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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때 노는 교사들" vs "월급충 취급" 국민청원 논란

중앙일보 2018.07.30 15:36
교사들도 일한 만큼만 돈 받자 vs 방학 때는 밀린 행정 업무 산더미
 
초ㆍ중ㆍ고교 방학이 시작된 가운데 ‘교사들의 방학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올라왔다. 이에 교사들은 "밀린 행정 업무, 교과 연수 등 교사들도 방학 때 성실히 일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를 없애 교사들의 방학을 없애자'는 국민청원에 30일까지 1만여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비슷한 내용의 청원 10여 개가 추가로 올라온 상태다. 청원 글 작성자는 방학 기간 교사들이 교육공무원법 제41조를 토대로 학교 외에서 연수를 받는다는 핑계로 일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공무원의 방학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교육 공무원의 방학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이러한 청원은 사실일까. 방학 중 교사들의 급여를 살펴봤다. 교사들의 월급은 호봉제를 토대로 한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구성된다. 학기 중에 담임을 맡은 교사들은 담임 수당과 시간 외 수당이 지급되는 데, 방학의 경우 교육청 지정 연수를 받으면 연수 수당이 추가돼 이 공백을 메운다. 교사들의 보너스인 정근수당도 1월과 7월, 방학 때에 지급된다. 실제로 6년 차 교사의 경우 학기 중과 방학 때의 월급은 10여만 원가량 차이가 나 실제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정말로 방학 중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임금만 받을까? 현직 교사들은 '방학 때도 각종 행정처리와 직무 연수가 끊이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 윤 모(33) 씨는 “교육청에 보낼 공문 등 학기 중에 쌓인 행정 일을 모두 방학 때 모아놨다 처리한다. 뿐만 아니라 항상 휴대전화를 켜놓고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고, 생활지도 등도 이어가다 보니 방학 때도 일주일 이상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한 40대 초등학교 교사는 “제주 한 달 살기나 장기 유럽여행은 정말 소수의 교사가 5년이나 10년에 한 번씩, 그것도 자신의 밀린 일을 모두 학기 중에 처리해놓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회사들 근무환경 좋아져야 하는데, 교사 끌어내리는 현실 안타까워 

 
그렇다면 이러한 청원의 배경은 무엇일까.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과 비회원국 46개국의 교육 환경과 여건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15년 차 국공립 초등교사의 급여는 4만7352달러(4795만원·구매력평가 기준) OECD 평균인 4만2675달러보다 높았다. 물론 교사 1인당 학생 수(초등학교 16.9명)와 수업 일수(190일)도 OECD 평균을 웃돌았다. 교사 급여에 대한 국제 비교는 논란이 있지만 한국에서 교사가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는 것은 틀림없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한 뒤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입학한 강 모(34) 씨는 “저녁이 있는 삶, 방학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게 퇴사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강 씨는 "일반 회사들의 근무 환경이 좋아져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교사들을 끌어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라남도 순천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최 모(30) 씨는 “관사에 살면서 사생활은 포기한 채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일하는 데, 놀면서 월급이나 받는 '월급-충'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온갖 행정 업무를 모두 교사가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교사의 박탈감도 여전 
다만 이러한 박탈감 표출에는 교사-학부모 사이의 인식 차뿐만 아니라 뿐만 아니라 정규직 교사-비정규직 교사와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산의 한 계약직 교사는 “그동안 계약직 교사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면 정규직 교사들이 ‘억울하면 임용고시 통과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면서 “그러다가 막상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 방과 후 돌봄 교사는 “돌봄 교사는 처우가 열악해, 방학 때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학교 내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의 월급이나 복지 등이 정말 차이가 크게 나다 보니 이러한 일이 생기면 교사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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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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