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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로드킬 90%가 고라니…1.4m 울타리도 ‘훌쩍’

중앙일보 2018.07.29 06:00
중앙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고라니. [사진 한국도로공사]

중앙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고라니. [사진 한국도로공사]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이용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로드킬 사고에 대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경남 하동군 남해고속도로에서는 배 모(40) 씨가 몰던 차 앞에 갑자기 멧돼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배 씨는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를 피해 핸들을 급히 꺾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는 5중 추돌 사고로 이어져 총 1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멧돼지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해 12명이 다쳤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남해고속도로에서 멧돼지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해 12명이 다쳤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고속도로 로드킬, 고라니가 압도적으로 많아

2015~17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 붉은색이 진할수록 사고 빈도가 높다는 뜻이다. 인터렉티브맵을 보려면 이미지를 클릭하면 된다. 링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주소창에 링크(https://goo.gl/oKGJSj)를 붙여넣어 주면 된다. 그래픽=배여운 데이터분석가

로드킬(Road-Kill)은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를 가리킨다.  
 
본지가 2015~2017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 6639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고라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 동물의 89%를 차지했다. 휴가철인 7~8월에 발생한 로드킬 역시 고라니(90%)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당 로드킬 빈도가 가장 높은 당진대전고속도로의 경우 고라니의 비율이 94%에 달했다.  
 
황해연 한국도로공사 품질환경처 차장은 “당진대전고속도로가 금북정맥을 관통하다 보니 산을 깎아 만든 구간이 많다”며 “세종시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고라니들이 이동 중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다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 스페셜 ‘로드킬 고속도로’에서 전국 고속도로 로드킬 위험 구간과 대응 요령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거나, 링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주소창에 링크(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307)를 붙여넣어 주세요.
 
울타리 뛰어넘는 고라니의 점프력 
고라니 로드킬. [사진 국립생태원]

고라니 로드킬. [사진 국립생태원]

한국도로공사는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2005년부터 중앙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야생동물 유도울타리를 설치해 왔다. 야생동물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총연장 4151㎞인 전국 고속도로 중 절반에 이르는 2203㎞ 구간에 유도울타리가 설치된 상태다. 중앙선의 경우 노선의 87%인 250㎞에 걸쳐 유도울타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중앙선에서만 1114마리가 로드킬을 당하는 등 단일 노선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유도울타리를 설치했는데도 로드킬 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국립생태원은 고라니의 로드킬 방지를 위해 도로에 설치하는 울타리의 적정높이를 파악하는 실험을 지난해 4월 사슴생태원에서 진행했다. 고라니 27마리를 대상으로 어느 높이까지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울타리 높이를 0.5m에서부터 10㎝씩 높여갔다.
실험 결과, 정상 개체들은 1.1m 높이까지는 수월하게 울타리를 넘었고, 1.3m에서는 절반이 1.4m에서는 16.7%가 울타리를 통과했다. 반면, 1.5m와 1.8m 높이에서는 각각 96.8%와 100%의 월장 실패율을 나타냈다.

 
현재 울타리 높이 기준은 평지는 1.5m, 비탈면은 1.2m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책임연구원은 “실험 결과 고라니가 제자리에서 도약하는 경우와 질주해 도약한 경우의 높이뛰기 차이가 작았다”며 “울타리 높이 기준을 지형과 관계없이 1.5m 이상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입문 통해 도로 진입했다가 갇히기도 
당진대전고속도로에 설치된 유도울타리. 천권필 기자.

당진대전고속도로에 설치된 유도울타리. 천권필 기자.

2011년에 발표된 ‘포유류 로드킬 저감을 위한 고속도로 유도울타리 효율성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중앙고속도로에 설치된 유도울타리를 대상으로 로드킬 저감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야생동물이 울타리를 따라서 이동하다가 울타리 끝에서 도로로 침입한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 울타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열린 출입문을 통해 진입한 야생동물이 도로를 탈출하지 못하고 로드킬 당한 경우도 많았다.
 
최 책임연구원은 “울타리를 설치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오히려 도로에 진입한 야생동물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로막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며 “울타리 설치 구간을 늘리는 동시에 오래된 울타리를 중심으로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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