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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에서 대나무에서…휴가지에서 만나는 조상의 지혜

중앙일보 2018.07.27 13:00
[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28)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재충전을 꾀하는 휴가철이다. 휴가지에서 뭔가 하나 정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이 또한 휴가의 소득이 아닐까. 휴가지에서 만나는 흔한 풍경에서 조상의 지혜를 찾아보자.
 
양평 세미원,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인내
연꽃은 여름에 꽃을 피운다. 경기도 양평 세미원, 시흥 관곡지를 비롯해 8월 초 연꽃 축제가 열리는 전남 무안 백련지, 전북 전주 덕진공원, 충남 부여 궁남지 등이 대표적인 연꽃 명소다.
 
연꽃은 진창에 고고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실을 맺는 것에 비유된다. [사진 김순근]

연꽃은 진창에 고고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실을 맺는 것에 비유된다. [사진 김순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 있는 세미원은 6만 2000평 규모의 정원에 매년 여름이면 백련과 홍련 등 다양한 연꽃들이 피어나 6월부터 8월 19일까지 연꽃 문화제를 연다.
 
시흥 관곡지는 조선 초 문신이자 농학자였던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연꽃 씨를 가져와 처음 재배한 곳으로 가로 23m, 세로 18.5m 규모의 작은 연못이다. 이 관곡지 주변에 3만 평 규모의 연꽃농장이 들어서 매년 여름이면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10만 평을 가득 메우는 하얀 연꽃이 장관인 무안 백련지는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연꽃 축제를 펼친다. 
 
1000만 송이 연꽃이 핀다는 부여 궁남지는 7월 15일로 연꽃 축제가 끝났지만 다양한 연꽃들이 8월까지 피고 진다.
 
전주 덕진공원 연못도 대규모 연꽃 군락지로 유명한데, 연꽃이 만개하면 100만 송이의 분홍빛 연꽃이 연못을 뒤덮는다.
 
전주 덕진공원 연못도 대규모 연꽃 군락지로 유명하다. [사진 김순근]

전주 덕진공원 연못도 대규모 연꽃 군락지로 유명하다. [사진 김순근]

 
연꽃이 더 돋보이는 것은 진흙탕물에서 피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핀다’는 말이 생겼다. 환경이나 배경 탓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루는 것이니,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줄 때 들려주면 좋은 이야기이다.
 
비가 내릴 때 연잎은 점점 커지는 물방울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어느 순간 비워버린다. 물을 가득 담을 경우 줄기가 부러지거나 잎이 찢어질 수 있는데 연잎은 감당할 때까지만 담고 있다가 미련 없이 버림으로써 이를 미리 방지한다. 이 같은 연잎에서 분에 넘치는 욕심을 경계하는 ‘넘치기 전에 버려라’는 생활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담양 죽녹원에서 파죽지세, 우후죽순을 실감
담양 대나무숲. [사진 김순근]

담양 대나무숲. [사진 김순근]

 
작은 바람에도 휘날리는 대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래서 울창한 대나무숲을 거니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나무단지는 전남 담양 향교리 죽녹원과 금성면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꼽을 수 있다.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곳에서 시원한 죽림욕을 즐길 수 있어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대나무와 관련된 익숙한 속담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죽마고우(竹馬故友), 우후죽순(雨後竹筍)이 있다.
 
대나무는 처음 두마디 정도만 쪼개면 나머지는 저절로 쪼개지는 성질에서 파죽지세라는 말이 나왔다. [사진 김순근]

대나무는 처음 두마디 정도만 쪼개면 나머지는 저절로 쪼개지는 성질에서 파죽지세라는 말이 나왔다. [사진 김순근]

 
파죽지세는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란 뜻인데, 대나무를 칼로 쪼갤 때 처음 두세 마디만 쪼개면 그다음은 저절로 쫙 쪼개지는 성질에서 나온 말이다. 기세가 등등하거나 실력이 뛰어나 만나는 상대마다 모두 이기는 상황을 일컫는다.
 
죽마고우는 옛날 어린아이들이 대나무를 사타구니 사이에 끼고 마치 말을 타듯 놀았던 데서 유래한 말이다. 대나무 말을 함께 타고 놀던 사이를 뜻하니 아주 어릴 적 친한 친구를 뜻한다.
 
대나무의 싹인 죽순은 4~5월 봄에 나온 뒤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온 지 열흘 정도 되면 큰 대나무가 된다. 특히 비가 오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 하루에 1, 2m씩 자라기도 한다.
 
