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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대한 자아도취가 사업을 망친다

중앙일보 2018.07.29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26)
많은 창업가가 제품을 출시할 때 공통으로 경험하는 두려움이 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얼마나 팔릴까? 정말 유명해질 수 있을까? 실패할 확률은 얼마나 되지?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입이 다 부르튼다.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이 실제 제품의 시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 두려움을 벗 삼고 평생 함께 잘 지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업 망치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창업가나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과 학위를 갖춘 교수의 경우 내가 만든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무조건 사랑받을 것이라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진은 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발표하는 사진이다(본문과 관계없는 사진). [중앙포토]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창업가나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과 학위를 갖춘 교수의 경우 내가 만든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무조건 사랑받을 것이라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진은 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발표하는 사진이다(본문과 관계없는 사진). [중앙포토]

 
진짜 심각한 문제는 내가 만든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무조건 사랑받을 것이라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자만심이다. 특히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창업가나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과 학위를 갖춘 교수의 경우 이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뽐내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고객에게도 진정으로 의미 있는 문제일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참고 견딜만하고, 심지어 잊어버리고 생활할 때가 더 많은 수준의 문제로는 어림도 없다. 고객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고 싶어하는 ‘절박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불편하지만 그냥 참을만한 문제를 아무리 남다른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잠깐의 화젯거리로 머물고 끝날 수 있다.
 
이를 막아보려고 수많은 광고비를 투입하고 유료 기사를 내고 연예인 마케팅을 해봐야 그때뿐이다. 처음에 출시 되었을 때 수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곧 유명무실해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옴니아’가 그랬다. 대기업이 이럴진대, 브랜드도 자원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삼성과 같은 마케팅 활동을 할 여유는 없다.
 
SK텔레콤의 T옴니아2 메인화면. 이용자가 '이동통신망' 선택 기능의 위젯을 화면 중앙으로 옮기고 있다. [중앙포토]

SK텔레콤의 T옴니아2 메인화면. 이용자가 '이동통신망' 선택 기능의 위젯을 화면 중앙으로 옮기고 있다. [중앙포토]

 
내가 직접 풀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술을 만들려고 하고, 외국어를 공부할 생각도 없으면서 외국어교육 사업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즐기지 않으면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고, 소유에 집착하면서 공유경제 사업을 한다고 하면 고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람들은 창업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신제품의 탄생을 좋아한다. 그까짓 것 진솔한 척 연기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초연결 시대에 이게 가능할까? 다 이룬 척하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Fake It Till You Make It(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속여라)’이라는 말도 속이는 대상에 대해 진심으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표현이다.
 
‘어떻게 돈을 벌 건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걸로 돈을 벌어야 하는 건가’다.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이것저것 부딪혀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의 절박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의 시작은 나 또한 그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숨겨진 근원적 원인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근원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고객 충성을 넘어 고객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절박한 문제’ 알아야 사업 성공
아이리버 엠플레이어. 미키 마우스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엠플레이어. 2007년 국내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이 MP3는 2008년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중앙포토]

아이리버 엠플레이어. 미키 마우스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엠플레이어. 2007년 국내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이 MP3는 2008년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중앙포토]

 
그 예가 MP3 플레이어다. MP3 플레이어가 산업 초기에는 오디오 기능에 집중하다가 고객의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추가하면서 특징 없는 제품으로 전락해 고전했다. 오늘날 MP3 플레이어는 고성능 음질 기능에 집중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MP3 플레이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휴대용 기기에서도 음악을 정말 잘 듣고 싶다’는 것을 먼 길을 돌아오며 깨달은 것이다.
 
‘필요한 것’과 ‘절박하게 원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사겠다고 답하지만, 실제 열광하며 구매하는 것은 매력적이면서도 뛰어난 가속력을 가진 ‘쿨한’ 전기차다. 그게 바로 테슬라 등장의 배경이 된다.
 
고객을 움직일 수 있는 비법은 장기적으로 충분히 이익을 주면서도 단기적으로 즉각적 보상을 얻게 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환경을 위해! 그리고 나의 멋진 오늘을 위해!’라는 비법이 오늘날의 테슬라를 만들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 3'. '환경을 위해! 그리고 나의 멋진 오늘을 위해!'라는 비법이 오늘날 테슬라를 만들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테슬라 전기차 '모델 3'. '환경을 위해! 그리고 나의 멋진 오늘을 위해!'라는 비법이 오늘날 테슬라를 만들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가 풀고자 하는 고객의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지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하나는 자신의 해결책으로 고객의 삶이 개선되는지, 다른 하나는 그동안 어떤 경쟁사도 만들지 못한 가치를 제시하고 이 가치가 고객에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래 질문을 끊임없이 해보자.
 
-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은 무엇인가.
- 경쟁사 제품을 고객은 어떻게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 고객은 기존 해결책의 어떤 점에 불만을 갖고 있는가.
- 고객이 당장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강점은 무엇인가.
- 경쟁 제품을 당장 버리게 할만한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 우리가 파악한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없는가.
- 테스트용 시제품에 대한 고객의 정직한 피드백은 무엇인가.


고객의 반짝 반응에 취하지 말아야
사업 초기에 설정한 ‘고객의 절박한 문제’는 올바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게 하고 개선함으로써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절박한 문제의 해결과 상관없는 기술의 우월성, 과학적 탁월성, 논리적 현란함은 어리석고 멍청한 짓이다. 
 
부드러운 휴지를 열망하는 환자에게 ‘달나라 향기’라는 혁신적 기능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아무리 혁신을 제품에 녹여내도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이 아니면 고객은 구매하지 않고, 그저 잠깐의 감탄사를 내뿜을 뿐이다. 이런 잠시의 긍정적 반응에 속아 사업 성공의 희망을 품지 말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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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필진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만만히 봤다가 좌절과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그 창업은 돈이 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세계의 시대정신은 스타트업 정신입니다. 가치, 혁신, 규모가 그 키워드입니다. 창업에 뛰어든 분들과 함께 하며 신나는 스타트업을 펼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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