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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취자 응급실 폭행 … 정수리 맞은 전공의 동맥 파열

중앙일보 2018.08.01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새벽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진료차트를 작성하던 구미차병원 응급실 전공의를 폭행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지난달 31일 새벽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진료차트를 작성하던 구미차병원 응급실 전공의를 폭행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경북 구미시에서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 A씨가 전공의(인턴 1년차) 김모씨를 철제 트레이로 가격했다. 피해 전공의는 정수리를 맞아 동맥이 파열됐고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불과 한 달 전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재현된 것이다.
 

구미서 선배와 술 마시다 다친 20대
치료의사 갑자기 철제 트레이로 쳐

응급의료 방해사건 월 평균 74건
70%가 술취해 범행 … 방지책 시급

가해자 A씨는 이날 대학 선배와 술을 마시던 중 선배에게 맞아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폭행 전부터 침을 뱉고 웃통을 벗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김모 전공의는 A씨에게 응급 처치를 한 뒤 뒤돌아 선 채 진료 차트를 작성했다. A씨가 갑자기 뒤로 다가가 철제 트레이로 전공의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인 최승필 교수는 “정수리 쪽 동맥이 터져 순식간에 피 범벅이 되고 응급실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 전공의는 심한 출혈과 뇌진탕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입원했다. 가해자는 전공의 폭행 후에 입원 환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연행됐다. 최 교수는 “경찰 출동이 10초만 늦었어도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를 맞은 전공의는 동맥 파열로 피를 흘려 응급처치를 받았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머리를 맞은 전공의는 동맥 파열로 피를 흘려 응급처치를 받았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A씨의 폭행으로 다른 환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병원 응급실은 1시간 가까이 마비됐다. 실제로 응급의료 종사자들은 이러한 위험에 항상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이 3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폭행·기물파손·욕설 등 응급의료를 방해한 행위가 89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74건이다. 정부가 지난달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방해 행위에 대한 신고·고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폭행 당시 사용된 철제 트레이. [사진 대한의사협회]

폭행 당시 사용된 철제 트레이. [사진 대한의사협회]

지역 별로는 경기도가 1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105건)과 경남(98건)이 뒤를 이었다. 유형 별로는 폭행이 365건으로 최다였다. 폭언·욕설·위협이나 난동·성추행 등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는 주로 여성인 간호사가 38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254건)는 그 다음이었다. 보안 요원과 행정 직원, 119 대원 등도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환자가 737건(82.5%)으로 다수였다. 보호자(15.6%)나 환자·보호자 동반(1%)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술을 먹은 상태서 벌어졌다. 가해자 3명 중 2명(67.6%)은 주취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거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승희 의원은 “의료진 폭행·협박은 진료 방해로 이어져 자칫 다른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응급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료기관 폭력 근절을 위해 의료계가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데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정종훈·이에스더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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