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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석사 딴 30대 싱글 여성의 농촌 정착기

중앙일보 2018.07.29 10:00
[더,오래] 반려도서(41) 
귀농·귀촌은 이제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년농부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다. 시골에서의 생활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올해 초에는 농촌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청년의 모습을 다룬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도시에서의 삶이 팍팍해서 막연하게 꿈꾸는 도피성 시골살이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좀 더 전략적이거나 적극적으로 귀농·귀촌을 꿈꾸기도 한다. 그만큼 귀농·귀촌에 대한 고민이 다양하다. 
 
엄마, 나 시골 살래요! / 이야기나무 / 1만5000원

엄마, 나 시골 살래요! / 이야기나무 / 1만5000원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딸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책『엄마, 나 시골 살래요!』는 시골살이를 꿈꾸는 30대 싱글여성이 쓴 일종의 귀농·귀촌 일기다. 농촌생활학교 합숙교육을 받기 위해 전라북도 순창에서 보낸 6주간의 기록을 엮었다. 저자는 12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새롭게 정착할 터전이 필요했고,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외국에서 석사학위까지 딴 과년한 딸이 시골에서 산다고 하니 엄마의 반대가 오죽했을까. 엄마의 말을 옮겨 적은 부분에서는 신경질적인 엄마의 말투가 눈에 선하다. 저자는 이런 엄마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시골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생각을 했는지 매일 편지를 썼다. 
 
책 속의 저자는 여전히 일의 가치와 농촌살이에 대해 고민하고 망설인다. ‘누군가가 내가 이런 날 일(날삯을 받고 하는 일)하는 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모든 노동은 동등하게 귀한 것이지 특별히 귀한 일이 어디 따로 있어?’라고 말이다. 저자는 “아직 노동에 대한 나만의 확고한 태도를 갖지 못한 게 분명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자고 자라면서 생긴 시선들로부터 여전히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6주간의 시골체험을 마친 저자의 결론은 책 제목인 『엄마, 나 시골 살래요!』다. 실제로 저자는 합숙교육을 마치고 전라남도 구례로 이사해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고 있다. 아무 연고 없는 구례로 이사한 건 인생의 20년을 고향인 대구에서 지냈고, 나머지 십여년은 서울에서 지냈으니 전라도에서도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 추위를 많이 타 강원도는 어림없어 따뜻한 남쪽 도시 가운데 택했다. 저자는 “책이 나온 이후에도 엄마가 여전히 저를 이해하고 좋아하진 않지만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주변에도 제 선택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저자가 말하는 ‘반농반X’는 뭘까. 현재 그는 구례에서 ‘반농반알바’의 삶을 살고 있다. 낮에는 구례 지자체에서 계약직 일을 구해 사무보조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텃밭을 가꾸는 등의 일을 한다. 반농반X의 X는 아르바이트일 수도, 도시일 수도 있다.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아르바이트하며 텃밭을 가꾸는 일상으로 시골살이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아이템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귀농·귀촌만이 옳은 길이고 농촌살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도시에서의 생활이 맞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시골에서의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포기하지 마세요. 막연한 환상으로 섣불리 삶의 터전을 옮기지도 마세요.”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막연하거나, 시골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거나, 귀농·귀촌에 섣불리 도전하기엔 사회적 편견이 두렵고 아는 것이 없어 망설여지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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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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