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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연주자 뒤에 이들이 있었네, 아티스트 매니저

중앙일보 2018.07.30 11:28
피아니스트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
첼리스트 문태국
첼리스트 문태국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너의 매니저가 누구냐, 너의 아티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이 아주 중요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최근 열린 영아티스트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의 정재옥 대표가 한 말이다. 지금은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은 아티스트 매니저의 역할이 미래엔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 매니저의 일이다. 연주자의 재능과 특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방안을 세워 경력을 설계한다. 감각이 발달한 매니저들은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의 숨어있는 면까지 감지해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0)ㆍ선우예권(29), 첼리스트 문태국(24), 이상 엔더스(30) 4인의 아티스트를 미리 알아본 노련한 매니저 4인이 아티스트와의 이야기를 써서 보내왔다. 이들은 “특별한 연주자의 세계를 공유하는 일은 감격스러운 경험”이라고 했다. 연주자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회사 크레디아, 빈체로, 봄아트프로젝트, 목프로덕션 등 7곳은 사상 처음으로 한 무대를 만든다. 다음 달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낮 12시, 오후 2시 30분, 5시, 7시 30분에 걸쳐 마라톤으로 열리는 실내악 무대 ‘스타즈 온 스테이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연주자의 계획 실현을 돕는 일
피아니스트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
송재영 빈체로 본부장
송재영 빈체로 본부장
송재영(빈체로 본부장)과 김선욱(피아니스트)
 
10대 시절의 김선욱부터 오랫동안 지켜봤다. 이렇게 자기 신념이 확고한 연주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확고함이란 건반을 누르는 터치일 수도, 음악적 해석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이 뚜렷한 피아니스트가 김선욱이었다.
 
그래서 매니저로서 간섭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장ㆍ단기적으로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에는 무엇을 하고, 몇 년 후에는 어떤 연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김선욱의 매니지먼트다. 예를 들어 지금은 오케스트라 협연보다는 독주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1ㆍ2년에 한 번은 독주회를 하고 싶어하고 연주곡 선곡에도 확신이 있다. 올 9월에는 모차르트ㆍ베토벤ㆍ브람스가 본인과 비슷한 나이일 때 썼던 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피아노뿐 아니라 음악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던 10대 피아니스트가 이제 30대에 접어들어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매니저로서 지켜보는 일이 즐겁다.
 
연주자 주변의 여러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
첼리스트 문태국
첼리스트 문태국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크레디아 대표)과 문태국(첼리스트)
 
피아노나 바이올린과 달리 좋은 첼리스트는 해외나 국내에서도 드물게 배출된다. 성정문화재단에서 좋은 첼리스트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5년 전쯤 문태국을 처음 보게 됐다. 시골 소년이었다. 순수하게 모든 것을 흡수하고 세상 물정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불과 20세에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문태국의 매니지먼트는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다. 여러 사람을 연결해주는 데 주력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이 연주자를 도맡아 후원하는 게 아니라 10명, 20명이 다 함께 키워나가는 연주자의 전형을 만들어보려 했다. 문태국의 출신 지역인 수원에서는 건설업, 음식점, 웨딩홀을 하는 주민들이 후원회를 결성했다. 대기업에서는 좋은 악기를 빌려줬다. 표 사주는 후원,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조, 음반이 나오도록 도와주는 조력 등 모든 힘이 모였다. 이 힘을 받은 문태국은 현재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등이 앙상블 무대를 준비할 때 단골로 함께 하고 싶어하는 첼리스트로 성장했다.
 
희망사항에 맞춘 무대 설계
이상 엔더스
이상 엔더스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윤보미(봄아트프로젝트 대표)와 이상 엔더스(첼리스트)
 
 6년 전 처음 만난 이상 엔더스는 빠른 시간에 스타가 되는 ‘아이돌형’ 연주자는 아니었다. 처음 들었던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섬세하고 예민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도 음악과 경력을 거짓으로 빠르게 만들어내고 싶진 않다고 했고 세계를 무대로 보고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이해하고 설계해주는 것이 매니저의 일이다.
 
국제적인 아티스트가 될 거라 믿었고 그런 방향으로 조력에 주력했다. 캐나다ㆍ호주ㆍ태국 등의 에이전트와 연결에 주력했고 외국 공연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자주 연주하는 것보다는 굵직한 연주를 시즌마다 만들었다. 좋은 지휘자, 일류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당장 스타가 되려 하기 보다 역사ㆍ문학ㆍ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는 엔더스는 묵묵히 예술과 음악을 공부하며 연주자로서 깊어지고 있다.
 
힘든 시절을 함께 넘는 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이샘(목프로덕션 대표·사진)과 선우예권(피아니스트)
 
매니저가 연주자를 키운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매니저를 성장시켰다는 전제 하에, 나에게 선우예권은 매니저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했던 아티스트다. 다양한 감동과 경험, 동시에 숙제를 안겨줬다.
 
2014년 매니저를 맡게 된 후 우리는 절박했다. 뉴욕에서 유학하던 그는 비싼 집세를 치르기 위해 많은 콩쿠르에 나가야 했다. 평균 우승 상금인 2만 달러는 절대적 수입원이었다. 콩쿠르를 쉬는 해에는 연주료를 벌기 위해 공연을 더 많이 해야 했다. 극한의 스케줄로 이틀에 한 번씩 새로운 공연을 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후 “그 당시의 경험이 도움됐다”고 한 그의 말이 나에겐 가장 큰 보상이었다.
 
그의 반짝이는 천재성을 보고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다. 곡을 완성해내는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 자신만의 탁월한 음악적 해석은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다 보면 그 정도는 알아보는 눈이 연륜처럼 주어진다. 천재를 만나는 것은 지금도 감당이 안 될 만큼 부담스럽고 동시에 축복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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