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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점괘 집착하는 드루킹…특검, 점성술사까지 불렀다

중앙일보 2018.07.30 02:00

“운명학적으로 볼 때 드루킹이 1심 선고는 7월에 하는 게 낫다고 하던데요.”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를 서울구치소에서 만나고 온 측근 변호사의 전언이다.

점성술인 ‘자미두수’ 대가 전남 여수서 불러
드루킹 ‘운명론’에 관련 전문가로부터 조언

 7월 중순 드루킹을 접견했는데,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이럴 운명이었다”며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꾸 미뤄지는 법원 선고에 대해서도 “7월 25일(당초 선고 기일)까지는 괜찮다”고 했다고 전했다. 
드루킹이 본 사주풀이 등에 따르면 7월 내 법원 선고가 자신에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연합뉴스]

드루킹이 지난 18일 중요 자료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특검팀에 넘겨주면서까지 협조했던 것도 7월 내 선고를 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28GB(기가바이트) 용량의 USB에는 정치권 인사의 사건 연루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7월 내 선고’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일이 틀어지게 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USB를 받은 이틀 후인 7월 20일 드루킹 일당 4명을 댓글조작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따라 7월 25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도 다시 미뤄졌다.
드루킹이 28일 조사 때 “변호인 없이 진술하기 어렵다”며 다시 비협조로 돌아선 것도 이런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드루킹은 운세나 운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이전부터 있었다. 드루킹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점성술과 예언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드루킹의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일명 ‘산채’)에서 중국 점성술인 ‘자미두수’와 조선시대 예언서인 ‘송하비결’ 등이 대량 발견됐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인식한 특검팀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점성술사’인 김모(56)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동양의 점성술인 ‘자미두수’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검팀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댓글조작 및 정치인 연루 의혹을 규명하게 위해서는 ‘드루킹의 자료창고’ 블로그나 경공모 카페에 나오는 게시물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드루킹의 과거 언행을 토대로 그의 현재 속내를 객관적으로 추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드루킹 특검
특검팀 관계자는 “드루킹 주변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에서 운세와 예언에 관한 것이 많이 나왔다”며 “범죄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문서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내용이 난해해 애를 먹고 있다. 해석을 구하는 차원에서 김씨를 불렀다”고 말했다.
 
특히 암호가 걸려있는 USB나 컴퓨터 파일의 비밀번호를 점성술 용어로 해 놓았을 가능성이 커, 김씨로부터 이에 대한 협조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취재 요청에 전남 여수에 있는 김씨는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현일훈ㆍ정진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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