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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주지훈 “코미디 재능 처음 알았죠”

중앙일보 2018.08.02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신과함께-인과 연’의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은 성주신(마동석 분)을 통해 고려 시대 무사였던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인과 연’의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은 성주신(마동석 분)을 통해 고려 시대 무사였던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작부터 신기록 행진이다. 1일 개봉한 저승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얘기다. 올해 초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이 1440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량’(2014)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 2편은 하루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신과함께’ 2편서 두드러진 활약
허세 가득한 자기도취형 캐릭터
전생 고려무사로 처절한 액션도

“관객들과 핑퐁하듯 연기 즐겼다
1·2편 동시 촬영은 새로운 경험”

전편에서 정의롭게 죽은 소방관 김자홍(차태현 분)을 보좌했던 저승 삼(三)차사(하정우·주지훈·김향기 분)는 이제 자신들의 환생을 위해 염라대왕(이정재 분)과 약속한 마지막 49번째 망자의 재판에 나서는데, 이승을 지키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통해 삼차사의 1000년 전 전생이 밝혀진다. 이런 2편에서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주지훈(36)이 연기한 차사 해원맥. 촐싹대는 허세와 신출귀몰한 칼솜씨는 전편 못지않고, 고려시대 최고 무사였던 전생 장면에선 운명에 맞서 처절한 액션을 펼치며 비애감 넘치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개봉에 앞서 만난 주지훈은 “‘신과함께’를 하며 배우로서 저를 드러내는 게 편해졌다”면서 “대중에게 보여준 적 없는 이미지를 시도하고, 새로운 반응을 얻으면서 마치 ‘핑퐁’하듯 저 스스로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전까지 그는 주로 예민하고 고뇌 많은 캐릭터를 맡아왔다. 최근작만 봐도 범죄 영화 ‘좋은 친구들’(2014)에선 친구 가족의 죽음에 연루된 보험사 영업사원, 액션 누아르 ‘아수라’(2016)에선 야망에 눈이 멀어 악덕 시장의 손발이 된 전직 형사로 분했다. 해원맥은 다르다. 악귀를 물리치며 투덜대고, 스스로의 멋에 한없이 도취되기도 한다. 그런데 주지훈에게 썩 잘 어울린다. 왜 이제야 보여줄까 싶을 정도다.
 
전작에 비춰보면 뜻밖의 캐스팅이다.
“김용화 감독님이 신기한 사람이다. 몇백 억짜리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제 작품을 한 편도 안 봤다! 촬영 중에 제가 이전 영화에서 느낀 감정을 설명하는데 감독님 눈에 동공지진이 나서 알게 됐다(웃음).”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끌어냈을지도 모르겠다. 코믹 연기에 소질이 있는 줄은 ‘신과함께’로 처음 알았다.
“저도 그랬다.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에서 처음 코미디를 했다가 흥행에 실패하곤 코미디는 나랑 안 맞나 보다,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대중이 제게 원하는 이미지도 명확지는 않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다고 느껴왔다. 수트 차림에, 겉은 차가운데 알고 보면 속은 따뜻한 ‘츤데레’ 역할(웃음). 특히 드라마는 캐스팅의 100 중 95가 그런 캐릭터로 들어왔다. ‘신과함께’ 하면서 표현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 김용화 감독님 특유의 개그코드가 저랑 의외로 잘 맞더라. ‘이건 안 될 거야’라고 저 스스로 그어왔던 한계가 여럿 깨졌다. 배운 게 많다.”
 
1·2편을 동시에 촬영한 것도 한국영화로선 처음인데, 어렵지 않았나.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 2편 엔딩을 1편 오프닝이랑 같이 찍었다. 지옥 장면은 거의 그랬다. 지옥 하나당 일주일씩 촬영이 잡히면 1·2편 분량을 연달아 소화하고 다음 지옥으로 넘어갔다. 시간상으론 한참 뒤에 벌어질 상황에 곧바로 몰입해야 했다. 전생의 사극 분량도 날씨 문제로 한꺼번에 못 찍고 현대 부분과 왔다 갔다 하며 촬영했다. 이미 아는 내용을 처음 들은 듯 리액션할 땐 자칫 가짜처럼 비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나드는 해원맥은 전생 장면에선 진중한 전사로 등장한다. 멜로 못지않게 절절한 감정신도 있다. 주지훈은 “감독님과 확실한 멜로 요소를 추가해볼까도 고민했다. 극 중에 제가 부상을 당해 웃통 벗는 설정을 집어넣으려 했는데 9주간 닭 가슴살만 먹고 몸만들기를 끝내던 날, 멜로는 빼기로 결정이 났다”고 귀띔했다.
 
지칠 때마다 힘이 돼준 건 “형들”이라고 했다. ‘아수라’의 정우성, ‘신과함께’의 이정재·하정우 등 영화로 만난 선배 배우들과 지금도 일주일에 네댓 번은 만난다고 한다. 술을 마시거나, 한강변을 몇 시간이고 함께 걷는단다. “형들이랑 얘기하며 생각의 한계도 많이 깨졌어요. 예컨대 왜 나는 괜찮은 소재, 재밌는 얘기를 떠올리고도 누가 출연시켜주기만 기다리고 있었을까. 영화는 뭔가 완벽하게 갖춰져야 시작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형들이 다 ‘한 줄 아이디어’로 출발하는 거라더라고요. 주위에 신뢰하는 제작자·감독·배우들이 이미 있잖아요. 제 능력치가 작가나 연출까진 아니고 좋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던지는, 음악에서 ‘코드 메이커’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두세 편 정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요즘 혼자 정리해보고 있어요.”
 
올 여름 극장가에서 그는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8일 개봉하는 첩보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에는 북한의 젊은 고위간부로 등장한다. 하반기에는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범죄 스릴러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과 넷플릭스 드라마도 있다.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는 이 드라마에선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조선의 왕세자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그에게는 데뷔 이래 가장 바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제 스타트라인에 설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연기는 타인과의 경쟁을 떠나서 스스로와의 긴 싸움이잖아요. 형들 말처럼 배우는 사십부터니까,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쌓아가려고요.” 올해가 배우로선 어떤 의미냐고 묻자 그가 들려준 답이다.
 
제작논의되고 있는 ‘신과함께’ 3·4편에도 출연할까. 그가 “당연히 한다”고 외쳤다.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요. 한국영화가 소재난을 겪고 있는데 ‘신과함께’는 이야기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잖아요. 드라마로 만들거나, 다른 영화의 세계관과 콜라보 할 수도 있어요. ‘신과함께’가 아니어도, 요즘엔 영화제작사끼리 기존 케이퍼무비 두 편의 세계관을 합친다든지 하는 논의가 많더라고요. 새로운 영화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해원맥의 스스럼없는 성격이 원래의 그와 더 닮은 건 아닐까. 그는 팔에 난 흉터를 두고 무심히 말했다. “(하)정우 형이랑 하와이 가서 한 24㎞인가 걷다가 강에 빠졌어요. 따개비에 긁혀서 꿰맸는데, 신경 안 써요. 맨날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서 잘 다치는데, 제 장점이 피부가 까매서 다쳐도 티가 잘 안 나는 거거든요.” 그가 소탈하게 웃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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