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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실존 인물’ 최환 검사가 박종철 부친 빈소에 남긴 방명록

중앙일보 2018.07.29 12:08
[사진 '지금 우리에게 1987이란' 영상 캡처]

[사진 '지금 우리에게 1987이란' 영상 캡처]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문 사망 사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환 1987년 당시 담당 검사가 박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 빈소를 조용히 다녀갔다. 영화 ‘1987’에서 배우 하정우가 분한 ‘최 검사’의 실존 인물이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28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시민장례식장을 찾았으나 조문객들 속에 섞여 있는 바람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문 후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 몇몇 인사들과 담소를 나눈 후 조용히 빈소를 떠났다.  
 
최 변호사가 빈소를 다녀간 사실은 방명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1987년 당시 담당검사 였던 최환 변호사의 방명록 추모 글. [연합뉴스]

1987년 당시 담당검사 였던 최환 변호사의 방명록 추모 글. [연합뉴스]

그는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옵소서’라고 적었다. 밑에는 ‘1987년 당시 담당 검사 최환 합장’이라고 덧붙였다.  
 
1987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 부장검사였던 최 변호사는 경찰청 대공 수사관이 ‘박종철 변사사건 발생 보고서에 심장마비 사망 확인 도장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시신을 몰래 화장시킬 것을 막기 위해 ‘시체보존명령’을 내렸다. 사체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경찰병원이 아닌 한양대학교에서 부검을 진행하게 한 것도 그였다. 이로 인해 박 열사가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히게 됐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건장한 청년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감적으로 고문에 의한 사망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상시 수사 과정에서의 고문을 뿌리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접하게 됐고,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 문무일 검찰총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김기동 부산지검장 등 현 검경 지도부도 박씨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박씨는 28일 오전 5시 48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들은 4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고,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7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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