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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시간' 재판결과, 양승태 행정처는 한 달 전 '대본'으로 받아봤다

중앙일보 2018.07.27 09:02
가토다쓰야 전 지국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 [중앙포토]

가토다쓰야 전 지국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 [중앙포토]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사건의 판결 결과와 재판 진행을 선고 한 달 전 ‘대본’ 형태로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27일 법원행정처가 양 대법원장 때인 2015년 11월 16일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52) 전 지국장 선고 관련 대외비 문건을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가토 전 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씨를 만났고, 둘은 긴밀한 관계'라는 내용의 '세월호 7시간' 기사를 작성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선고 결과는 물론, 판결 당일 판사가 선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까지 '대본' 형태로 담고 있다. 문서에는 선고 당일 재판장이 가토 전 국장을 준엄하게 꾸짖을 것이란 내용도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 ‘일국의 대통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허위 보도한 것에 대해 재판부의 엄중한 질책이 있을 것’ ‘매서운 질타 및 경고 메시지 전달’이라고 적혀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허위사실 공론화’ 등의 문구도 있다.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허위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판결서 이유에도 해당 보도의 허위성을 명백히 판시할 것으로 예정’이라며, ‘다만,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선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선고 전까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선고 결과를 한 달 전 구체적인 선고 과정과 함께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 달 뒤인 12월 17일 열린 선고 공판은 '대본' 그대로 진행됐다. 재판장은 판결서를 낭독하며 가토 전 지국장이 허위 사실을 썼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통령이 정씨를 만나는 등의 내용은 허위라는 부분이다. 다만, 범죄구성 요건인 비방 목적이 없어 형법상 죄를 물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본'처럼 재판장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기사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을 조롱하고 희화화했다”고 했다. 그래도 "헌법상 언론 자유가 중요함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선고공판 3시간 내내 서 있던 가토 전 지국장이 '앉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장이 거절해 ‘장시간 세워 벌주기’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근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근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검찰은 이 문건의 작성 경위 등을 살피고 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양 대법원장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환심'을 사려고 재판부와 교감하며 재판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선고 석 달 전인 그 해 9월 작성된 ‘대법원장 현황보고’에도 ‘박 대통령 7시간 의혹은 허위란 취지로 판결문에 기재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행정처가 지속적으로 이 재판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당시 재판장인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황당하다. 당시 수석부장이나 행정처 인사 누구에게도 심증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 410개 중 미공개 문건 228건도 익명화 작업을 거쳐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원본의 공개·열람 여부를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임시회의에서 전국대표법관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원본의 공개·열람 여부를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임시회의에서 전국대표법관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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