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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따라다니는 시위대···한여름 고성 오간 옥탑방

중앙일보 2018.07.31 11:35
서울 삼양동 주택가를 둘러보는 박원순 시장. 오른쪽 사진은 박 시장 퇴근길 혼잡 상황을 대비하는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2채널공감대TV 캡처]

서울 삼양동 주택가를 둘러보는 박원순 시장. 오른쪽 사진은 박 시장 퇴근길 혼잡 상황을 대비하는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2채널공감대TV 캡처]

“박원순 시장 때문에 시끄러운 게 아니라 선생님(시위대)들 때문에 시끄러운 거에요!” (서울 삼양동 주민)
“박원순이 여기 없으면 이런 일도 없겠죠!” (보수 단체 시위대)
 
30일 오후 8시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머무는 삼양동 옥탑방 앞에서 주민과 시위대의 말다툼이 일어났다. 지난주부터 박 시장의 출·퇴근 시간에 찾아와 규탄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 소음에 짜증을 낸 주민이 한마디를 꺼낸 것이다.
 
경찰이 이를 말리면서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 듯 이들은 먼 곳에서 서로를 향해 잠시 더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단체가 거의 매일 옥탑방을 찾아오면서 박 시장의 한 달 살이 체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박 시장은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방 앞에 평상까지 마련했지만, 사흘 넘게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사고에 대비한 경찰 20여 명도 함께 머물면서 옥탑방 앞 골목길은 혼잡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삼양동을 지역구(강북을)로 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옥탑방 입주 때(22일) 찾아와 “맥주 사들고 놀러올게요”라고 인사했지만, 이 때문에 실천을 못하고 있다. 이날도 시위대가 오후 9시쯤 철수한 뒤에야 골목은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북구 미아9-1구역 주택재건축사업 단지 근로자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구역은 박 시장 옥탑방에서 2㎞ 거리에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북구 미아9-1구역 주택재건축사업 단지 근로자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구역은 박 시장 옥탑방에서 2㎞ 거리에 있다. [뉴스1]

 
이들은 집회를 유튜브로 중계한다. 시위대는 “‘생쇼’를 하고 있다” “이거 하느라 공무원이 얼마나 많이 동원되는지 보시라” “여기 있는 경찰도 다 편파적이야”라는 말을 담아 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이 가장 불쾌하다고 꼽은 것은 식사 배달 모습이었다. 시위대는 28일 오전 음식이 옥탑방으로 배달되는 모습을 공개하며 “전복죽ㆍ자연송이죽을 공무원한테 가져오라 해서 먹는 게 서민 체험이냐”며 현장에서 시 직원들을 다그쳤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과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하며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인데, 이를 박 시장의 ‘서민 코스프레’로 몰아세우니 시민들이 오해할까봐 걱정”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로선 시위대가 스스로 집회를 그만두거나 수위를 낮추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래도 어제(30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대에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들도 여론을 의식해 집회 강도를 낮추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31일 박 시장 출근길엔 시위대가 나오지 않았다. 옥탑방 주변 상황을 보고 받은 박 시장은 이날 지하철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골목길 집회를 주도하는 김상진 대한애국시민연합 단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오늘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수사 촉구 집회가 있어서 삼양동에 가지 않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박 시장이 싫어서 무작정 일 훼방 놓으러 쫓아다니는 스토커가 아니다"며 "박 시장 아들 주신씨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한 소송의 당사자로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할 뿐이고, 속 시원한 소명만 해준다면 언제든 그 즉시 집회는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 삼양동 옥탑방. 임선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 삼양동 옥탑방. 임선영 기자

 
박 시장 출근 직후 기자를 만난 주민들은 박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말을 했다. 옥탑방 맞은편에서 40년을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문모(69)씨는 “조금 소란이 생기긴 해도 길어봐야 한 달 아니겠느냐”며 “며칠 전에도 주민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박 시장이 머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85)씨도 “밤에 잠깐씩 소란이 있나본데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불편함을 겪은 주민도 있었다. 옥탑방 골목길에 평소 차를 세워두는 한 주민이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다른 곳에 차를 댔다가 불법주차 딱지를 뗀 일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시위대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30일 페이스북에서 “민생 현장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이 한 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국민들이 (정치를) 응원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선욱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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