땅속에 묻혀있던 죽순은 비가오면 급격히 성장해 땅을 뚫고 솟아난다. [중앙포토]

땅속에 묻혀있던 죽순은 비가오면 급격히 성장해 땅을 뚫고 솟아난다. [중앙포토]

 
어릴 적 친구 집 뒤에 대나무숲이 있었다. 대나무숲에서 놀다 비가 내려 친구 집에서 있다가 비가 그친 뒤 대숲에 다시 들어갔더니 없던 죽순들이 수없이 솟아 있었다. 땅속에 있던 죽순들이 비가 내리자 급속히 성장한 때문이다. 이처럼 없던 것들이 어느 순간 많이 생겨난 것을 두고 우후죽순이라고 표현한다.
 
서해안 갯벌의 게, 느긋함을 가르치는 반면교사
서해안은 동해안에 비해 해수욕의 재미는 덜하지만 썰물 때 드넓게 드러난 갯벌에서 게나 개불, 조개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갯벌은 크고 작은 게들 천지다. 바닷물이 조금 고인 곳을 보면 수면 위로 눈 두 개만 쏙 내민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게는 평소 눈을 내밀고 한가롭게 놀다가 조금만 위험한 조짐이 보이면 재빨리 눈을 감추고 숨어버린다. 비가 내려도 그렇다.
 
게는 평소 눈을 내밀고 한가롭게 놀다가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재빨리 눈을 감추고 숨는다. [사진 김순근]

게는 평소 눈을 내밀고 한가롭게 놀다가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재빨리 눈을 감추고 숨는다. [사진 김순근]

 
서해에선 남풍을 뜻하는 마파람이 불면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런데 게들은 마파람이 불면 재빨리 눈을 감추고 숨는다. 이로 인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란 말이 생겼다. 비가 내리기도 전에 마파람에 눈을 감추니, 이는 서두르거나 재빠른 행동 즉 ‘빨리빨리’를 의미한다.
 
춘향전에도 암행어사가 된 이 도령이 남루한 형색으로 춘향의 어머니 월매를 찾아가 밥을 달라 한 뒤 허겁지겁 먹어치우자 월매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는다’고 핀잔을 주는 대목이 나온다. 
 
‘결초보은’의 수크령
강아지풀과 비슷해 착각하는 수크렁. [사진 김순근]

강아지풀과 비슷해 착각하는 수크렁. [사진 김순근]

장마가 끝나면서 잡초들도 무성해진다. 이중 아주 흔한 풀로 수크령이 있다.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크기가 다소 크다. 시골에선 아주 흔한 풀인데 도시인들에겐 생소해 서울 남산공원 가는 길의 수크령을 강아지풀 외래종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수크령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그 풀이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군주 위무자에게 애첩이 있었다. 평소 아들 위과에게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좋은 사람에게 재가 시키라고 했는데 막상 병이 들어 죽기직전에는 자신과 함께 순장시키라고 유언했다. 위무자가 죽은후 아들 위과는 고민 끝에 아버지가 죽기 직전의 유언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해 애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위과가 적국과 전투를 벌이게 됐고, 용맹을 떨치던 적장이 군사을 이끌고 쳐들어 올 때 한 노인이 그 길목에서 풀을 묶어 말이 걸려 넘어지게 했다. 결국 적장을 포로로 잡고 전쟁에 승리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은 위과가 재가 시킨 애첩의 아버지로 딸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결초보은이 유래했고, 그 풀이 수크령으로 알려져 있다.
 
자두밭에선 모자 고쳐쓰지 말자
옛날에는 자두나무가 감나무처럼 아주 흔했다고 한다. [사진 김순근]

옛날에는 자두나무가 감나무처럼 아주 흔했다고 한다. [사진 김순근]

여름은 자두가 먹음직 스럽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빨갛게 익은 자두를 볼수 있는 등 자두는 여름철에 빠질수 없는 과일이다. 경북 김천과 의성이 대표적인 자두주산지로 꼽힌다.
 
옛날에는 자두나무가 감나무처럼 아주 흔했다고 한다. 한 선비가 동네 골목길을 걷다 담밖으로 잘 익은 자두가 주렁주렁 매달린 자두나무 가지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쓰자 주인이 자두를 따는 것으로 오해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는 말이 생겼고 지금도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얏나무는 자두를 일컫는다.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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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필진

[김순근의 간이역]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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