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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 연습하고 이토록 잘 한 오케스트라

중앙일보 2018.07.29 15:01
짧은 연습기간에도 높은 완성도의 연주를 보여준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사진 MPYC]

짧은 연습기간에도 높은 완성도의 연주를 보여준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사진 MPYC]

 오케스트라의 연습은 불과 네 번이었다. 공연 당일인 28일 사흘 전부터 하루 한 번 연습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전부 106명. 이 많은 인원이 모인 지 나흘만에 40여분짜리 두 곡을 연주해야 하는 숙제였다. 하지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시간의 제약을 이겨내고 연주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28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알펜시아 뮤직텐트.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다 다시 한국에 모인 연주자들이 구성한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을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연주했다. 특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전 악장이 청중에게 익숙한 음악이고, 작품의 규모는 크다. 하지만 호른과 트럼펫이 시작하는 1악장부터 소리는 호기롭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한국 음악계의 오랜 취약 지역으로 불린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흔들림 없이 주제 선율을 제시했다.
 
현악 연주자들도 뒤지지 않았다. 이들은 오케스트라의 이상적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일치된 움직임을 보여줬다. 3악장을 시작하는 피치카토(악기의 줄을 손가락으로 뜯는 것)에서 현악 단원들은 셈여림, 음악적 흐름을 일사불란하게 맞춰 연주해냈다. 또 목관 연주자들은 한국 음악계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2악장의 첫 선율에서 오보에 연주자는 길고 끊김없이 음악을 이어나가는 호흡으로 청중을 몰입시켰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에서 보여줬던 자신있고 우아한 호흡 그대로였다. 피날레에서는 타악기 주자들이 호연(好演)을 완성시켰다.
 
올해 처음 만나 짧은 기간 연습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수준 높은 연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먼저 수석 연주자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독주자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악장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수석인 첼리스트 김두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조성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 김홍박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한 단원들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단원 중엔 대학생이 많았고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학교에 참여한 중고등 학생들도 22명이나 있었다. 가장 어린 단원은 15세였다. 이들은 세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수석 단원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 기뻐보였다. 모든 악장의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고 음악적인 굴곡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감격스러워했다. 경험 많은 음악인들의 뛰어난 기량보다도 최선을 다해 함께 음악을 만들려는 마음이 이날 성공적 연주의 기폭제가 됐다.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예술감독 손열음. [사진 MPYC]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예술감독 손열음. [사진 MPYC]

짧은 준비시간 외에도 이들이 해결해야 할 것은 많았다. 음악제의 야외 공연장 격인 음악텐트는 외부의 소음이 여과없이 모두 들렸다. 바로 앞에서 울린 자동차의 경적 소리,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연주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단원 모두의 집중력은 이런 공간적 제약도 이겨냈다. 악장으로 연주한 클라라 주미 강은 “단원 모두가 본인이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낀 보기 드문 연주였다”라고 했다.
 
수십년 전부터 여름 음악제를 시작한 유럽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자체가 명문 악단이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스위스에서 1938년 구성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는 스타 연주자들이 여름에만 모여 높은 수준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인다. 이들을 보기 위해 전세계 청중이 루체른에 모이고, LFO는 여름이 아닌 시즌에 세계 각국으로 투어 여행을 떠난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짧은 기간에 모여 불꽃을 튀어내듯 순간적인 완성도를 뽐낸다. 연중 함께 모여 조련하는 일반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올해가 첫 연주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형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매력적인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이들은 다음 달 4일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 공연도 담당한다. 
 
 평창=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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