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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번엔 구미서 응급실 폭행, 머리맞은 전공의 동맥 파열

중앙일보 2018.07.31 18:01
주취자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CCTV영상. [대한의사협회]

주취자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CCTV영상. [대한의사협회]

경북 구미시에서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31일 새벽 4시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 A씨가 전공의(인턴 1년차) 김모씨를 혈액 샘플을 담은 철제 트레이로 가격했다. 피해 전공의는 정수리 부분을 맞아 동맥이 파열됐고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가해자 A씨는 이날 대학 선배와 술을 마시던 중 선배에게 맞아 얼굴 찰과상과 머리에 1cm 정도 찢어진 상처가 생겨 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폭행 전부터 응급실 바닥에 침을 뱉고 웃통을 벗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피해 전공의는 가해자 맥박 확인과 응급 처치를 한 뒤 차트를 작성하려고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A씨는 뒤돌아 선 채로 차트를 작성하는 전공의 뒤로 갑자기 다가가 철제 트레이로 정수리 부위를 내리쳤다.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를 맞은 피해 전공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을 정도로 충격이 심했다고 한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인 최승필 교수는 ”정수리 쪽 동맥 혈관이 터져서 순식간에 피 범벅이 되고, 응급실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김 모 전공의는 심한 출혈과 뇌진탕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이 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한 상태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호소하고 있다. 가해자는 폭행 뒤에도 병원 로비 쪽으로 옮겨 배회하면서 입원 환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연행됐다.
주취자가 폭행 당시에 쓴 철제 트레이. [대한의사협회]

주취자가 폭행 당시에 쓴 철제 트레이. [대한의사협회]

최승필 교수는 “경찰 출동이 10초만 늦었어도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경찰도 가해자로부터 위협을 느껴 테이저건을 겨냥하면서 수갑을 채웠다. 현재 피해 전공의의 출혈이 심해 치료에 집중하고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전공의는 올해 3월 의사로 근무를 시작한 새내기 의사인데 이런 사고를 당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트라우마가 남을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A씨가 폭행을 휘두른 이후 이 병원 응급실은 1시간 가까이 마비됐다. 그새 코피가 멎지 않아 응급실을 찾은 6세 소녀 등 10여명의 나머지 환자 진료가 늦어졌다.
응급실 전공의가 주취자 폭행으로 피를 흘린 자국. [대한의사협회]

응급실 전공의가 주취자 폭행으로 피를 흘린 자국. [대한의사협회]

폭행 등 응급의료 방해, 지난해만 893건…경기도, 간호사 최다
실제로 의사ㆍ간호사 등 응급의료 종사자들은 이러한 위험에 항상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이 3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폭행ㆍ기물파손ㆍ욕설ㆍ협박 등 응급의료를 방해한 행위가 총 89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74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가 이달 들어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방해 행위에 대한 신고ㆍ고소 현황을 서면조사한 결과다.
 
응급실의 수난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경기도가 1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105건)과 경남(98건), 울산(76건)이 뒤를 이었다. 유형 별로는 폭행이 365건으로 최다였다. 폭언ㆍ욕설ㆍ위협이나 난동ㆍ성추행 등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는 주로 여성인 간호사가 38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254건)는 그 다음이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진료해야 하는 의사ㆍ간호사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 보안 요원과 행정 직원, 119 대원 등도 피해를 겪었다. 가해자는 환자가 737건(82.5%)으로 다수였다. 보호자(15.6%)나 환자ㆍ보호자 동반(1%)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술을 먹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가해자 3명 중 2명(67.6%)은 주취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거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승희 의원은 "의료진 폭행ㆍ협박은 진료 방해로 이어져 자칫 다른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응급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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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의협은 "전주의 응급실 주취자 폭행사건으로 의료계 단체 3개가 공동 성명을 낸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의료기관 폭력 근절을 위해 의료계가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종훈·이에스더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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