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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휴전 … EU, 트럼프 가려운 곳 긁어주고 자동차 지켰다

중앙일보 2018.07.26 17:47 경제 2면 지면보기
무역 전쟁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휴전에 합의했다. 각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접점을 찾았고,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간) '사격 중지'를 선언했다. 철강ㆍ알루미늄에서 시작해 자동차 관세로 확전할 기세를 보이며 일촉즉발로 치닫던 미국과 EU 간 무역 갈등이 한층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 연기하고
유럽은 콩·LNG 수입 확대에 합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도 재검토
양측 손잡고 ‘공동의 적’ 중국에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양자 회담을 열고 관세 및 무역 장벽을 없애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또 무역 협상 진행 중에는 서로에게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던 조치는 일단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양자 회담을 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양자 회담을 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터뜨리지 않는 대가로 EU는 미국산 상품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EU는 미국산 콩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ㆍ중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농가와 항구에 쌓여가는 미국산 콩을 EU가 소화해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6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콩 등에 똑같이 보복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지지층인 콩 농가를 중국이 정밀 타격하자 미국이 EU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양국은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또 지금 시행 중인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재검토하기로 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3시간에 걸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워싱턴 AP=연합뉴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3시간에 걸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워싱턴 AP=연합뉴스]

 
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산 콩 수입을 즉시 확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위한 매우 매우 중요한 날이다. 미국과 EU는 무역 관계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은 추가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EU는 동맹이지 적이 아니다.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은 적”이라고 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미국과 EU는 강한 무역 관계를 바탕으로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래리 커드로 미국 국가경제회의 의장(가운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을 듣는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래리 커드로 미국 국가경제회의 의장(가운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을 듣는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은 EU, 중국과 각각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EU와 손을 잡음으로써 중국에 대해 공동 전선을 만들었다. 융커 위원장은 중국과 손잡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자는 중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EU는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가 고율 관세를 맞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U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산 자동차 미국 판매 가격은 평균 1만 유로(약 1300만원) 오른다.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판매량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ㆍEU 무역 갈등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촉발했다. 이에 EU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청바지 등 28억 유로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며 맞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하고 연일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양측은 전면적인 무역전쟁 위기로 치달았다. EU와 자동차 관세 유예됨에 따라 한국 등 다른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검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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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합의했지만 일정 등 구체적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휴전 상태가 지속하면 영구적 평화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거나 어느 한쪽이 불만을 가지면 전쟁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U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자동차 수출 대국인 독일과 다른 회원국 간 의견이 종종 대립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EU가 무역에 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휴전이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끝내 결렬된 전례도 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인 마리 캐스퍼렉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철강ㆍ알루미늄 관세가 유지되는 한 EU는 고위급 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쪽짜리 휴전이기 때문에 아직 이번 합의를 높이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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