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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선 미군 유해, 평양선 중공군 참배 … 김정은 미·중 줄타기

중앙일보 2018.07.29 17:42 종합 3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ㆍ25전쟁의 전사자 유해를 놓고 미ㆍ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미군 전사자 유해를 보내면서 중국에는 중국군 전사자 묘역 참배로 북ㆍ중 관계를 재확인했다.
 

김일성도 50년대 중국·소련 대립 때
양측 오가며 실리 챙기는 외교

“미·중에 종전선언 촉구 시위” 분석도
인도네시아 특사, 오늘 전세기 방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지난 27일 6.25전쟁중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북한 원산 갈마공항에서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로 송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지난 27일 6.25전쟁중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북한 원산 갈마공항에서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로 송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동신문은 지난 28일자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조성된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6ㆍ25전쟁 때 전사했던 중국군 1378구를 안장하기 위해 북한이 조성해 놓은 묘역이 이곳이다. 이곳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도 묻혀 있다. 그래서 북한이 이곳에서 행사를 하는 자체가 국제사회를 향해 북ㆍ중 혈맹 관계는 강고하다고 알리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노동신문 보도 날짜로 보면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때의 약속에 따라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미군 수송기에 실어 보냈던 27일이거나 그 직전이다. 김 위원장이 동쪽 원산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 유해를 보내면서 서쪽 평양 인근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섭섭해하지 않도록 중국군 전사자 유해에 참배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미군 유해 송환을 앞두곤 사흘 연속으로 원산 일대를 찾아 유해 송환을 직접 챙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유해 송환에 맞춰 김 위원장은 중국군 전사자 묘역을 방문해 전쟁의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양국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열사릉원을 찾아 “(북ㆍ중은)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맺어진 전투적 우의와 진실한 신뢰로 굳게 결합돼 있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해 화환을 전달했다고 27일 보도했다.[사진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해 화환을 전달했다고 27일 보도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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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은 1950~60년대 옛 소련과 중국이 노선투쟁을 하며 갈등할 당시 양쪽을 오가며 실리를 챙겼다”며 “최근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벌이자 그 틈을 파고들며 양쪽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북ㆍ미 관계의 급진전을 가져올 수도 있는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북ㆍ중 관계도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중국군 전사자 묘역 참배가 종전선언까지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북ㆍ중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의 전략ㆍ전술적 협력을 강조한 이상 미국만 챙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중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의 시작을 종전선언으로 삼고 있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진전이 없자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에 맞춰 미국과 중국 등 종전선언 당사국들에 ‘이젠 움직이라’는 무언의 요구를 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ㆍ중간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는 김 위원장이 다음달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푸안 마하라니 수석장관을 대북 특사로 삼아 30일 전용기편으로 평양에 들여 보낸다. 오는 18일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아시안게임(자카르타-팔렘방) 개막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서다. 이들 소식통은“마하라니 장관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초청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한과 인도네시아는 김일성 주석 때부터‘비동맹 절친’ 관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특사인 마하라니 장관의 아버지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과 우호적 교류를 이어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아시안게임 참석을 요청했다. 남북 정상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남북 총리급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정용수ㆍ강태화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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