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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중앙일보 2018.08.01 00:11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우영 사회팀 기자

송우영 사회팀 기자

휴가로 떠난 북유럽에서 만난 한 30대의 한국 여행객은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인종 차별 의식이 강하지만, 겉으로는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당신에게 호의를 보인다고 해서 믿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나보다 몇 배는 긴 기자 경력을 가진 한 선배는 “얼굴을 마주하고 몇 분만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첫인상만으로도 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며 “만약 직업·고향 등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다면 처음 내린 판단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회사원인 친구는 “언론이 떠드는 덕에 우리나라에 오는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민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몇몇 극단적인 인식들이 오해였다는 것과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일단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이후에 그들이 자문화 중심주의와 여성 비하적 가치관을 드러낼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지난달 서울 금천구에 사는 A(24)씨는 편의점에 들어가 3만원을 요구한 뒤 종업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쳤다. 3만원을 편의점에 그대로 둔 채 체포된 이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범행 동기는 “교도소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몇 달 전 서울 관악구에 사는 B(44)씨는 골목길에 7000여만원 상당의 달러를 ‘그냥’ 버렸다. 근처 CCTV를 분석해 돈을 찾아주려던 경찰에게 그는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지만, 갑자기 답답하고 화가 나서 버린 것”이라며 한사코 돈을 돌려받길 거부했다.
 
제각각인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부단히 노력해 간신히 무지(無知)와 오해에서 벗어나도 여전히 명확히 알기 힘든 것들을, 우리는 너무 간단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마음가짐이 현실 문제에 해답을 주기 힘들다고 해서 당장 그럴듯해 보이는 한쪽을 선택한다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모호하지만 신중한 마음가짐이 더 현명하진 않을까.
 
송우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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