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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덕에 신난 도시

중앙선데이 2018.07.28 01:00 594호 18면 지면보기
[비행산수 시즌2] ⑨ 여수 - 명물이 된 밤바다
비행산수 여수

비행산수 여수

“안주가 좋아서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정삼 선생은 여수에 눌러 앉은 이유를 이야기하며 하하하 웃는다. 해남에 이어 두 번째 부임지가 여수다. 2년만 더, 10년만 더 하다가 33년이 흘렀다. 고개 들면 절경, 눈 돌리면 진경이고, 사시사철 해산물까지 넘쳐나니 떠날 수가 없더란다. 그래서일까 ‘여수 10미’는 갈치·갯장어·게·새조개·서대·장어·전어 같은 해산물이 주재료다. 7, 8월은 갯장어 철이다. 9월을 최고로 치기도 하지만 뼈가 억세지는 시기다. 샤브샤브를 가장 맛나게 즐기는 ‘6초-10초 룰’이 있다. 끓는 물에 데치는 시간 인데 갯장어 6초, 부추 10초다.
 
지도를 보면 고흥반도 앞에 있는 거문도·초도·손죽도가 훨씬 멀리 떨어진 여수시에 속한다. 문화권의 차이 때문이다. 여자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지만, 고흥은 농업이 중심이고 여수는 바다에 기대어 살아왔다. 뱃사람들의 거리 개념은 뭍과 다르다. 거문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많이 살고, 6·25전쟁 무렵까지도 목포 어부들은 조기 잡으러 연평도와 백령도를 멀다 않고 다녔다. 예부터 여수사람들에게 섬들은 멀어도 앞마당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998년에 여수·여천이 합쳐져 지금의 여수가 됐다. 여느 도시와 달리 도심이 흩어져 있는 이유다. 동양 최대 여천석유화학단지 덕에 전라남도 GDP의 30% 이상을 여수가 차지한다. 그러던 이 곳에 2012년 봄부터 갑자기 젊은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젊은이들의 감성에 불을 질렀다. 여수는 하루아침에 인디밴드의 명소가 됐다. 주말이면 서울서 유명 밴드들이 내려와 ‘낭만 버스킹’이란 이름으로 이순신광장과 종포 해양공원에서 노래를 한다. 지역 밴드들은 ‘청춘 버스킹’이란 이름으로 웅천해변문화공원·소호동동다리·여문문화거리에서 공연한다. 그해 5월 12일 엑스포를 개막하며 KTX까지 다니게 됐다. 지난해 방문한 외지인이 1500만 명이 넘는다. ‘쥐포 팔아 학교 보낸다’던 항구가 산업도시에서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으니 그림 같은 ‘팔자’다.
 
돌고래를 닮은 저 비행기는 에어버스가 개발한 수송기 벨루가다. 올록볼록한 여수와 닮아서 그려넣었다. 
 
그림·글=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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