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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인이 행복감 낮은 이유, '평생직장' 탓이라고?

중앙일보 2018.07.29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
일본에서는 남성 고령자의 행복도가 낮고,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는 더더욱 낮다.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남성 고령자의 행복도가 낮고,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는 더더욱 낮다. [중앙포토]

 
경제 대국인 일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발표된 UN의 세계행복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인은 UN 156개 국가 중에서 54위였다(한국 57위). 일본인은 유럽선진국보다 행복도가 훨씬 낮다. 일본은 결혼한 여성이 남성보다 덜 행복한데, 자녀가 있거나 일하는 여성일수록 행복도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회사에서 일하는 남성이 육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서양에선 고령자의 행복도가 높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남성 고령자의 행복도가 낮고,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는 더더욱 낮다. 남성은 회사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지역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퇴직 후 유일한 의지처인 아내를 잃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일본인은 이러한 불행의 원천은 정규직 남성의 일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정규직의 일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일본 정규직의 최대 특징은 고용계약에 직무기술(Job description)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특정 업무를 명확하게 정해두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은 전문기술도 없는 대졸 신입사원을 정규직원으로 선발해 업무를 배당한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종업원에게 다양한 일을 맡기고 여러 근무지로 이동을 명령하면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회사가 명령하면 직원은 데이트를 포기하고 잔업을 해야 하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타지에서 일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형 고용시스템이다.
 
시대착오적인 ‘멤버십’형 고용
일본의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의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특이한 고용 관행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용형태를 ‘멤버십(membership)’형 고용이라고 한다. 단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과 같이 일단 회사에 들어오면 정년까지 소속감을 갖고 멤버로서 일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말해 일본에서 취업의 개념은 취사(就社)에 가깝다. 멤버십형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잡(job)’형 고용이 있다. 직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두고 그 직무 수준이나 생산성에 맞춰 임금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런 정규직 일 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정규직은 세계 경제 대국을 이루는 원천이었다. 이는 전업주부가 큰 역할을 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여성이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해 남성 정규직원은 직장에서 잔업, 전근 등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무제한으로 일하는 남성은 일등 직원으로 여겨졌다.
 
정규직이라도 출산과 양육으로 휴직을 얻는 여성은 ‘마미 트럭’으로 불리고 열등한 직원으로 취급받았다. 직장의 남녀균등지원, 일과 양육의 양립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워킹 맘은 보조적 직종과 분야에서 단기간 근무를 하는 커리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직의 일 방식은 성장시대엔 통하는 모델이었다. 성장 시대엔 피라미드형 조직에는 연령이 올라가면 직급과 급여도 올랐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기업은 인사전략을 바꾸었다. 저성장 추세 속에 직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인건비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기업들은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며 비용절감을 시도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의 고용 비율은 전체의 40% 정도까지 치솟았고, 청년층의 고용불안 문제가 일어났다.
 
인구구조를 볼 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1973년생을 중심으로 하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600만명이나 된다. 현재 그들은 40대 초중반으로, 160만명이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2025년까지 계속 늘어나는 연공서열 임금체계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직무능력과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글로벌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잡(Job)'형 고용, 대안으로 떠올라
잡형 고용을 도입하면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여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Freepik]

잡형 고용을 도입하면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여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Freepik]

 
이러한 시대착오적 정규직 일 방식을 개혁하는 방법은 없을까? 대다수의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잡형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잡형 고용을 도입하면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여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한다면 다양한 일방식이 생겨나고 업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저성장 시대에 합리적인 노동 개혁이라고 말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노동에서 소외된 여성과 고령자의 참여를 촉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일정 기간 준비를 거처 멤버십형에서 잡형으로 일시에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무엇보다 현행 정규직 일 방식의 폐해를 국민이 공유하고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는 잡형 인사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히타치 제작소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화에 따라 6년에 걸쳐 전 세계 직원들을 공통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전 세계의 5만개 포스트를 대상으로 사장에서 매니저까지 7단계의 등급제도도 시행했다.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급여가 결정되는 잡형 고용구조이다. 히타치 그룹 가와무라 회장은 “세계무대에서 싸우려면 연공서열 인사제도를 능력형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도입배경을 설명한다.
 
어떤 기업은 멤버십형으로 고용한 젊은 세대를 35~40세 사이에 잡형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직무명세에 지역 한정 전문직을 명확하게 설정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 5년 고용기한이 끝난 후 다시 연장할 수 있는 잡형 고용방식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앞으로 잡형 고용의 대대적인 도입이 촉진될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제적 도약 높이 평가
스웨덴에서 지향한 다국적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도태되지만, 반대로 경쟁력을 가지면 수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중앙포토]

스웨덴에서 지향한 다국적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도태되지만, 반대로 경쟁력을 가지면 수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중앙포토]

 
일본은 1970년 이후 스웨덴의 경제적 도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스웨덴의 비약적인 성장이 노동력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시킨 데 따른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후발자본주의 국가였던 스웨덴에서 기업은 다국적기업을 지향했다. 다국적 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도태되지만, 반대로 경쟁력을 가지면 수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국제경쟁에 노출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당하기 마련이어서 노동력도 국제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를 만든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반면에 일본은 그동안 고용 유지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시해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에 성공한 고용 관행에 집착하고, 새로운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기업은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속한 글로벌화와 디지털 혁신으로 기업수명은 단축되고 있다. 기업의 장래가 불투명한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자동차산업이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전기자동차와 자율운행차 시대가 되는 10년 후 일본 자동차기업이 현재의 입지를 유지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국제경쟁력 우위의 원천이었던 고용제도가 저출산과 고령화, 글로벌화, 디지털화에 따라 거꾸로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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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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