 딱히 어린아이를 누가 맡아서 키우는 게 아니었다. 여유가 되면 누구라도 알아서 업어주며 같이 놀아주었다. 마포 나루에서 서울 토박이로 자란 나는 숙부와 고모 댁이 바로 이웃이라 사촌들 간에 어린 시절을 함께 놀며 지냈다.
 
어린시절 숙부와 고모 댁이 이웃이라 사촌들과 함께 놀며 자랐다. [중앙포토]

어린시절 숙부와 고모 댁이 이웃이라 사촌들과 함께 놀며 자랐다. [중앙포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이웃에 사는 숙모의 모친께서 손자뻘인 어린 내게 늘 존댓말을 썼다는 것이다. 양반 가문의 종손이고 사돈 총각이라며 나를 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사양해도 큰일을 할 사람에게 당연하다며 존대했다. 그분을 뵐 때마다 나는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나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처신하리라 마음먹었다. 작은 체구에도 평소 품위가 있었으며 꼿꼿했다. 장수하다가 내가 고등학생 때 소천 하셨는데, 그날 정말 가슴 한편이 휑했다.
 
이와 달리 우리 자식 세대는 웬만하면 어려서부터 각방을 쓰고 자랐다. 그러니 누구와 함께 잠을 자는 일도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요즘 세대가 혼자 사는 데 길이 들어서 늦은 나이에 결혼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생활도 어색한 판에 하물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오죽하랴. 심지어 독박육아라는 말도 나돈다. 얼마나 힘이 들는지 이해가 된다.
 
또 이들은 뭐든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머리로 접근하려 든다. 연애든 결혼이든 취업이든 육아든 뭐든지 정답을 구하려 든다. 나름 엄청 아는 체한다.
 
그래서 현명한 신세대 부모는 격대 육아를 부탁하곤 한다.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여성은 아이가 인성이 풍부해지고, 건강상태가 좋아졌다고 인정하면서도 버릇이 없어지고 생활습관이 나빠졌다는 부정적 의견도 낸다. 그럼에도 약 70% 여성이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겼다고 한다.
 
여성 70% ‘격대 양육’ 원해  
격대 양육의 효과로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사회성이 높아지고, 성취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젊은 부모가 가르치지 못하는 지혜를 배운다고도 한다. 부모보다 손윗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아이가 비교적 공손하게 된다. 또 내리사랑이라고 아이가 더 진한 사랑의 감정을 배우게 된다.
 
조부모로서 아이를 기르는 원칙은 무엇보다 사랑을 흠뻑 주어야 한다. 4~5세까지는 두뇌발달이 미성숙하므로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 한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가 자신의 지혜를 주입하려 든다는 점이다. 노자는 덕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어린아이와 같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천진무구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린아이는 도리어 노인의 스승이다. 어린 손주가 내 스승이려니 하고 접근한다면 도움이 되리라.
 
조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 무엇보다 사랑을 흠뻑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조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 무엇보다 사랑을 흠뻑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놀이를 통한 몸과 정서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 어린아이 성장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게 거울 효과이다. 어린아이는 거울처럼 보호자의 몸짓을 그대로 흡수한다. 또 역도 성립한다. 양육자가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며 몸짓을 따라 하면 아이는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기쁨을 얻는다. 인간에게 제일 큰 기쁨은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거 아닌가. 인정욕구는 근원적 욕구이다.
 
양육자는 성장하는 어린아이에게 단계별로 위안자, 안내자, 보호자, 교육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 나쁜 아이가 있는 게 아니라 나쁜 부모가 있을 뿐이다. 또 나쁜 부모의 반대말은 좋은 부모가 아니라 놀아주는 부모라고 한다.
 
아이에게 판단하는 말투는 금물  
함께 놀아주는 부모는 놀이의 주도권과 시작과 끝을 아이에게 맡기되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도록 이끌면 된다고 한다. 이때 판단하는 말투는 금물이란다. 그저 사진을 찰칵하고 찍듯이 있는 대로만 이야기하고, 아이가 느꼈을 감정에 동조하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네가 서운했구나, 기쁘겠구나, 자랑스럽겠구나, 억울하겠구나, 겁이 났구나, 멋쩍었구나, 슬펐구나, 분했구나, 놀랐구나 등등.
 
이렇게 1차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줘 자기감정을 인식하게 하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애석하게도 우리 민족은 감정인식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감정을 감추는 게 좋은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감정을 조절하고 억제하는데 곤란을 겪는다. 복잡하고 다변화한 사회에서 감정적 갈등은 날이 갈수록 첨예화한다. 미투 운동도 결국은 정서의 무시에서 비롯한 것이다. 상대방의 정서를 인정하려는 자세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눈을 맞추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해주며, 일관성 있게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칭찬하는 말투가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며 아이의 성품을 살펴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넉넉한 마음이 격대 양육의 장점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조부모는 자신의 DNA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는 기적을 맛볼 것이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whata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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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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