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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탁수선수서 펜션 사장으로

중앙일보 2018.07.26 15:00
[더,오래] 로컬라이프(9) 
국가대표 탁구 선수에서 은행원을 거쳐 골프용품 사업가로 성공한 뒤 펜션 사장으로 변신한 사람이 있다. 남들은 한 번도 힘들다는 인생 환승을 여러 번 성공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맑은물펜션과 맑은물농원을 운영하는 이성수(69) 씨 얘기다. 그냥 펜션 사장이라기엔 그 규모도 크고 벌리는 일이 많다. 그의 인생 환승스토리를 들어봤다.  
 

“도시 아닌 시골에 답 있어…농촌문화 바뀔 것”
이민과 역이민 경험 “이민 경험 나누고파”

맑은물펜션과 맑은물농원을 운영하는 이성수 씨가 운동선수 시절 받은 상패와 메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맑은물펜션과 맑은물농원을 운영하는 이성수 씨가 운동선수 시절 받은 상패와 메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1949년생인 그는 은행 실업팀에 소속돼 1970년대 초반 탁구선수로 활약했다. 전직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이에리사휴먼스포츠 대표와 함께 국가대표로 뛰었다. 운동선수로 호시절을 보내며 실업팀 선수생활을 한 뒤 은행직원이 됐다. 
 
남들이 보기엔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은행원 생활을 3년 정도 해보니 적성에 안 맞았다. ‘은행원 생활을 잘 해봐야 지점장인데’라는 생각에 답답했고, 좀 더 큰물(?)에서 뛰고 싶었다. 그즈음 미국에서 일 할 기회가 생겼고. 그 길로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이성수 씨가 국가대표 탁구선수 시절 받은 메달이다. [사진 서지명]

이성수 씨가 국가대표 탁구선수 시절 받은 메달이다. [사진 서지명]

 
건축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 10년을 근무했다. 10년 만에 미국 영주권을 얻었고, 개인 사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우연한 기회에 골프의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한 때 고가 골프의류로 유명했던 월터제뉴인 유통권을 따냈다. 골프의류 유통사업을 하며 IMF를 맞아 쓰러질 뻔하기도 했지만 잘 나갈 때는 연 매출 2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남들은 번 돈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사라며 아파트 투자를 권했지만, 그는 지역살이에 대한 꿈을 갖고 땅을 샀다. 지금 터를 잡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일대다. “사업을 하며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앞으로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흙을 밟고 살고 싶었고, 노년에는 머리가 아닌 몸을 쓰면서 살고 싶었어요.” 
 
그렇게 사들인 땅이 농원 2314㎡(700평), 펜션 3305㎡(1000평) 규모다. 그냥 펜션이라기엔 최대 200명까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주변에 신병교육대와 군부대가 있어 늘 붐빈다. 수료식이 있는 날엔 만실이다. 회사 워크숍, 수련회, MT 등을 위해 찾는 사람도 많다. 이 밖에 곤충체험관과 각종 생물 서식지 농원도 마련했다. 
 
그는 펜션 외 관광농원 운영을 꿈꾼다. 농원은 6차산업 인증도 받았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결합한 산업을 말하는데 인증을 받으면 자금지원 등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맑은물농원 안에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사진 서지명]

맑은물농원 안에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사진 서지명]

 
그는 이민과 역이민을 모두 경험했다. 이민은 좀 더 큰 세상에 대한 욕심이었다면, 역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고국에 대한 향수였을까. 
 
“많은 사람이 왜 돌아왔냐고 묻죠. 사업을 접기도 했고 노년은 내 나라에서 보내고 싶어서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외국 생활을 하며 느끼고 배운 것을 내 나라에서 나누고 싶었어요. 물론 처음 터를 잡을 때 거부반응이 없진 않았지만, 마을문고를 만들고 어린이를 위해 책을 기증하는 등 아이들을 위한 좋은 일을 기획하면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죠.”
 
그는 앞으로 농촌문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요즘 고속도로휴게소 화장실 가보셨나요? 예전에는 더럽고 악취 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깨끗하고 휴게소마다 개성도 있어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환골탈태한 것처럼 농촌문화도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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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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