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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아주거나 안 받거나···'소득주도성장' 15조 쏟는다

중앙일보 2018.07.30 14:22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세지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안 받거나 깎아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재정지원 효과를 낸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를 대폭 확대한다. 소득 상한 기준을 완화해 지급대상은 지난해 기준 166만 가구에서 내년 334만 가구로, 지급 규모도 1조2000억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크게 늘린다. 지급대상과 규모가 각각 2배와 3배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함께 현재 30만~50만원 수준인 자녀장려금(CTC)이 내년부터 50만~70만원까지 늘어나고, 지급 대상도 생계급여 수급자까지 확대된다.  
 
기재부는 향후 5년간 EITCㆍCTC로 지원되는 금액이 내년 3조8091억원을 비롯해 2023년까지 누적으로 총 14조8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증대 세제 지원 확대, 노후 경유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등 다른 세제 지원을 합치면 향후 5년간 총 15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실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후속 조치다. 정부가 기존에 내놓았던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한시적 지원 대책에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는 게 쉽지 않아지면서 나온 대안으로 풀이된다.  
 
조세지출은 매년 정기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통제를 받는 재정지출과 달리 국회 등의 감시ㆍ견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특히 제도를 확대하면, 혜택을 받는 대상의 반발 때문에 다시 줄이기도 쉽지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사회 양극화 문제 중 가장 아픈 부분 중 하나인 근로 빈곤층의 소득증대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을 시행 10년 만에 대폭 확대한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은 미래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하는 저소득층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에 재원이 쓰여지도록 마련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출로도 모자라 조세지출을 확대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떠받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책 부작용을 또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세금주도 성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기본계획’에 따르면 국세감면 같은 조세지출 규모는 해마다 늘어 올해는 39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이 내년에 올해 대비 10% 이상 늘어난 ‘슈퍼 예산’을 기재부에 요구한 상황에서 조세지출까지 급증하면 재정 악화는 불가피하다. 일부 분야에서 재정 지출과의 중복 지원도 논란이다.
 
구정모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EITC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라며 “조세지출을 늘리는 게 세수 호황기에는 괜찮겠지만, 앞으로 경기하강으로 세수가 감소하게 되면 재정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서 세수가 줄어들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후 10년 만이라고 밝혔다. 감세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도모하고,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에게 돌려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유지한다. 내년 세 부담은 서민ㆍ중산층은 2조8254억원, 중소기업 3786억원 줄어든다. 반면 대기업은 5659억원, 고소득자는 2223억원 세 부담이 기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왼발과 ‘혁신성장’이라는 오른발이 보폭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왼발로만 걷고 있는 상황”이라며 “효과가 일시적인 재정 투입이나 조세지출보다는, 규제개혁이나 산업 생태계 혁신 등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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