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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료 신고제 땐 제살깎기 경쟁 … 기사 처우만 나빠질 수도

중앙일보 2018.07.27 00:56 종합 8면 지면보기
정부발(發) 원가 공개 ‘폭풍’에 휩싸인 대표적인 영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프랜차이즈 원가 공개다. 정부는 당초 가맹점주가 본부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목’ 가격을 전부 공개하려 했다. 하지만 반대가 거세지자 지금은 매출액 기준 상위 50% 상품으로 한정했다. 유영욱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은 “그간 본부-점주 간 물품 공급 계약에서 마진과 관련된 정보가 없었다”며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을(乙)’인 점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원가 공개 압박
프랜차이즈, 점주 보호 명목 공개 땐
외국계 브랜드와 역차별 가능성
분양원가·통신요금·금리까지 조준
영업기밀 요구로 투자 의지 꺾어
정부 개입이 ISD 소송 빌미 줄 수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학회 측은 “가맹본부마다 비용 배분 방법이 달라 원가를 일괄적으로 공개하면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 시 우리 프랜차이즈 업체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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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택배요금 신고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토부는 지난 5월 화물을 집화·분류·배송하는 운송사업자(택배업체)에도 신고요금제를 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택배요금을 택배업체가 국토부 장관에게 신고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단가(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택배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단 원가 산정이 어렵다. 업체·화물·거리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량 대부분은 인터넷 쇼핑몰 등 사업자와 택배사 간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서 나오는데,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다. 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택배 물량이 쏟아져 일괄적인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택배 물량은 2000년 2억269개에서 2017년 23억 개로 약 10배 늘었다.
 
원가를 공개하면 오히려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택배업체들은 대형 화주에게 낮은 요금을 제시해 일감을 얻는다. 여기에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식’ 계약이 늘어나며 업계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택배업체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택배기사 처우 개선은 더 멀어진다. 실제 국내 택배 평균 운임은 지난해 전년보다 3% 내린 2248원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매년 1~3%씩 낮아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체국 택배의 경우는 산간·도서 지역까지 배송하니 적자가 나는 반면, 민간업체들은 적자를 면하는 선에서 서비스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택배 원가를 일괄적으로 공개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거나 정부가 비용 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분양 원가 공개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7년에는 공공 아파트는 61개, 민간 아파트는 7개 항목에 걸쳐 원가를 공개했다. 2012년에는 공공 아파트 공개 항목이 12개로 확 줄었고, 2014년에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폐지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마곡지구 내 단지 아파트를 1차(2013년), 2차(2015년) 분양할 때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3조원의 개발이익을 거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9월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 41명)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공주택 건설 시 공개해야 할 항목은 12개에서 다시 61개로 늘어난다.
 
이 개정안은 기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하고,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국가의 한계를 명시한 법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원가 공개가 원가 인하 압박으로 인식돼 신규 주택 공급이 줄고, 값싼 자재를 사용해 아파트 품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건 건설비 부풀리기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원리 때문”이라며 “원가를 공개하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일 분양가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업체가 사기·횡령을 저질렀는지 수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금리 역시 뜨거운 감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중에서 가산금리(원가 내역)도 공개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정도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그는 “은행들의 영업 노하우나 기밀사항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유념하겠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가산금리 체계를 손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밀려오자 저축은행들은 최근 금리 상승기임에도 이례적으로 가계신용대출 금리를 낮췄다.
 
이동통신사의 롱텀 에볼루션(LTE) 요금 원가자료 공개는 당초 7월에서 8월로 미뤄진 상황이다. 통신사 원가 공개는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1GB 데이터) 도입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이 요금제가 자유시장 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해 왔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의 목적이 소비자 권익 제고라면 원가 공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면서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기업에 도리어 불이익이 돌아온다면 기업들의 일자리·투자 창출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도하게 통신시장에 개입할 경우 국제적 소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동통신사 주가가 하락하면 피해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통 3사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36~49%다.  
 
세종=서유진·장원석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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