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집값 안정됐지만 강남 ‘똘똘한 한채’ 바람 … 김현미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2018.07.30 00:09 종합 4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되는 8·2대책이 다음달 2일로 발표 1년을 맞는다. 지난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되는 8·2대책이 다음달 2일로 발표 1년을 맞는다. 지난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합니다.”(지난해 8월 4일 청와대 페이스북 인터뷰)
 

8·2 대책 그후 1년
다주택 중과, 집값 급등 잡았지만
강남·북, 서울·지방 양극화는 심화

집값 내린 부산 규제 완화 가능성
14% 뛴 분당, 투기지역 묶일 수도

“최근 주택시장은 8·2대책의 효과 본격화, 재건축 규제 정상화,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난 1년은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한 ‘투기세력과 전면전’이었다. 김 장관이 직접 ‘야전 사령관’으로 진두지휘했다.
 
관련기사
 
초강력 대책 결정판으로 평가되는 8·2대책이 나온 지 1년을 앞두고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한 김 장관은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값 상승률(0.47%)이 지난 5년간 평균(0.61%)보다 낮고, 전셋값 변동률(-0.99%)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8·2대책에서 김 장관은 양도세 중과를 내세워 다주택자를 압박했다. 동시에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었다. 김 장관이 직접 “앞으로는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도 집을 팔지 않으려는 다주택자에겐 한 줄기 퇴로를 열어 줬다. 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준다.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7만4000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6000명)보다 2.8배로 늘어난 규모다. 김 장관도 스스로 다주택자의 꼬리표에서 벗어났다. 장관 취임 당시 2주택자였지만 지난 2월 경기도 연천의 단독주택을 동생에게 팔고 1가구 1주택자가 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8·2대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다. 집값 불안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어서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2대책 후 강남·북 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이 주춤해도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말 17억5000만원에 팔린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최근 5억원 넘게 뛴 23억원에 거래됐다. 잠실동 대왕공인중개사무소의 이기충 대표는 “양도소득세에 이어 종합부동산세까지 다주택자 중과를 적용하니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3단지 전용 59㎡의 현 시세는 4억5000만원대로 1년 전과 비슷하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노원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 대출 규제를 강남과 똑같이 적용받은 탓”이라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강남권역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837만원으로, 강북권역(1824만원)과의 차이가 2006년 이후 최고인 1013만원으로 커졌다.
 
여기다 가라앉아 있던 강남 아파트 시장에 최근 매매가 늘고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며 다시 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의 사정은 8·2대책 전보다 더 나빠졌다. 거래가 끊겼고, 집값은 연일 약세다. 지방 아파트값이 1년 전보다 평균 1.7% 내린 가운데 경남 거제시는 13.93% 급락했다. ‘불 꺼진 아파트’도 느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지방 아파트 입주율은 76.1%로, 지난해 7월 입주율(81.4%)보다 5.3%포인트 하락했다. 지방의 새 아파트 네 가구 중 한 곳은 입주자가 없는 셈이다.
 
분양시장에서도 서울 등에만 청약자가 몰리고 지방에선 미달하는 양극화가 여전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9833가구로 지난해 7월 말보다 18.8%(2284가구)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5만3가구)은 18.6%(7838가구) 늘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역경제 침체와 입주물량 부담의 여파가 큰 상황에서 지방 주택시장에선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 강남이나 도심권은 공급이 부족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8·2대책 1년을 맞아 규제 지역을 조정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년 새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규제 대상과 범위·강도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되는데,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갈수록 규제가 강해진다.
 
법적으로 국토부 장관은 1년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투기과열지구의 유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지역은 재검토 의무화 규정은 없지만,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함께 재검토 대상에 올릴지 관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기존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소관인 투기지역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선 재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방 조정대상지역의 선별적 해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지방의 주택 매매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부산의 7개 지역(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조정대상지역에 속해 있다. 부산 집값은 올 상반기 평균 0.6% 내렸다. 해운대(-1.62%)가 집값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상황이 심각한 일부 지역은 청약 위축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대구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힌다. 수성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조정대상지역을 뛰어넘어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투기지역으로도 묶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분당구는 지난해 8·2대책 이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14.12%)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6월까지도 전국 최고(8.83%)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불씨가 살아 있는 강남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하더라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강남에서 지방으로 옮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주정완·황의영 기자 jwjo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