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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변하는데 졸고있는 비 외교

중앙일보 1988.10.31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내년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람은 아마 「해리·트루먼」이래 미국대통령으로선 가장 급격히 미국의 외교지도를 수정해야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는 과거 한 세대 동안 적과 우방에 대한 고정관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세계를 맞이할 것이다.

아시아국 부상 등 국제판도 달라져|대통령 후보조차 대안 없이 방관만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대통령선거전에선 미국이 당면할 이 같은 엄청난 외교적 도전이 거의 논의 조차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8일 90년대에 닥칠 변동에 대한 극히 초보적인 인식조차 없이 투표장에 나가게 된다.

「로렌스·이글버거」전 국무차관은 『우리는 지금 앞으로 1백년 후 역사가들이 「중대한 전환기」로 평가할 시기에 살고 있다. 이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 서방이 적절히 대응토록 하지 못하면 20년 후 이 문제로 우리는 산채로 잡아 먹히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변화는 놀랄만하다.

우선 경제발전 모델로서 공산주의 몰락과 소·연 내부에서의 급격한 개혁 움직임이다. 둘째는 국가의 안보와 복지의 척도로 단순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중요시되고 있는 점이다. 셋째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전세계적 확산, 넷째는 강대국간 충돌위험은 눈에 띄게 줄어 들고있는 점이다. 전쟁위험이 뚜렷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어 얼음이 녹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무한 소모전으로 보이던 이란-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끝나가고 있다.

10년 이상 끌어오던 앙골라·나미비아·캄푸치아·서사하라 지역의 분쟁도 기진맥진한 당사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를 갖기로 했다.

만약 차기 미 대통령이 이러한 세계추세를 장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그는 어느 날 아침 지구상에 전쟁의 포경이 멈췄음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이 줄어든 대신 국가간 경제분쟁이 거세어질 조짐이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5∼6개 미니일본의 미국에 대한 경제적 도전이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서유럽국가들은 일본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자로서 무역블록을 조직하고 있다.

학자들은 금세기 말까지 자유세계는 유럽·미주·일본 지배하의 아시아 등 3개의 경제블록으로 나뉘어 한정된 시장을 놓고 싸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고르바초프」가 지난 50년 동안 미 외교정책의 중심이 되어온 소련을 변화시키겠다는 연속극을 계속 펼치고 있음을 보면 다음 미 대통령이 직면할 과제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부시」나 「듀카키스」 두 후보 모두 앞으로 미국의 외교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부시」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외에 별다른 정책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는 「고르바초프」의 「새로운 사고」에 대해 『좀더 두고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냉전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를 꺼리고 있다.

「부시」는 최근 미주리주 풀턴에서 42년 전 고「윈스턴·처칠」의 「철의 장막」연설을 연상케 하는 연설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듀카키스」는 연설이나 토론에서 현재 세계에서 크게 일고있는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있지만 그 처방에 대해선 별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유세 장에서의 성조기물결과 탱크를 타는 기행보다는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일련의 국제정세의 변화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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