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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탐사] 남북 정상회담, 86그룹·부산 인맥 두 축이 주도적 역할

중앙선데이 2018.07.28 01:00 594호 4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초반 대형 이벤트였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청와대 비서진의 존재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평가는 청와대·정부부처 고위직 468명을 대상으로 중앙SUNDAY가 실시한 사회 연결망 분석과 정상회담 관련 기사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연결망 두각 ‘86그룹’‘부산’
임종석·신동호·김종천은 “혈맹”
윤건영, 임성남·천해성 등과 호흡

기사 빅데이터 분석
임종석-조명균과 직접 연결된
김정숙 여사 위치도 눈에 띄어

“이번 회담서 내각도, 당도 안 보여
비서실 전면 나서면 대통령 부담”

청와대 비서진의 역할 구도가 잘 드러난 것은 사회 연결망 분석(그래픽 ① 참조)이었다. 468명 중 정상회담 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6개의 고리(부산-학생·노동운동-노무현 정부-노무현재단-대선캠프-더불어민주당)에 따라 연결한 이 그림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32명이 등장한다. 전체 비서관급 이상(78명) 중 41%에 해당한다. 청와대 비서진 두 명 중 한 명은 정상회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상회담 국면에 관여한 비서진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중심으로 한 부산 연고 그룹으로 크게 구분됐다. 임 비서실장과는 김종천 의전비서관(당시 행정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정상회담 의제와 진행 프로세스 전반을 컨트롤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모두 한양대 운동권 출신이다. 이들 모두와 친분이 있는 한 여권 인사는 이들 3명의 관계를 “혈맹”이라고 표현했다. 임 비서실장은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로도 그려진다. 남북 정상회담 종합상황실장을 겸한 윤 상황실장 그룹엔 통일부 천해성 차관과 임성남·조현 외교부 차관 등 통일·외교라인의 실무 책임자들이 고르게 등장했다. 한 청와대 내부 인사는 “상황실장으로 청와대와 행정부를 연결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진행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의중과 취향을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도 윤 실장의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하나의 봄’ 영상의 기획자인 탁현민 선임행정관과 ‘도보다리 정담’의 기획자인 윤재관 행정관 등은 분석 대상을 비서관급 이상으로 한정해 그림에서 빠졌다.
 
겉으로 드러난 기능적 관계를 보여주는 기사 빅데이터 분석(그래픽 ② 참조)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조명균 통일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중심에 등장했다. 2017년 5월 9일~2018년 7월 4일 ‘정상회담’ ‘북핵’ 등을 키워드로 한 중앙일보·중앙SUNDAY의 기사 1404건에서 함께 등장하는 이들 사이의 관계를 함수로 계산해 선과 점으로 표시한 결과다. 분석 재료의 성격상 공식 직책이 높을수록 중심부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정 안보실장은 3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북 특사단 수석을 맡았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임 비서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장 등 공식 직책을 맡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파트너였던 서훈 국정원장은 비밀이 중시되는 업무 성격상 기사 출현 빈도가 역할에 비해 다소 적었다.
 
지난 대선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시기·속도·방법은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일 때 진행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냉정한 복기를 바탕으로 구상됐다”며 “임기 말에 성사돼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속전속결을 추구하다 보니 청와대의 역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이라는 이슈의 특수성상 청와대 비서진이 분주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역할은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비해서도 두드러졌다.
 
임 비서실장은 공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전면에 나섰다. 지난 2월 김여정 부부장 일행의 환송 만찬을 주재했고 정상회담장에서 문 대통령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 김정은 위원장을 마주했다. 문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 때 평양 수행원 명단에 이름도 올리지 않았던 것과 대비되는 그림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서포트는 2000년과 2007년의 장관들에 비해 한층 조용했다. 조 장관은 남북 통일농구 대회 등 정상회담을 위한 마중물 역할과 후속 조치를 맡았다. 2007년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NSC 상임위를 주재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정상회담 국면에서 대미 외교채널이 ‘정의용-존 볼턴(미 국가안보보좌관)’ ‘서훈-폼페이오’ 라인으로 형성되면서 강 장관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시기별로는 남북(4월), 북·미(6월) 정상회담 시기는 정 안보실장과 서 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2월)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6~7월)에는 각각 조 장관과 강 장관의 기사 등장 횟수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사 분석에선 김정숙 여사의 위치도 눈에 띈다. 임 비서실장-조 장관과 직접 연결되며 이들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과 함께 등장해 이설주 여사를 응대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발언과 태도가 세세하게 주목받은 결과다.
 
청와대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남북 정상회담 성공의 비결로 꼽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극적 효과가 가미된 회담 기획과 생중계 효과는 회담 직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0년 정상회담의 주역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에선 내각도, 당도 보이지 않았다. 비서는 말 그대로 비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비서실이 나서면 결국 대통령 개인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부』의 저자 박상훈 후마니타스 박사는 “국무위원들의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 청와대보다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의적 정부 운영을 막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면에서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길”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안희재 인턴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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